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1.25%로 결정했다. 8개월 연속 '만장일치' 동결이다. 불확실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과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국내 가계부채 등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어 선제적인 금리조정에 나서기 보다 향후 흐름을 더 지켜보기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는 금리 인상 압력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의사록을 보면 "물가 상승 압력을 제한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금리를 훨씬 빨리 올릴 수 있다"고 밝혀 3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프렉시트 등 유럽정치 리스크와 사드를 둘러싼 중국과의 무역 문제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가계부채도 부담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GDP대비 가계부채 총량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 "거시정책 관점에서 봐도 총량이 많고 미시적으로 봐도 취약가구가 문제"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부채 잔액은 1344조3000천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에 육박한다. 신흥국은 물론 OECD 국가들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한은이 상반기까지는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융안정 측면을 보면 미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도 있고 가계부채도 잡히지 않고 있다"며 "경기하방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은은 이를 재정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금리 변경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올해부터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가 연 12회에서 8회로 줄어 개최 주기가 6~8주로 길어졌다. 다음 금통위는 4월 13일에 열린다.
김은성 기자 kes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