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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 앞 통화정책 시계제로…트럼프·가계빚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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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 앞 통화정책 시계제로…트럼프·가계빚 주시

한국은행 기준금리 8개월 연속 만장일치 동결 … 통화정책 금융안정기조 이어질 듯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김은성 기자] 대내외 정치·경제 불확실성 고조로 통화정책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에는 금리 인상과 인하 압력이 동시에 작용해 금융안정에 방점을 찍은 통화정책 기조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1.25%로 결정했다. 8개월 연속 '만장일치' 동결이다. 불확실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과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국내 가계부채 등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어 선제적인 금리조정에 나서기 보다 향후 흐름을 더 지켜보기로 판단한 것이다.
한은과 기재부 모두 소비 부진으로 내수 회복세가 미약하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수출 회복으로 국내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지만, 소비는 전달보다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도 이날 소비절벽을 막기 위해 내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1분기 경제 성장률을 0% 중반 정도로 봤는데, 최근 소비가 꺼지는 것을 보면 1분기 경제성장 전망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는 금리 인상 압력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의사록을 보면 "물가 상승 압력을 제한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금리를 훨씬 빨리 올릴 수 있다"고 밝혀 3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프렉시트 등 유럽정치 리스크와 사드를 둘러싼 중국과의 무역 문제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가계부채도 부담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GDP대비 가계부채 총량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 "거시정책 관점에서 봐도 총량이 많고 미시적으로 봐도 취약가구가 문제"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부채 잔액은 1344조3000천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에 육박한다. 신흥국은 물론 OECD 국가들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한은이 상반기까지는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융안정 측면을 보면 미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도 있고 가계부채도 잡히지 않고 있다"며 "경기하방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은은 이를 재정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금리 변경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올해부터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가 연 12회에서 8회로 줄어 개최 주기가 6~8주로 길어졌다. 다음 금통위는 4월 13일에 열린다.
김은성 기자 kes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