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7일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43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1977년 제정된 해외부패방지법은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정부에 사업상 이익 등을 위해 뇌물을 전달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해 놓았다. 대표적 사례가 1976년 다나카 가쿠에이 전 일본 총리의 구속까지 야기한 록히드 사건이다.
삼성도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문에 뇌물죄가 명시될 경우 해외부패방지법이 적용될 수 있다. 이 법은 미국 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외국계 미국 현지법인에도 적용된다.
아울러 현지 법인이 아닌 해외 기업도 비도덕적 행위에 연루되면 최악의 경우 미국은 해당 기업의 제품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미국은 앞서 반인륜적 행위(강제노동 등)에 가담한 기업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사례가 종종 있다.
일단 코트라 측은 삼성이 해외부패방지법에 저촉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부회장이 특검으로부터 받고 있는 혐의가 국내 법인이 국내 정부를 대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 법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삼성의 미국향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이 뇌물죄를 선고받을 시, 이를 비도덕적 행위로 판단하면 과거 사례처럼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이 부회장에게 뇌물죄가 적용되고 미국이 해외부패방지법을 적용할 경우 삼성전자는 전체 매출액의 5분의 1을 잃는 셈이다.
무엇보다 뇌물죄 선고여부는 이 부회장 개인의 ‘형살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한국경제에 치명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
게다가 이 부회장의 뇌물죄 선고여부는 삼성전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삼성 전 계열사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것이 불가피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피고인 신문에서 “삼성전자 소속으로 업무의 90~95%가 전자와 전자 계열사 관련이었다”며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이 경영전반을 담당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본인이 ‘전자’ 업무만 담당했고 ‘그룹’ 업무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 부회장을 삼성 ‘전자’ 부회장이 아닌 삼성 ‘그룹 총수’로 판단할 경우 전자 이외 삼성 다른 계열사의 미국 수출길도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이 부회장의 입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삼성이 입을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삼성전자 기준으로만 42조원, 그룹 차원으로 확대딜 경우 손해액은 산정하기조차 어렵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최종 선고에 이목이 집중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오는 25일 오후 2시30분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린다. 이날 김진동 판사가 읽는 1심 선고문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삼성은 물론 한국경제의 근간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