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근 재판 흐름은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결권 행사가 속수인지 정수인지에 대한 진상규명에 맞춰져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7월 10일 진행된 기금운용본부의 투자위원회에 집중된다.
◇ 특검 “투자위의 공정성이 훼손됐다”
특검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투자위에서 정회를 가진 것을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증언에 따르면 이날 투자위는 2번 정회를 했다. 시작 후 30분 만에 1번, 위원회가 종료되기 전 1번 등 총 2번이다.
특검은 “회의 도중 정회를 가지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다. 투자위원들의 의사 공정성을 위해 서로 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정회 중 화장실에서 한정수 주식운용실장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합병을 반대할 경우 엘리엇의 편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여 ‘매국노’ 취급을 받을 수 있다”며 “반대로 찬성하게 되면 삼성 편을 들어준 것으로 몰릴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위 참석자들은 이날 오후 6시께 표결 결과를 확인한 후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이윤표 전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식당에서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과 2번,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1번 통화했다. 아울러 홍 전 본부장은 투자위원회를 다시 개최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투자위 정회 당시 홍완선 전 본부장이 다른 위원들을 접촉한 것 자체가 부적절한 것”이라며 “표결 이후 청와대 등과 통화한 것으로 볼 때 투자위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 삼성 “홍완선이 투자위의 결정을 이끌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사고비약”
삼성 측 변호인단은 특검이 그린 ‘7월10일 투자위’의 그림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회의가 길어질 것을 대비해 정회를 실시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
또한 홍완선 전 본부장이 양사 합병 찬성을 종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인진술을 통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양사 합병과 관련해 출석한 증인들은 입을 모아 ‘홍완선 전 본부장은 합병 찬성을 종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홍 전 본부장이 최광 전 이사장과 안종범 전 수석에게 연락한 것 역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삼성 측은 “기금운용본부장인 홍완선 전 본부장이 상급자인 최광 전 이사장과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양사 합병은 주식시장을 흔들리게 할 수 있는 중대사안이다. 홍 전 본부장이 보고한 것은 ‘이례적’이 아닌 ‘의례적’ 절차”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홍 전 본부장이 식사 자리에서 ‘회의를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양사 합병에 삼성의 영향력이 작용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언’이라고 강조했다.
특검의 주장대로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해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면, 홍 전 본부장이 회의를 다시 하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란 반론이다.
변호인단은 “홍완선 전 본부장이 투자위원들의 결정을 이끌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사고비약”이라며 “투자위는 수익성 기금증식이라는 원칙에 따라 합병에 찬성한 것이다. 합병 발표 이후 2조원에 달해던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는 2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