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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비싸거나 싸거나' 양극화 심해진다… HTC· 소니 등 중대 기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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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비싸거나 싸거나' 양극화 심해진다… HTC· 소니 등 중대 기로에

갤럭시·아이폰 등 하이엔드급과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 존재감 부각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제작업체 리구는 'T5' 홍보 화면에서 삼성과 LG, 소니의 부품을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료=리구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제작업체 리구는 'T5' 홍보 화면에서 삼성과 LG, 소니의 부품을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료=리구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할리우드에서 중간 규모 예산의 영화가 사라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영화 제작자들은 거액의 예산을 쏟아 부은 블록버스터 급을 제작하거나 저예산의 코미디 영화 중 하나를 제작하기를 원한다.

어중간한 금액을 투자해 그에 맞는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는 큰돈을 쏟아 대박을 노리거나, 아예 저예산으로 틈새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스마트폰 업계에도 전염됐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 8'과 애플 '아이폰 8'의 가격이 1000달러(약 113만원)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초저가 제품부터 하이엔드급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던 중국 화웨이는 "중저가 제품에서 철수하고 하이엔드급 시장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일부 매체에서는 장기간 변하지 않던 스마트폰 2강 구도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해 2분기 3850만대를 출하해 11.3%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한 화웨이와 12%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한 애플은 차이가 250만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무명 업체들은 고성능 단말기를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10년 전 무명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전기 제품은 감히 무서워서 손을 댈 수 없을 정도였지만 현재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소비자 평가는 크게 달라졌다.

품질 향상과 함께 제품 리뷰와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많은 뉴스 사이트에서 중국의 촹웨이(創緯·Skyworth)가 제작한 TV가 소니 TV와 비교했을 때 결코 손색없는 성능을 가졌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한편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이 존재감을 더하는 가운데 HTC나 소니 등 업체들은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소비자는 600달러(약 68만원) 수준의 중저가 메이커 단말기를 선택하기보다는 삼성과 애플의 프리미엄 단말기에 800달러(약 91만원)를 지불하거나, 성능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300달러(약 34만원)의 저렴한 스마트폰을 선택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중국 제조업체는 이러한 상황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제품 홍보 시 과거처럼 "우리 회사 제품은 가장 혁신적"이라고 말하지 않고 "아이폰과 갤럭시에 거의 필적하는 성능이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한 제품"이라고 어필한다. 그리고 그들의 제품이 인기 단말기의 표절임을 전혀 숨기려 하지 않는다.

중국 업체 리구(Leagoo)와 엘레폰(Elephone)은 곧 출시할 제품명에서 '갤럭시 S8'을 모방한 'S8'을 사용하고, 심지어 제품 스펙에 삼성과 LG, 소니의 부품을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두기(Doogee) 또한 샤오미의 'Mi Mix'를 본떠 'Mix'를 출시했으며, 저가 태블릿 제조업체 추위(CHUWI)는 홍보 문구에서 "마이크로 소프트의 서피스(Surface)에 거의 가까운 성능"임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 LG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LG전자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부문 홍켄(Ken Hong)은 우수한 제품을 투입해도 몇 달 후에는 중국 제조업체가 동일 스펙의 단말기를 400달러(약 45만원)에 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 업체 간 가격 경쟁이 더욱 본격화돼 저가 제품 가격이 250~300달러까지 내려간 상태다.

할리우드에서 중간급 규모 예산의 영화가 사라진 것은 슬프지만, 스마트폰에서 '하이엔드 or 저가형'의 단말기 양극화 현상은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간다. 최신 기술에 돈을 아끼지 않는 마니아 층은 갤럭시 S8과 아이폰을 선택하면 되고, 알뜰하고 절약형이라면 180달러의 중국산 단말기에서도 충분한 스펙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