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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승부사(勝負士) 세아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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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승부사(勝負士) 세아제강

[글로벌이코노믹 김종혁 기자] 글로벌 위기는 최근 10년 동안 3차례나 세아제강을 덮쳤다.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 세아제강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나 다름없었다. 올해는 미국 유정용강관(OTCG) 시장이 활황이어서 한숨을 돌릴 만하다. 하지만 비상시국이라는 점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아제강에 대해 믿음이 있는 것은 위기 때마다 꺼낸 카드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3차례나 위기를 견뎠고 성과는 더 좋게 나타났다. 승부사로 각인되는 이유다.
첫 번째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당시만 해도 수출 비중은 42.7%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비중은 32.5%까지 고꾸라진다. 1년 새 10%p나 폭락한 것이다.

당시 세아제강은 무엇을 했을까?

지난 2010년 2월 단독 출자로 중동의 수출 관문인 아랍에미리트(UAE) 현지 법인인 SeAH Steel UAE를 설립했다. 3월 공장 건설을 시작해 2011년 4월 완공한다. 2012년 수출 비중은 53.0%를 기록, 전체 절반을 넘어섰다.

2012년 또 다시 유럽의 재정위기가 세아제강을 위협했다. 당시 중동의 정치 불안, 여기에 유가 하락까지 겹쳐진다. 그런데 2013년 비중은 53.3%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014년은 역대 최고치인 61.9%까지 끌어올렸다.

굴지의 선두 자리를 지켰던 유정용강관(OCTG) 수출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세아제강은 또 강관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2011년부터 추진했던 JCOE 후육관 설비 투자는 2013년 상반기 완료시켰다. 비슷한 시기 순천공장은 2012년 3월 인수해 2013년 1월 1일부로 합병을 완료했다. 이 공장은 STS 후육관, 해양구조물 시장 개척 등 중장기 로드맵을 만드는 초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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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막 지나고 또 다시 글로벌 충격이 가해졌다. 미국의 보호무역이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점화됐던 것이다.

2014년 2월 18일.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유정용강관에 대한 예비판정(2013년 7월22일 조사착수)에서 덤핑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2013년 8월 16일 만장일치로 덤핑으로 인한 산업피해가 발생했다는 결정을 뒤집는 결과였다.

미국 철강사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2014년 5월 13일. 미국 제조업연합회(Alliance for American Manufacturing)는 중국, 한국 등 아시아산 철강제품 수입 급증으로 철강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58만 개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에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행정부에 적극적인 수입규제조치 발동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 상무부는 7월 15일 최종판정에서 예비판정을 번복, 현대하이스코(現 현대제철 냉연부문), 넥스틸에 각각 15.75%, 9.89%의 덤핑마진을 매겼다. 세아제강 등에 12.82%의 덤핑마진을 부과했다. 아주베스틸, 대우인터내셔널(現 포스코대우), 동부제철, 휴스틸, 일진철강, 금강공업 등 국내 강관사가 모조리 포함됐다.

세아제강 수출은 크게 위축됐다. 2015년 수출 비중은 51.8%로 전년 대비 무려 10%p 이상 급락했다. 작년에는 5년 만에 50% 아래로 떨어진 49.8%로 후퇴했다.

세아제강은 작년 미국 현지 강관 공장 2곳을 인수했다. 통합 법인인 SSUSA는 6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착수, 미국 비즈니스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최근 베트남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10년의 행보는 흔들림이 없었다.

위기에는 적절한 처방을 내리고, 떨어진 실적은 다시 끌어올리는 등 수차례의 극복 사례를 만들어 냈다.

무역분쟁은 더 심화될 것이고 국내 철강사들 실적에 더 큰 충격을 가져다줄 지 우려된다. 세아제강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심장부에 깃발을 세웠고 향후 성장에 예상되는 베트남에도 승부수를 던질 셈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미지수다.

하지만 기억에서 멀어지고 있는 과거 철강업계의 태평성대만을 아쉬워할 시기는 분명 아니다.


김종혁 기자 jh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