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소식이 전해지며 미국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9.3% 급등하는 등 국제유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에 뉴욕 증시에서는 에너지주가 급등했지만 OPEC 감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특히 유가가 회복되면 OPEC의 최대 라이벌로 떠오른 미국의 셰일 업계가 생산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감산 합의는 이뤄냈지만 가격 상승은 기대 수준에 못 미칠 것이란 의견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OPEC 산유국의 감산에 대해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감산 합의는 어디까지나 ‘약속’일 뿐 위반을 규제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의 존재도 OPEC의 입지를 줄어들게 하고 있다. OPEC 산유국의 잇단 감산으로 전 세계 원유시장에서 OPEC의 시장점유율이 절반 이하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비OPEC 산유국의 세계 석유공급량 비중은 OPEC 산유국의 1.5배 이상이다.
이번 회의에서 OPEC은 하루 최대 생산량을 3250만 배럴로 한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10월의 일일 생산량보다 120만 배럴을 줄이는 것으로, OPEC이 산유량을 줄이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 등 3대 OPEC 산유국들이 각자의 주장만 고집하며 난항이 예상됐지만 “우선 유가부터 살리자”는 데 동의하며 예상보다 빨리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OPEC의 감산 합의 소식에 비OPEC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도 일일 평균 30만 배럴 감산 의사를 밝혔다.
한 업계 전문가는 “셰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OPEC 산유국들은 예전 수준의 가격대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2008년 7월 국제유가는 사상 최고치였던 배럴당 147달러를 기록했지만 9월 리먼쇼크 사태로 한 달만에 절반 수준인 70달러대로 떨어졌다. OPEC은 같은해 10월 대폭 감산의 결정했지만 수요 감소세가 이어지며 12월에는 배럴당 40달러대까지 떨어지며 바닥을 쳤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