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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깜짝통화완화', 원화강세 랠리 '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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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깜짝통화완화', 원화강세 랠리 '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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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싱가포르가 예상을 깬 통화완화정책을 내놓았다. 당장 싱가포르달러(SGD)가 달러 대비 약세로 전환하고 원화강세가 제동이 걸리는 등 아시아 외환시장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싱가포르 통화청, 완화적 스탠스로 선회…아시아 외환시장 '출렁'

자료=HMC투자증권, 싱가포르, Oil 관련 품목의 높은 교역 비중
자료=HMC투자증권, 싱가포르, Oil 관련 품목의 높은 교역 비중
싱가포르 통화청(MAS: 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이 지난 14일 환율밴드의 기울기를 0%로 낮췄다고 밝혔다. MAS의 환율정책은 환율이 움직일 수 있는 폭(정책밴드)을 정해놓고, 밴드의 폭과 기울기, 중앙값을 조정하는 형태로 통화정책을 운용한다. 기울기를 0%로 낮춘 결정은 종전의 완만하고 점진적인 절상기조(a modest and gradual appreciation path)에서 보다 완화적인 스탠스로 방향을 돌렸다는 뜻이다.
밴드기울기를 0%로 조정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단 MAS는 이번 통화정책변경이 싱가포르달러의 평가절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장은 MAS의 해명과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MAS 완화책 발표 이후 싱가포르달러(SGD)는 미 달러 대비 약세로 전환하며 1% 이상 절하됐다. 원달러환율도 이에 연동되며 전일대비 10.9원의 급등하며 외환시장은 크게 요동치는 모습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은 싱가포르가 장기 저유가에 따른 디플레이션압력과 대외 교역 여건 악화에 따른 경기 둔화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은 분기대비 0.0%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로도 성장률은 1.8%에 그쳤다. 지난 2012년 3분기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성장률(최저는 2015년 2분기)로 경기둔화조짐이 경제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물가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며 디플레이션우려를 낳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개월 연속 최장기 하락세다. 생산자 및 수입물가 상승률은 지난 15개월 가운데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릿수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경기둔화 불확실성으로 확대, 중국 위안화가치절하 등으로 원화강세에 '불똥'

자료=대신증권,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하는 모습
자료=대신증권,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하는 모습
MAS 깜짝 완화발표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글로벌 경기하강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확대되며 대부분 아시아 통화들이 약세로 돌아섰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원화는 약세의 진원지인 싱가포르달러(SGD)의 가치절하폭과 비슷한 1%에 가까이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매크로환경의 변화로 원화강세국면을 이어가기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세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싱가포르의 완화 움직임에 아시아 통화가 약세로 움직였고 중국이 대응 차원에서 위안화 가치를 큰 폭으로 내렸다”라며 “최근 위안화와 동조하는 흐름을 보이는 원화인만큼 싱가포르와 중국의 영향에 원화가 강세재료가 많음에도 약세를 보인 것이다”고 분석했다.

MAS의 통화완화정책을 통해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음이 입증된 만큼 원화강세랠리가 마무리국면에 진입했다는 관측이다.

변지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외인의 대규모 주식 순매수 등 자금 유입이 원달러환율의 반등을 제한하고, 국내 정책당국의 완화스탠스는 일보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환율의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라며 “하지만 대내외 경기하강위험이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화의 강세도 마무리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최성해 기자 b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