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임 최종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김 회장을 제외하고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 딱히 없었다. 농협금융지주 임추위는 지난 3월 15일 첫 회의를 열었다. 19일까지 4차례 임추위가 큰 잡음 없이 진행돼 오는 24일 최종 확정할 것으로 예상됐다. 회장 선임은 임추위가 시작되고 40일 이내에 선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임기가 28일인 점을 고려하면 그사이 새로운 후보군을 검토할 시간적 여유도 없어 임추위 시작부터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혔다.
무엇보다 김 회장 연임의 가장 큰 이유는 실적이다. 2015년 취임한 김 회장은 ‘소통·현장·스피드·신뢰’라는 4가지 경영 철학을 내세웠다. 농협금융지주의 아킬레스건인 조선·해운의 심각한 적자를 빅배스 단행으로 다 털어냈다. 지난해 상반기 1조70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해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안고 시작했지만 하반기에는 52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동안 대기업에 너무 관대했던 시스템도 전면 교체했다. 수익률만 좇아 무조건 투자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취임 후 산업분석팀과 감리 인원을 충원하고 여신심사와 연계해 143개 업종을 다시 분석했다. 부실징후 조기경보시스템도 도입했다. 시스템적으로 부실 기업에 투자를 하는 사태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김 회장이 과거 수출입은행장으로 근무할 당시 다양한 구조조정 사례를 겪으면서 생긴 경험치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지난해 대우조선사태로 국정감사가 진행되면서 과거 국책은행장들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일었다. 당시 김 회장도 책임의 대상으로 지목이 됐지만 수출입은행장 재임 당시 워낙 철저하게 일 처리를 해둬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관료적 장점과 실무적 강점이 잘 조화된 CEO라는 평이 이래서 나온다.
김 회장의 연임이 유력했던 이유 중 다른 하나는 내부 지지도가 높다는 데 있다. 어느 조직이나 정부 낙하산에 대한 저항은 있다. 특히 금융권이 강한 편이다.
지금까지 금융지주는 관료 출신 낙하산이 회장을 해 온 부분도 있지만 농협 내부에서 김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긍정적’이다. 한마디로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임원들 입에서 나오기보다는 말단 직원들 입에서 먼저 나온다. 농협금융지주가 20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조직이긴 하지만 김 회장은 평소 직원들을 살뜰하게 챙기기로 소문이 났다. 그만큼 두루두루 조직에서 인심을 얻었다는 것이다. 과거 금융위 근무시절 공보관 업무도 수행한 김 회장은 사람들과의 적극적인 스킨십이 체질화됐다는 평이다.
현재 농가소득 5000만원을 슬로건으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 입장에서도 실력을 검증받은 김용환 회장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김병원 회장의 경우 지난해 부정선거 혐의로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21회차 공판이 진행되면서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결과를 무조건 낙관하긴 이르다.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관료출신 회장을 곁에 두는 게 여러 모로 정부와 관계에서 도움이 된다.
김용환 회장이 연임으로 농협금융지주 설립 이래 첫 연임 성공 사례가 됐다. 신충식 1대 회장이 취임 3개월 만에 물러났고 신동규 전 회장도 1년 만에 떠났다. 현 금융위원장인 임종룡 전 회장은 1년 8개월을 근무했다.
김진환 기자 gba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