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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인사이드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경영승계와 관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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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인사이드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경영승계와 관련 없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대한 합병 찬성 일지. 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대한 합병 찬성 일지. 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기한이 50여일 후에 종료된다. 지난 2월 17일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 부회장은 6개월의 구속기한을 마치고 다음달 27일 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수감된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7일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5일 기준으로 재판은 총 36회 진행 중이다. 1심 판결이 다음달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판은 총 60여차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 측이 청와대 등에 부정청탁을 한 것이,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 과정이 보다 유리하게 하기 위함으로 봤다.

특검은 삼성이 청탁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현안으로 3가지를 꼽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특혜 등이다. 이 3가지 특혜 의혹과 관련해 하나씩 관련내용을 짚어보려 한다.

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경영승계와 관련 없다”

➁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주식 처분기간 이견으로 보류
➂ 삼성바이로직스, 삼성의 미래를 이끌 ‘신성장동력’으로 상장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경영승계와 관련이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했던 말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은 장관들도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라며 “하지만 국민연금 실무자는 만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만난 것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을 만난 것은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의 최대 투자자였기 때문이다”며 “당시 만남은 양사 합병뿐만 아니라 경영승계 과정에 어떠한 관련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오너 일가가 최소한의 자금으로 핵심 계열사의 지배권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봤다. 합병을 통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

아울러 양사 합병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합병안에 찬성한 것이 ‘청와대의 입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전문위가 SK와 SK C&C의 합병 가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에 속한 투자위와 외부인사로 구성된 전문위에서 의결권 행사를 판단한다. 전문위는 지난 2005년 신설된 조직으로 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 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위원들로 구성된다.

특검의 주장은 외부인사로 구성된 전문위의 경우 ‘강요’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합당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투자위는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 진행되는 의결권 행사이기 때문에 청와대의 압박이 가해질 수 있는 ‘이례적 절차’로 봤다.

삼성 측은 특검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양사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것이 아닌 경제적 효과를 얻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입장이다. 삼성의 주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33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채준규 전 국민연금 리서치팀장의 증언을 통해 입증됐다.

채 전 팀장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것은 단순한 시너지 효과만 기대한 것이 아니다”며 “삼성전자의 기업분할과 추가배당 등 간접효과까지 계산한 것으로 2014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양사 합병 이후 삼성전자 기업분할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것이 성공했다면 국민연금은 3조원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매년 1조원 수익을 목표로 한다. 삼성전자의 기업분할이 성공했다면 3년치 수익을 단번에 얻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신 삼성물산 사장의 증언도 양사 합병이 경영승계와 관련성이 없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에 힘을 싣게 한다.

김 사장은 “양사 합병과 경영권 승계는 무관하며 경영상 필요에 따라 추진된 것”이라며 “합병으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논의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논의된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또한 삼성 측은 국민연금이 투자위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이례적’ 아닌 ‘의례적’ 절차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지침 17조 5항에는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국민연금공단이 행사하되 공단에서 찬성 또는 반대의 판단이 곤란한 경우 의결권 전문위에 요청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SK-SK C&C 건을 투자위에 부의하지 않고 전문위에서 찬반여부를 결정한 것이 오히려 ‘이례적’인 방식이다. 국민연금이 2006~2015년 합병과 관련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 중 투자위가 아닌 전문위에 맡긴 것은 60건 중 단 1건에 불과하다. 이 건이 바로 SK-SK C&C 합병안건이다.

삼성 측은 앞서 제기된 이재용 부회장과 국민연금 측의 2015년 7월 7일 면담 의혹에 대해 ‘기업인과 주요 주주의 통상적인 면담’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한정수 주식운용실장 등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이들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다. 이 부회장이 제시한 사안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 설립 ▲주주 환원 정책 등이다. 당시 내용은 지난해 11월 말 콘퍼런스콜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됐고, 현재 실시되고 있다.

한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지난 4일 진행된 3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나 개입 등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는 청와대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과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순환출자 해소에 개입했다는 특검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언이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