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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 다시 살아난 ‘대우조선’… 남은 건 뼈를 깎는 구조조정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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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 다시 살아난 ‘대우조선’… 남은 건 뼈를 깎는 구조조정뿐

5회차의 사채권자집회가 99%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앞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적 구조조정이 진행된다.이미지 확대보기
5회차의 사채권자집회가 99%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앞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적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글로벌이코노믹 김진환 기자] 대우조선해양은 5회차에 걸친 사채권자집회가 무사 통과되면서 채권자들의 채무조정안 동의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대우조선은 17일과 18일 각각 3회와 2회, 총 5회에 걸친 사채권자집회를 진행했다.

다섯 차례 모두 채무조정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되면서 대우조선의 자율적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2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이 남아 있지만 이번 주말까지 모두 동의를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대우조선 자신의 손에 회사의 운명이 달렸다.
자율적 구조조정이 본격 시행되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이르면 이달 말부터 2조9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제공하게 된다. 이 돈은 현재 건조 중인 선박비용과 각종 하청 납품대금 등 유동자금에 활용된다. 마이너스통장처럼 필요한 자금이 있을 때 빼서 사용하게 되며 수익이 나면 바로 상환하는 구조다.

채권자들은 채권의 절반을 주식으로 받고 나머지 절반은 3년간 상환을 연기해 주면서 대우조선의 본격적인 생존을 독려하게 된다.

혹독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대우조선 측이 지난해 마련한 5조3000억원 규모 자구계획안은 현재 1조9000억원(전체 36%) 정도가 달성됐다. 3조4000억원을 스스로 더 모아야 한다.

조직도 슬림화 된다. 1만1261명(2016년 12월 말 기준)인 직원도 내년까지 9000명 이하로 줄인다. 전 직원의 임금도 10% 반납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임금 25%를 삭감했다.

체질도 바꾼다. 저가 수주의 주범인 해양플랜트 사업은 완전히 접는다. 고부가 상선과 방산 쪽으로 특화해 수익성을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12조7000억원대의 매출도 절반 규모인 6조~7조원으로 줄이면서 현재 마이너스인 영업이익을 1%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덩치는 작지만 강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후 업황을 고려해 조선 빅 2인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 매각을 추진한다는 게 정부와 채권단의 생각이다.

채무조정안 통과까지 난항이었다. 국민연금이 가장 큰 고비였다. 그동안 정부와 산업은행의 요구에 요지부동하며 끝까지 버티던 국민연금은 16일 밤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의 채무조정안에 최종 찬성했다. 기타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의 결정을 지켜보고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Pre-Packaged Plan, 사전회생계획제도)으로 바로 직행할 수 있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1조3500억원 중 3900억원(29%)을 들고 있다. 오는 21일 만기인 4400억원 중 1900억원(43%)을 보유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찬반 여부가 채무조정안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로 꼽혀왔다.
국민연금 측은 사채권자집회가 예정된 17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투자위원회를 열고 채무조정안에 찬성했다. 정부는 대우조선의 자율구조조정안을 기관들이 쉽게 동의하리라 여겼다.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을 설득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처음부터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줄기차게 정부당국과 산업은행을 압박했다. 노후자금에 불안을 느낀 연금가입자의 불만과 비난은 쏟아졌지만 적어도 ‘마구 퍼주기’의 오명은 벗었다. 게다가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까지 받아내 실리도 어느 정도 챙긴 셈이다.

대우조선이 법정관리는 피했지만 정부당국의 원칙 없는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은 피할 길이 없어졌다.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때도 지난해 말 2조8000억원의 자본 확충에 나설 때도 정부는 “추가 지원은 절대 없다. 이번이 마지막이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달 중순에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자 그동안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출자전환과 추가 지원을 통보했다. 정부가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P플랜의 배수진을 치고 채권단의 채무조정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시장원리도 구조조정의 원칙도 모두 저버리게 됐다.

대우조선의 자력 회생도 산 넘어 산이다. 올해 신규수주 목표액이 많이 남은 데다 상반기에는 대형 수주 물량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글로벌 수주 물량도 20%가량 줄 것으로 전망되고 보유 자산 매각도 적당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한동안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우조선의 주식거래는 하반기에 정상화 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 재개를 위해서는 먼저 감사의견 ‘한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계획대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목표한 수주액을 맞춰야 상반기 회계감사에서 ‘적정’ 등급을 받을 수 있다. 2년 연속 한정 등급은 바로 퇴출이다.

거래소의 상장 재심사도 까다롭다. 개선된 체질이 재무제표 상에 나타나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1년 간의 개선기간이 7월에 종료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이르면 올 9월, 늦어도 10월에는 거래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환 기자 gba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