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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3년… 국제유가 결정권 OPEC서 미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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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3년… 국제유가 결정권 OPEC서 미국으로

3대 유종에서 셰일로 시장의 눈 옮겨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유가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일각에서 국제유가 결정권이 OPEC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셰어 혁명’이라 불리는 미국산 셰일오일 증산과 올 1월 OPEC의 감산 정책 실행 후에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하락 일로를 걷자 셰일 생산이 유가 향방을 결정할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는 분위기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유가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일각에서 국제유가 결정권이 OPEC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셰어 혁명’이라 불리는 미국산 셰일오일 증산과 올 1월 OPEC의 감산 정책 실행 후에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하락 일로를 걷자 셰일 생산이 유가 향방을 결정할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는 분위기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미국의 셰일 생산에 따른 원유 재고 증가 우려가 커지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의 합동 장관급 모니터링 회의를 여는 등 대응 마련에 나섰다.

OPEC은 지난 5월 협조 감산 기간을 내년 3월까지 9개월 연장키로 합의했다. OPEC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으로 원유 과잉 공급이 계속되자 감산기간을 연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시장에서는 OPEC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감산이 지켜질지 확신할 수 없으며 배럴당 50달러를 밑도는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OPEC과 러시아 등이 석유시장 수급 개선을 위해 감산에 나서는 등 대응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원유 재고와 유가 향방 초점을 미국의 셰일 동향에 맞추고 있다며 원유 가격 결정권이 OPEC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 유가 결정권 미국으로 넘어가나

국제유가의 지표가 되는 3대 유종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Brent), 국내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Dubai)다. 일반적으로 3대 유종이 ‘세계 3대 지표 원유’로 불리지만 최근 유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으며 셰일오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유 성분만 놓고 보면 3대 유종 중 NY원유라 불리는 WTI가 경질 저유황유이므로 가격이 가장 높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셰어 혁명’으로 대변되는 미국산 원유 증산과 올 1월 OPEC의 감산 정책 실행 후 WTI 가격 하락이 눈에 띈다.

OPEC이 지난해 11월 말 총회에서 올해 1~6월 감산을 결정하고 12월에는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의 협조 감산 동의를 얻어내며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가격은 배럴당 50달러 초반대의 박스권에서 맴돌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동참에 배럴당 50달러 이상에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WTI 가격은 55달러 선을 넘지 못했다. 올 1분기 평균 배럴당 51달러대였던 WTI 가격은 2분기에는 평균 48달러대로 떨어졌고 6월 말에는 한때 배럴당 42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분석에 따르면 상반기(1~6월) WTI 가격 평균은 49.94달러 수준이다.

이미 약속 수준을 초과한 90% 이상의 높은 감산률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 안정에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와 관련 노무라증권은 “OPEC의 감산 이행으로 유가가 소폭 회복세를 보이자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을 본격적으로 늘렸다”면서 “결국 셰일오일 생산이 유가 향방을 결정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원유시장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역시 “전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주요 산유국의 감산합의 연장에도 셰일오일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가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의 통화정책 향방과 관련해 미 달러화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예상돼 국제유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셰일오일 증산 등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가 국제유가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시추 기술 발전으로 셰일 업체들의 효율성이 높아져 배럴당 30~40달러대로도 안정적인 셰일오일 생산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유가가 4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셰일 개발도 둔화됐다”며 “미국의 셰일 개발 둔화가 유가 급락을 막았다”고 분석했다. 3월까지 50달러대 초반대의 가격을 형성한 것이 OPEC의 감산효과였다면 최근 국제유가가 40달러대에 고정된 것은 ‘셰일 효과’라는 의미다.

니혼게이자이는 유가가 다시 50달러 후반까지 상승한다면 셰일 생산이 탄력을 받아 유가 상한가를 규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OPEC과 비OPEC 산유국의 감산 이행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미국의 셰일 생산 동향에 따르는 구조가 확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내부단속 나선 OPEC… 효과는?

감산합의 이행 점검과 유가 수준 등을 논의하기 위해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산유국 회담에서 OPEC 및 비OPEC 산유국은 그간 정정불안을 이유로 감축 합의에서 예외를 인정받았던 나이지리아와 리비아 중 나이지리아를 감산 대열에 동참시켰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사우디는 하루 원유 수출량을 660만배럴로 제한하기로 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글로벌 공급 과잉을 막고 시장의 수급을 개선하기 위해 단독 행동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NYMEX에서 거래된 9월 인도분 WTI 가격은 배럴당 57센트(1.25%) 상승한 46.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원유공급 과잉 우려를 완화할 재료가 나오며 WTI가격이 ‘일시적’으로 올랐다”고 전했고 CNBC는 “OPEC이 감산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감산이 지켜질지 확신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나이지리아의 일일 생산량이 180만배럴에 불과해 이에 따른 즉각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IEEJ)는 OPEC 및 비OPEC 산유국의 협조 감산이 내년 3월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감산 재연장으로 2018년 전 세계 원유수급에 균형이 잡힐 것으로 내다봤다.

IEEJ는 브렌트유 가격은 올 후반 배럴당 45~50달러, 내년에는 50~55달러로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로는 중국·인도의 수요 안정화와 미국의 항공 제트연료, 액화석유가스(LPG) 수요 증가를 꼽았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