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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칼럼] 중국시장 위기 ‘3F(Fast, Flexible, Friendly) 전략’으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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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칼럼] 중국시장 위기 ‘3F(Fast, Flexible, Friendly) 전략’으로 접근해야

이지나 건국대 KU중국연구원 연구위원
이지나 건국대 KU중국연구원 연구위원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문제로 꼬였던 한중관계가 해빙기를 맞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실제 중국은 연일 유화적인 체스처를 보이고 있다. 중단됐던 양국 고위급 교류가 다시 시작됐고, 시진핑 주석의 한중관계 고도중시 발언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는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외교적인 이벤트’인지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사드 직격탄을 맞은 업계 분위기가 크게 호전 된 건 사실이다.

필자가 만나본 역직구 관련 이커머스 및 물류업계 종사자들, 중국 현지 진출 기업에게도 “상황이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단됐던 한국 제품 광고가 다시 등장했고, 한국상품 불매를 촉구했던 인민일보와 환국시보 등도 우호적인 보도를 내놓고 있다. 중국정부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이들 관영매체의 보도가 돌연 태도를 바꾼 것도 고무적이다. 중국시장을 연구하고 중국진출을 자문하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 ‘대륙의 문’이 다시 열리고 있다니 기분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다르다. 아직 사드배치에 대한 한중 양국의 입장은 바뀐 게 없고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기업은 사드보복 완화 여부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사드뿐 아니다. 중국시장 내 한국기업의 상황은 이미 녹록치만은 않다. 중국 로컬기업의 기술추격과 저가공세가 상상 이상이고, 세계 유수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기업은 이미 샌드위치 신세다. 새로운 복병은 중국정부의 노골적인 ‘홍색공급망(紅色供給網, red supply chain)’이다. 홍색공급망은 중간재 수입대체 전략이다. 소위 부품 조달부터 완제품까지 자국산으로 완결형 가치 사슬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중간재를 수출하던 한국기업은 설 땅이 없게 됐다. 하지만 중국시장의 잠재력은 대단하다. 중국시장은 한국시장의 14배 크기이고, 매년 한국시장의 1~1.5개 시장규모가 생겨나고 있다. 결국 중국시장은 생존경쟁의 시장이지만 포기 할 수 없는 시장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한국기업은 어떻게 중국시장에 접근해야 할까. 우선, 시장 흐름을 빠르게(Fast) 캐치하고, 유연하게(Flexible) 마케팅 방식을 진화해야 한다. 중국시장은 ‘상전벽해’라 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은 ‘현금 없는 사회’라 할 정도로 모바일 결제가 활발하다. 불과 1~2년 전만해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나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 마케팅이 유행했다. 최근에는 중국 소비시장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왕홍(網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왕홍마케팅’이 초미의 관심사다. 중소기업이 중국 전역을 포괄하여 마케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국 자사가 홍보하고 싶은 제품이나 콘텐츠를 중국의 성별•연령•선호하는 플랫폼 등 세분화하여 치밀한 타깃팅을 해야 하고, ‘왕홍마케팅’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시장 진입은 지역단위로 점→ 선→ 면으로 확장하여 시장에 침투해야 하고, 지역 유명브랜드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도 주효하다.

둘째, 중국말에 “한 울타리를 세우는 데 말뚝이 세 개 필요하듯이, 영웅도 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一个篱笆三个桩,一个好汉三个帮)”라는 말이 있다. 중국시장에서 중요한 건 파트너다. 복잡한 유통구조, 자금융통의 어려움, 꽌시 문화 등 중국 내수시장의 특수성으로 ‘친화적(Friendly)’인 파트너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현지 유통에 익숙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선장을 찾는 일은 중요한 과제이며, 중국 현지 직원 간 팀워크도 중요하다. 파트너는 ‘명성’보다는 파트너 간의 ‘질(質)’이 더 중요하다.

필자가 지난 몇 년간 기업실사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여기서 계속해서 생존해서 버텨나가려면 부단히 변화해야 한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건 시간문제다.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진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장이다”라고 말한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한국기업은 무엇보다 ‘빠르게(Fast)’, ‘유연하게(Flexible)’, ‘친화적(Friendly)’으로 중국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결국 3F(Fast, Flexible, Friendly) 전략이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이지나 건국대 KU중국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