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은 25일까지 17차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자충수’를 던지고 있다. 당초 특검은 수만 쪽에 달하는 서류증거 등을 무기로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반면 삼성 측 변호인단은 다수의 ‘새로운 정보’를 통해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진행된 16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의 기존 진술을 뒤엎는 의견을 제시해 재판장의 공기를 바꿨다.
당시 윤석근 대표는 “삼성 측이 일성신약이 보유한 주식을 9만원에 매수하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특검도 윤 대표의 증언을 발판 삼아 삼성이 그룹 현안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윤 대표 측에게 삼성이 청탁을 했을 것으로 짐작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러한 특검의 주장에 강하게 반박했다. 윤 대표가 언급한 주식 매수 청탁은 삼성 측이 제안한 것이 아니라는 것. 변호인단은 미래에셋증권 관계자가 윤 대표를 만나 목표주가를 물어봤고, 윤 대표가 9만원이라고 대답했다는 ‘방패’를 꺼냈다.
윤 대표도 ‘삼성 측으로부터 9만원이라는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해 변호인단의 의견에 수긍했다. 삼성 측이 꺼낸 방패가 특검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낸 것이다.
또한 특검 진술조서의 신뢰성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3차 공판에선 박재홍 전 승마 국가대표 감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를 지켜본 박 전 감독은 “저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구색 맞추기라는 단어도 내가 말한 내용과 다르다. 표현의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로 인해 ‘유도신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도 특검 측에 주의를 줬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 9차 공판에서 “특검은 피고인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봐서는 안된다. 표현도 완곡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표현을 삼가고 특검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라고 수정해 말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