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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鐵’ 아니면 다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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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鐵’ 아니면 다 바꿔라

[글로벌이코노믹 김종혁 기자] 자석을 들고 다녔던 ‘포스코맨’들을 아십니까.

고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철 성분의 유무를 따지기 위해 호주머니에 자석을 넣고 다닌다. 얼마나 잘 분류를 해내는 지가 고철의 값어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에도 자석을 신체 일부처럼 지닌 이들이 있었다. 벌써 20년이 넘는 과거, 신수요개발 업무를 맡았던 분들이다. 이제는 너무도 흔히 볼 수 있는 철로 된 전신주(전봇대)도 이들의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콘크리트 전신주를 찾기가 정말 어려워진 것 같다.

수요개발 업무를 맡았던 한 ‘포스코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의 얘기를 좀 과하게 표현하자면 선배들은 한 때 자석을 들고 다니며 "철이 아닌 것은 모두 바꾸자"는 결의에 찬 강렬한 눈빛을 지닌 종족이었다고 한다. 개척자 선구자의 심정이 아니었을까.


포스코의 수요개발은 2000년 이전부터 현재까지 약 20년 동안 진행되고 있다. 일반강을 고급강으로, 효율이 더 좋은, 작업자의 건강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모토 아래 이뤄져 왔다. 이것이 현재 포스코의 대표 전략인 솔루션마케팅의 효시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일반강을 고급강으로 만드는 ‘고도화’ 작업은 포스코만이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권오준 회장이 생명과 같이 여겼던, 이제는 포스코 고수익을 담당하는 월드프리미엄(WP) 제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효율이 더 좋은 강재는 자동차강판이 대표적인데, 일반강을 기가스틸(Gaga steel)로 획기적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건설 현장에 가면 가설재인 소위 ‘아시바’라고 불리는 단관비계가 있다. 포스코는 40Kg.f/m2의 하중을 견디는 비계의 성질을 70~80Kg.f/m2로 높였다. 강도를 높이고 무게를 줄여 작업자들이 기준치 무게 이상의 물건을 옮기는 부담을 줄이는 것까지 신경을 썼다.

이쯤돼야 고객사들이 철강 소재로 바꿀 생각 정도를 하지 않을까 싶다.

자동차 조선 외에도 건축 교량 등 눈에 보이는 곳은 모두 수요개발 대상이었고 솔루션마케팅이 모두 적용됐다. 제2 롯데월드의 철골조를 대표 사례로 들을 수 있겠다.

현재 포스코의 솔루션마케팅은 불황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단순한 판매 전략이 아니다. 수십 년에 걸쳐 현재까지 지속해 온 수요개발 활동이 지금의 포스코라는 철옹성을 쌓았다. 권 회장이 본업 강화에 집중하면서 꽃을 피운 것 뿐이다.

철강에도 4차 산업혁명이 대세로 인식되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이 최적의 조업 조건과 물류의 최적화 등의 효율성을 얼마나 높여줄 지 가늠조차 어렵다.

하지만 필요한 소재, 즉 신수요를 창출해 내는 것은 인간이 해야 할 몫이다. 전문 인력과 연구개발을 늦춰서는 안될 일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줄어든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지도 모를 일이다.

철강사들은 알루미늄 PET 플라스틱 강화섬유 등의 대체 소재에 도전을 받아왔다. 철강의 사양화를 주장했던 이들이 꼽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십 수 년, 몇 십 년이 지난 현재 철강은 보다 진화되고 있다. 이것이 십수년전 사양화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김종혁 기자 jh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