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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600억대 슈퍼컴 선정 잡음...3대 의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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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600억대 슈퍼컴 선정 잡음...3대 의혹은?

“경쟁사 배제한 불공정 입찰·특정사 단독수주 유력·BMT배점도 특정칩 편향"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그래픽칩(GPU)시스템을 원천 배제한 불공정한 입찰’ ‘덤핑 발주에 따른 사실상 한개 업체 밀어주기’ ‘특정 칩에 절대 유리한 BMT 프로그램 배정’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원장 한선화)가 이달 말까지 600억원대 슈퍼컴 입찰을 준비중인 가운데 이같은 의혹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KUSTI가 도입하려는 슈퍼컴5호기의 이론성능은 25.7페타플롭스(1페타플롭스=초당 1000조회 부동 소수점 연산)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ISTI는 제안요청서(RFP)상에서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제온파이(Xeon Phi)만을 사용토록 지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 결과 ▲CPU를 사용한 업체 가운데에서 사실상 인텔코리아만 입찰가를 맞출 수 있게 만들었다(타사는 자연 배제시켰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게다가 ▲100점 만점인 벤치마크테스트(BMT) 평가 구성 항목 가운데 50점인 응용프로그램 BMT배점을 인텔 CPU시스템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프로그램으로 제시해 사실상 특정업체 위주밀어주기 입찰이라는 평가가 자자하다. 이는 더 나은 칩 성능을 가진 인텔 경쟁사 엔비디아를 제외한 결과라는 점에서 불공정 경쟁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칩 이외의 주변기기 스펙들도 인텔과 특정사 밀어주기이란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GPU배제한 불공정 입찰 아닌가?...“제온파이 CPU만 가능”?

KISTI RFP에서 드러난 최대 의혹은 사실상 인텔 제온파이 칩 방식만 제안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시스템 HW 제안 요건 항목 3.2.2.2.M에서 ‘노드당 96GB 이상의 메인메모리(off-package memory)를 장착해야 하며 6채널 DDR4 ECC를 지원해야 한다’는 항목을 대표적 불공정 입찰의 대표적 사안으로 꼽고 있다.
KISTI가 슈퍼컴 5호기 입찰을 앞두고 특정사 칩 기반의 슈퍼컴 선정을 포함한 3대 의혹 등 잡음에  휩싸였다. 특정사 칩을 사용한 HPC밀어주기는 물론, 사실상 단 한개 업체만이 제안할 수 가격책정,  특정 칩에 유리한 BMT성능 배점 조항 등이 그것이다.  굳이 테이프방식의 저장장치를 사용하려는 데 대한 의문과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교체 대상인 KISTI의 기존 슈퍼컴 4호기. 오라클로 인수된 선사의 블레이드코어 기반 슈퍼컴이다. 사진=KISTI
KISTI가 슈퍼컴 5호기 입찰을 앞두고 특정사 칩 기반의 슈퍼컴 선정을 포함한 3대 의혹 등 잡음에 휩싸였다. 특정사 칩을 사용한 HPC밀어주기는 물론, 사실상 단 한개 업체만이 제안할 수 가격책정, 특정 칩에 유리한 BMT성능 배점 조항 등이 그것이다. 굳이 테이프방식의 저장장치를 사용하려는 데 대한 의문과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교체 대상인 KISTI의 기존 슈퍼컴 4호기. 오라클로 인수된 선사의 블레이드코어 기반 슈퍼컴이다. 사진=KISTI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를 만족시키는 칩은 인텔 CPU(모델명 제온파이 7290F) 밖에 없다”며 인텔 CPU 슈퍼컴 밀어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모두 알다시피 알파고에서도 CPU 1202개는 시스템 운영에만 사용됐고 GPU 176개만으로 그 어려운 고속연산을 했는데 GPU만 쏙 빼놓은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제온파이 7290F 덤핑...가격 맞출 업체는 단 하나?

두 번째 의혹은 KISTI의 제안조건에 맞춰 제온파이 7290F을 사용한 시스템을 납품할 경우 사실상 시가보다 훨씬 낮은 덤핑가에 공급해야 하는데 이를 맞출 업체는 사실상 인텔코리아 밖에 없다는 점이다. 자연스레 사실상 공급사가 확정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제온파이 7290F CPU는 개당 6254달러(716만원)로서 이를 사용하면 8200~8600대의 시스템(HPC)으로 슈퍼컴을 구성하게 된다. 이것만으로 최소한 587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스위치와 메모리 등을 포함시키면 총액은 700억~900억원대까지 불어난다. 따라서 이를 600억원대에 맞출 수 있는 업체는 인텔본사의 정책적 의지를 반영한 인텔코리아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 가격에 25.7테라플롭스 성능에 해당하는 8200~8600개 상당의 칩을 구입해 시스템을 구성하려 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그 가격에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답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600억원에 제온파이칩 기반 슈퍼컴을 공급하려면 인텔 본사의 정책적 가격 외에는 불가능하며, 그 유일한 곳이 인텔 코리아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인텔코리아 측은 KISTI슈퍼컴 입찰(외자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 “확인해 드릴수 없다”고 말했다.

■BMT도 인텔 칩에만 유리한 프로그램으로 50점을 배점?

업계 전문가들은 “‘4.1.2.4. 성능시험 항목을 위한 BMT프로그램’의 BMT프로그램 리스트역시 제온파이 프로세서 외에는 연산하기 불리한 프로그램으로 100점 만점에 50점이나 배점을 하고 있어 마지막까지 인텔칩 밀어주기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전문가는 “50점이나 차지하는 응용소프트웨어 성능시험 항목을 보면 전체 슈퍼컴 성능을 대변하는 보편적 프로그램도 아니면서도 단지 제온파이 프로세서 시스템 구동시에만 절대 유리하게 돼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했다.

■CPU외 부속장치 스펙관련 이견 제시에도 묵살...특정업체 편의주는 스펙 맞추기?

이밖에도 RFP상의 의혹은 끊이지 않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일시스템을 ‘오픈 소스’로 요청했지만 상용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이 안되는 얘기를 하고 있다. 원하는 오픈소스는 ‘Lustre’만 해당이 되도록 했다”며 “장애 발생시 인텔을 통해서만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RFP에서 ‘테이프장치로 오라클을 구매(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제시한 부분에 대해 “이는 논의 과정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가 최종 RFP에서 갑자기 나왔으며, 나라장터의 이견 제시시 묵살을 당했다. 5년이 넘은 제품을 다시 사용하라는 것인데 신규로 구매하는 것이 더욱 가격경쟁력이 있음에도 특정 업체를 두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또다른 전문가는 “테이프방식으로 기존 레거시 데이터를 유지하겠다는 얘기인데 데이터만 저장목적이라면 HDD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굳이 더 비싼 테이프장치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재구 기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