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묘한 재테크] 우표③ 한국 우표도 ‘귀하신 몸’ 있다

공유
3

[기묘한 재테크] 우표③ 한국 우표도 ‘귀하신 몸’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유병철 기자] 한국 우표 중에서도 귀하신 몸이 있습니다.

특히 가장 가치가 높은 우표는 바로 한국 최초의 우표인 '문위우표'입니다.
문위우표는 1884년에 우정국 개국에 맞춰 발행된 조선 최초의 우표입니다. 문위우표 전면을 보면 COREAN POST라는 영문과 대조선국우초(大朝鮮國郵鈔)가 한자로 써 있습니다. 당시에는 우표가 아니라 우초라고 했습니다.

액면금액이 당시의 통용화폐인 문으로 표시되어 있어 문위우표라 합니다. 국내에 인쇄소가 없어서 일본 대장성에 발주해 제조했습니다.

한국 최초의 우표인 문위우표 5문, 10문//한국우표포털=자료
한국 최초의 우표인 문위우표 5문, 10문//한국우표포털=자료

액면 기준으로 5문, 10문, 25문, 50문, 100문의 5종이 있는데 예정대로 발행된 것은 5문과 10문뿐입니다. 나머지는 우정총국이 폐쇄된 이후 도착한 터라 공식적으로 발행되지 못했습니다. 갑신정변이 일어나며 발행 후 2주 만에 사용이 중단된 비운의 우표이기도 합니다. 발행량은 총 280만장인데요. 10문이 100만장, 100문은 30만장, 나머지 3종은 각각 50만장이었습니다.

사용되지 않은 25문, 50문, 100문의 문위우표는 모두 다 해외로 유출됐습니다. 정확히는 일본에 우표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독일계인 세창양행에 미사용 전량을 넘겼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며 세창양행을 설립한 독일인 마이어씨가 문위우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국내 우표 수집가들은 해외 경매 등을 통해 문위우표를 구매하는 게 가능해졌죠.

일반적으로 우표는 미사용된 제품의 가치가 높습니다. 문위우표는 특이하게도 우체국 소인이 찍힌, '사용된' 것의 가치가 높은데요. 갑신정변으로 인해 사용 기한이 워낙 짧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사용 제품이 대량으로 풀려나간 점도 가치를 떨어뜨렸죠.

문위우표 자체는 비싸도 30만원이 넘지 않습니다. 상태가 조금 좋지 않은 것은 몇 만원 선에서도 거래됩니다.

실제 사용돼 소인이 찍힌 제품은 900만원 정도에 거래된 적이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집가가 사용된 문위우표를 27장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우표수집가들 사이에서 눈에 불을 켜고 찾는 물건이 문위우표가 발행된 첫날의 날짜도장이 찍힌 초일 봉투나 소인이 찍힌 문위우표가 붙은 실체 봉투(엔타이어)입니다. 발견만 하면 10억원은 갈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옵니다.

문위우표 초일 봉투의 경우 2002년 KBS의 진품명품에 등장해 평가액 1억원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다수의 전문가들은 과거에 등장했던 것들과 같이 진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외의 우표들은 사실 가치가 높지 않습니다. 해방조선 기념우표(1946년)나 정부수립 기념우표(1948년), 독립 1주년 기념우표(1949년) 같이 발행한 지 60년이 넘은데다 한국인으로서는 나름의 의미가 있어 보이는 우표마저도 몇 만원 선에서 구매가 가능합니다.

우표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 이유는 이메일과 메신저, 스마트폰 등으로 인해 편지를 쓰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표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줄어버린거죠.

우표 제작이 디지털화 된 영향도 있습니다. 여기에 맞춤형 우표, 인터넷 우표 등을 통해 필요한대로 뽑아다 쓸 수 있으니 희소성이라는 개념이 사라졌죠. 우표의 '도안'이나 기념우표 등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도 매우 낮아졌습니다.

우표 수집가, 우취인구의 감소도 한몫했는데요.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1년만 해도 15만1261명에 달하던 우취인구는 2015년 8만8950명으로 줄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표를 수집하려면 지금이 적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렇게 저렴하게 우표를 사들일 수 있으니 큰 돈 안들이고 수집 취미를 가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유병철 기자 ybstee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