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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 회장, 사옥 되찾고 그룹 재건 시동…故 정몽헌 회장 추모 관련 방북 신청도 검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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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 회장, 사옥 되찾고 그룹 재건 시동…故 정몽헌 회장 추모 관련 방북 신청도 검토중

서울 연지동 사옥 5년 만에 재매입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 전경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 상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 전경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 상단)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5년 간의 셋방살이 설움을 떨치고 안방을 되찾는다.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내몰려 매각했던 서울 종로구 연지동 본사 사옥을 주력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재매입하기로 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0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연지동 사옥에 대한 우선매수권 행사를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당초 연지동 사옥은 JR투자운영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에 유력했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가 뒤늦게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서 재매입에 성공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권 행사가격은 2천500억원으로, 인수자금 대부분 현대엘리베이터에서 부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 5년 만에 되찾은 연지 사옥…
현대엘리베이터 실적 상승 한몫

1992년 지어진 연지동 사옥은 동관·서관 등 2개 동으로 구성된 지하 4층~ 지상 12층 규모의 건물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2008년 현정은 회장 취임 5주년을 맞아 삼성카드 본사로 쓰인 건물을 1980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연지동 사옥은 현 회장과 직원들에게 각별한 곳이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 뿔뿔이 흩어져 있던 계열사를 한곳에 집결시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취지로 그룹 계열사를 한 곳에 모이게 했다. 그게 바로 연지동 사옥이다.

현 회장은 매입 후 1년 넘게 리모델링 공사를 해 2010년 현대그룹 통합 사옥으로 전 계열사를 입주케 했다.
하지만 현 회장의 꿈은 입주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무산됐다. 2012년에 유동성 위기에 내몰려 사옥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코람코자산운용에 연지동 사옥을 2262억원에 매각했다. 현대 측은 매각 당시 '세일즈앤드리스백'(sales and lease back, 매각 후 재임대) 방식을 택해 우선매수청구권을 챙겼다.

그런데 올 초 코람코자산운용에서 매각작업을 시작했고, 지난 6월 JR투자운용이 2500억원을 제시하며 인수 의사를 밝혔다.

코람코 측에서는 현대그룹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JR투자운용에 건물을 넘기기로 했다.

그러던 중 현대측에서 JR투자운용이 제시한 2500억원과 같은 금액을 제시하며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며 사옥 재매입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세일즈앤드리스백’ 방식으로 연지동 사옥에 계속 거주하는데 고가의 임차료를 내고 있다”며 “비싼 값을 내고 임대를 하는 부분이 부담으로 작용해 재매입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 사옥 재매입을 주도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실적 상승도 인수 성공의 배경이 된다.

실제로 지난달 현대엘리베이터 설치대 수는 2,12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783대)에 비해 19% 이상 증가했다. 1854대 설치한 지난 5월과도 비교해도 15% 늘어났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매출목표 1조7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실적 상승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나이스신용평가의 본평가에서 기업 신용등급이 BBB0(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됐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사옥 재매입 전 외부 컨설팅 업체로부터 인수여부에 대해 평가를 받았다”며 “인수 시 임차료가 절감되고, 임대수익이 발생하며 또 자산가치가 올라가는 등 여러모로 사옥을 재매입 하는 게 낫다는 평가를 받아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히 이번 매입을 주도한 현대엘리베이터 신용등급 상승도 큰 역할을 한 것 같다”며 “현대엘리베이터가 자본 확보는 물론 신용등급 상승으로 인해 주변에서 낮은 금리로 펀딩 제안이 온다. 이런 요소들이 (최종 인수에)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고(故) 정몽헌 회장 추모식…방북 신청 검토


현대그룹은 사옥을 되찾으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 중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주력 계열사였던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등이 분리되면서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몸집이 왜소해졌다. 하지만 매출 상승 중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아산을 중심으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여기에 중단된 대북 사업마저 살아나면 현대그룹은 주요 계열사를 주축으로 그룹 재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고(故) 정몽헌 전 회장의 14주기 추모식을 앞둔 현대그룹은 매년 금강산에 치렀던 추모식을 올해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현대아산은 “고 정몽헌 회장 추모식을 매년 금강산에서 진행해오다 지난해는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인한 남북관계 악화로 방북을 추진하지 않았다"며 "올해 14주기 추모식은 상황이 조성되면 방북 추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폐쇄적인 남북관계가 새 정부들어 남북 이산가족 만남을 추진하는 등 남북관계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북신청 재개가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이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북 신청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 빠르면 다음주께 윤곽이 나올 예정"이라며 "대북 사업과 관련해서는 시기상조"이라고 말했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