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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카드 받은 외환당국, 원달러환율 하락 vs 반전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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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카드 받은 외환당국, 원달러환율 하락 vs 반전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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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관찰대상국의 리스트에 올리며 원달러환율이 어느 쪽 방향에 힘이 실릴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이 대규모 환율시장개입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는 점에서 원달러환율 하락전망이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재료노출에 따른 불확실성해소로 원달러환율이 강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포함 일본, 중국, 대만, 독일 관찰대상국 지정

자료=하이투자증권, 미국 환율보고서에 언급된 주요국 심층대상여부 평가결과
자료=하이투자증권, 미국 환율보고서에 언급된 주요국 심층대상여부 평가결과
우리나라의 환율조작 의심국 지정유무로 관심을 모았던 환율보고서의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미국 재무부의 반기환율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조작국 지정은 없었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대만, 독일은 관찰 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지정됐다.
환율조작국 지정 전 단계인 심층관찰대상국 판단기준(criteria)은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흑자, GDP 3% 초과 수준의 경상흑자, GDP 2% 이상 규모의 일방향 환율 개입(one-sided intervention) 등이다.

우리나라는 이 세 가지 요건 중 두 요건(대미 무역 흑자,GDP대비 경상흑자)에 해당해 감시 대상국으로 지정되었다. 아울러 미국 재무부는 우리나라가 작년 하반기부터는 그동안의 원화강세 방어가 아니라 원화 약세에 대한 방어 성격의 환율개입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환율관찰대상국 지정으로 원달러환율이 약세 쪽으로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외환시장개입에 대한 운신의 폭이 축소된 탓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원/달러 환율의 경우 한국을 ‘심층분석대상국’이 아닌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부가 원화 강세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원화 강세 심리를 자극할 여지가 있다”라며. “특히, 원화와 위안화, 엔화 등 아시아 통화 등이 자칫 투기세력의 공격 대상이 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도 원화 강세 심리가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도 “다음 반기 환율 보고서(10월 15일 예정)에서 환율조작국에 포함될 경우, 재무장관 회담을 통해 환율 저평가해소 또는 대미 무역정책 수립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이후에도 시정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금융지원 차단, 무역거래 상 불이익 등을 받는다”라며 “외환 당국은 기존 정책 노선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언급하고 있으나 이 같은 리스크로 인해 개입규모는 약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연구원은 2분기 중 원화약세를 좀더 용인해 놓을 필요가 있다며, 2분기 중 원/달러 환율이 1200원 부근까지 반등한 뒤 하반기 중 1100원 초, 중반대로의 반락 흐름을 예상했다.

◇불확실성 해소, 펀더멘털요인 부각시 원달러환율반전

자료=IBK투자증권, 월별 원/달러 환율이 전월대비 상승(원화 절하)한 횟수
자료=IBK투자증권, 월별 원/달러 환율이 전월대비 상승(원화 절하)한 횟수
반면 이번 발표로 환율조작국지정에 따른 무역제재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단기적으로 원달러환율이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안익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환율보고서의 경우 무역제재 우려 때문에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지만 이번 발표에 따른 불확실성 완화로 원화 강세 재료가 약화됐으며 최근 그리스 문제가 재부각될 조짐을 보여 5~6월에는 원화와 이머징 통화의 약세가 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때 1130원에 근접했던 원달러환율은 5~6월 레벨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 환율보고서 발표가 시장에서 불확실성요인해소로 해석될 경우 펀더멘털이 원달러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주었다는 것과 통화정책에 따른 환율변동을 문제 삼지 않은 점에서 외환시장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라며 “펀더멘털 측면에서 아직은 미달러화의 장기강세 국면이 종료됐다고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며 외환시장의 중요한 이벤트였던 이번 환율보고서 발표 후에는 점진적으로 펀더멘털의 방향성을 다시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의 모멘텀이나 위험요인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 펀더멘털의 방향성에 초점을 맞출 경우 아직은 점진적인 달러 강세국면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최성해 기자 b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