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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시추공 18주 연속 증가에도 정유사 미국산 원유 도입 ‘주춤’…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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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시추공 18주 연속 증가에도 정유사 미국산 원유 도입 ‘주춤’… 이유는?

국내 정유사들이 미국산 원유 도입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정유사들이 미국산 원유 도입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트럼프 정부가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하며 자국 우선주의에 고삐를 죄고 있다. 미 정부의 에너지 독립국 목표에 따라 미국 내 시추공은 18주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4월 국내 미국산 원유 도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정유사들이 미국산 원유 도입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여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오늘부터 미국은 파리협정의 전면적인 이행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자국 우선주의에 따라 에너지 독립국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보다.

이에 미국 내 석유・가스 시추공 수는 18주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내 석유・가스 시추공이 지난 5월 셋째주 기준 총 901개로 집계됐다.

향후 원유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은 ‘월간 시추 생산성 보고서’를 통해 미국 본토 48개주의 원유 생산량이 이달에도 증가하리라 전망했다.

미국 내 원유 생산량 증가에도 국내 정유사들은 미국산 원유 도입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미국산 셰일오일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원유 도입은 검토 중이었다.

원유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규모가 적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4월 미국 남부 멕시코만산 원유 200만배럴 도입 계약을 맺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100만배럴을 들여왔고 올해 6월 50만 배럴 추가 도입이 예정돼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4월간 미국산 원유 도입량은 49만6000배럴로 이는 전체 물량 가운데 0.14% 불과하다. 트럼프 정부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1~4월 40만3000배럴을 들여온 사실을 고려하면 정책 변화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없다.
정유사들이 미국산 원유 도입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비싼 운임으로 인한 낮은 경제성에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미국산 원유는 아르헨티나를 거쳐와 운송 기간이 길고 작은 유조선에 나눠 실어야 해 운송비가 비싸다며”며 “운송비를 포함한 미국산 원유 가격이 중동산에 비해 2~3배 비싸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정유 시장이 공급 과잉에 직면하면서 정유사들의 단가 경쟁력 확보는 더욱 중요해졌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공급 과잉이여서 낮은 단가로 원유를 들여와 얼마나 싸게 팔 수 있느냐가 수익성 확보에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 설비가 기존 중동산 원유에 맞춰 가동되는 것도 또 다른 이유이다. 미국산 원유(경질유)는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중질유)와 종류가 다르다.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정유 시설은 중동산 원유에 맞춰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되어있다”며 “다른 종류의 원유를 넣어 제품을 생산하면 생산비가 더 든다”고 말했다.

이어 정 연구원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등의 불확실성도 국내 정유사가 미국산 원유 도입을 망설이는 배경”이라 덧붙였다.

이같은 이유로 국내 정유사들의 미국산 원유 도입은 단발성에 그친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감산합의 이행으로 중동산 원유가격이 오른 반면 상대적으로 미국은 증산으로 원유가격이 낮아지자 단기적으로 원유 구입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는 모든 유전을 검토해 본다”며 “경제성이 있다는 전제 하에 미국산 원유 도입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