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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2년 전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속수 아닌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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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2년 전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속수 아닌 정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유호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유호승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속수(俗手)와 정수(正手)는 바둑 용어 중 하나다. 속수는 속된 수를 뜻하며, 정수는 속임수나 홀림수를 쓰지 않고 정당하게 두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근 재판 흐름은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결권 행사가 속수인지 정수인지에 대한 진상규명에 맞춰져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7월 10일 진행된 기금운용본부의 투자위원회에 집중된다.
국민연금은 이날 투자위를 개최해 양사 합병안을 가결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해 양사 합병여부를 결정하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날 투자위의 진행과정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 특검 “투자위의 공정성이 훼손됐다”


특검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투자위에서 정회를 가진 것을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증언에 따르면 이날 투자위는 2번 정회를 했다. 시작 후 30분 만에 1번, 위원회가 종료되기 전 1번 등 총 2번이다.

특검은 “회의 도중 정회를 가지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다. 투자위원들의 의사 공정성을 위해 서로 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정회 중 화장실에서 한정수 주식운용실장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합병을 반대할 경우 엘리엇의 편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여 ‘매국노’ 취급을 받을 수 있다”며 “반대로 찬성하게 되면 삼성 편을 들어준 것으로 몰릴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위 참석자들은 이날 오후 6시께 표결 결과를 확인한 후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이윤표 전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식당에서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과 2번,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1번 통화했다. 아울러 홍 전 본부장은 투자위원회를 다시 개최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투자위 정회 당시 홍완선 전 본부장이 다른 위원들을 접촉한 것 자체가 부적절한 것”이라며 “표결 이후 청와대 등과 통화한 것으로 볼 때 투자위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 삼성 “홍완선이 투자위의 결정을 이끌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사고비약”


삼성 측 변호인단은 특검이 그린 ‘7월10일 투자위’의 그림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회의가 길어질 것을 대비해 정회를 실시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

또한 홍완선 전 본부장이 양사 합병 찬성을 종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인진술을 통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양사 합병과 관련해 출석한 증인들은 입을 모아 ‘홍완선 전 본부장은 합병 찬성을 종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홍 전 본부장이 최광 전 이사장과 안종범 전 수석에게 연락한 것 역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삼성 측은 “기금운용본부장인 홍완선 전 본부장이 상급자인 최광 전 이사장과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양사 합병은 주식시장을 흔들리게 할 수 있는 중대사안이다. 홍 전 본부장이 보고한 것은 ‘이례적’이 아닌 ‘의례적’ 절차”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홍 전 본부장이 식사 자리에서 ‘회의를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양사 합병에 삼성의 영향력이 작용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언’이라고 강조했다.

특검의 주장대로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해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면, 홍 전 본부장이 회의를 다시 하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란 반론이다.

변호인단은 “홍완선 전 본부장이 투자위원들의 결정을 이끌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사고비약”이라며 “투자위는 수익성 기금증식이라는 원칙에 따라 합병에 찬성한 것이다. 합병 발표 이후 2조원에 달해던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는 2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