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4차 산업혁명으로 '제2 한강의 기적' 만들자

공유
8

4차 산업혁명으로 '제2 한강의 기적' 만들자

[미래전략가 박경식의 미래진단:응답하라 2020] <6> 4차산업 혁명과 미래일자리 창출

2020년까지 주요국에서 710만개 직업 사라져

4차 산업혁명 파급력 대단 위협 있지만 절호의 기회

현재 인류 대표인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간 세기의 대결을 벌인 결과 알파고가 4:1로 승리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이 대회는 인공지능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음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필자는 지난주 이세돌과 알파고가 대결하기 전인 8일 중견중소기업CEO 대상 최고경영자과정 입학식 개강특강으로, ‘저성장 시대 위기분석과 미래먹거리 산업’이란 제목의 강연을 하였다. 당시 50여명의 참가자 중에 알파고가 이길 것에 배팅한 사람은 필자를 포함하여 단 4명뿐이었다. 과정 참가자들은 거의 국내 ICT 관련기업 대표이거나 국가 및 공공기관의 정보 및 정책 책임자 및 고위임원들이었다.

그들조차도 알파고의 능력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일까? 필자는 이미 알파고가 단연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알파고는 작년 10월에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에게 5판 전승했다. 그 이유는 미래학자들은 이미 대결전에 알파고가 전승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이길 때만, 이길 수밖에 없을 때 도전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국내 굴지의 건설엔지니어링 대기업에서 ‘미래변화와 메가트렌드로 본 미래산업’이란 주제로 기술부서 전 간부들에게 강연하였을 때, 그들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부족과 미래 먹거리 산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며, 특히 자신들의 미래 일자리에도 불안감을 보였다. 왜 이처럼 미래 먹거리와 미래 일자리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을까? 그 이유는 아직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국가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심각한 중요성과 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열린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모이는 제46차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포럼 창설자이며 회장인 클라우스 슈왑은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 다가올 변화의 규모와 속도, 파급력은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전혀 다를 것이다”면서 올해 중요 논의 과제로 4차 산업혁명을 꺼내들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미래를 펼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미래를 펼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사진=뉴시스
WEF는 ‘제4차 산업혁명’을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나노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8세기 1차 산업혁명이 기계화 과정에서 물과 증기의 힘을 사용했다면, 19세기 2차 산업혁명은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 대량생산 체제를 만들어 냈고, 20세기 3차 산업혁명에선 전기기술과 정보기술을 이용해 자동화된 생산체계를 만들어냈다. 아직 구체적으로 모습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혁명이라는 3차 산업혁명 과정의 기반 위에서 창조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디지털, 바이오 등 기술 사이의 융합이다. 융합으로 새로운 혁명이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한편 WEF는 지난 1월 ‘미래고용보고서(The Future of Jobs)’를 발표하며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사회적 변화로 기존의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예고하였다. 160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WEF는 인공지능 등 파괴적 기술이 주도할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직업군과 개념 규정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자동화와 소비자와 생산자 직거래 등으로 오는 2020년까지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주요 15개국에서 710만 개의 직업이 사라지는 반면 로봇을 비롯한 새롭게 등장하는 파괴적 기술이 만들어낼 일자리는 200만개에 불과하다는 전망이다.

1차 산업혁명 당시 기계가 인력을 대체해 해고된 노동자들이 러다이트(기계파괴) 운동을 벌였던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사라지는 일자리는 사무직 및 관리 직종에 집중돼 있을 것이라고 WEF가 전망했다. 반면 컴퓨터, 수학, 건축, 엔지니어링 관련 분야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WEF 보고서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하였는데 사무직 및 관리직종은 향후 5년 내에 476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 뒤를 이어 제조 및 생산 분야 역시 일자리 161만개가 없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업무 환경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고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예전에 비해 좀 더 유연한 업무 구조, 특히 인력 구조 변화가 중요하다고 WEF가 지적했다. 앞으로 기업들은 소수의 핵심 직원들을 중심으로 인력 풀을 형성하면서 프로젝트별 계약 직원으로 보충하는 방식의 채용 구조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3D 프린팅을 비롯해 로봇 공학, 빅데이터, 바이오기술, 클라우드 기술 쪽은 채용에 부정적인 영향도 미치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WEF가 예상했다. 클라우스 슈왑 WEF 창설자는 “인재 부족, 대량 해고, 불평등 심화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선 일터를 변화시키는 작업에 투자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특히 성인 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한 투자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슈왑 회장은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국가들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미국의 사물인터넷(IoT) 생태계 주도권 확보를 위한 산업 인터넷, 일본의 로봇 신전략,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으로 위대한 부흥을 꿈꾸는 제조 2025, 인도의 모디 정부의 야심찬 프로젝트 제4차 산업혁명 전략인 ‘디지털 인도’ 등이 꼽힌다. 한국 역시 최근 ICT 융합 기술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4차 산업혁명에의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자율주행차량, 3D프린팅,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몰고 올 혁명적인 변화를 지칭하는 말로, 이 기술들이 촉발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생산, 경영, 산업 지배구조를 완전히 바꿔놓게 된다는 것이다. 전 세계인들이 연결되면서 직업의 기본 개념과 작동 방식 자체가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세계의 산업구조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새로운 물결임에 틀림없다. IT산업은 전통적 중후장대 산업보다 생산성은 높지만 고용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구조였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IT기술이 일자리를 위협했던 것보다 훨씬 파괴적인 양상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순기술직은 일자리를 잃거나 저임금에 처할 수 있고, 로봇과의 경쟁이 본격화할 사무·행정직까지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으며, 국가별로도 희비가 엇갈려서, 선진국이 신흥국보다 4차 산업혁명 이득을 더 크게 누린다.

저숙련·저비용 노동에 의존했던 신흥국은 자국의 이점을 잃어버리고 역풍을 맞아 선진국은 상대적인 승자가 된다. 피터 브라벡 네슬레 회장은 “기계에 빼앗긴 일자리를 대체할 다른 일자리가 생기지 못하면 몇몇 국가는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고, 세바스찬 구글 부사장은 “새로운 기술 출현으로 언제나 새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직업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올라타면 승자가 될 수 있지만, 낙오하면 일자리를 다른 국가나 기업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가 4차 산업혁명 적응 순위에 한국을 25위에 둔 데서 보듯,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우리가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으려면 규제장벽을 허물고, 클라우스 슈왑 회장의 경고처럼 새로운 환경에 대처할 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교육개혁이 필수적이다.

4차 산업혁명 수혜자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한다고 UBS보고서는 지적했다. 교육시스템, 사회기반시설, 법 체제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체계를 잡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고숙련 노동력 수요에 빠르게 적응하고, 첨단기술 제조업과 지식기반 사업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자동화와 연결성이 비즈니스 현장을 재편하면서 전통 산업은 붕괴에 직면하게 되므로, 새로운 기술인력을 확충하고 기존 인력도 신기술로 무장시켜야 한다. 이미 일본과 중국에 샌드위치 신세인 신(新) 넛크래킹에 빠져 더이상 허송세월을 한다면 희망이 없으며, 자칫 4차 산업혁명에서 낙오하게 될 것이다.

한편, 저서 ‘제3차 산업혁명’으로 유명한 사회사상가 제레미 리프킨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교수는 ‘과연 인류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는 있는가?’라는 질문에, “3차 산업혁명, 그 외의 대안은 없다. Plan B는 없다. 재생에너지 외에 지속 가능한 에너지 대안은 없다. 3차 산업혁명을 통해 다가오는 석유경제 이후 시대에는 재생에너지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결합해 산업 혁명을 이뤄낼 것, 즉, 각자가 집에서, 사무실에서 녹색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인터넷 등의 네트워크로 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3차 산업혁명이 이뤄진다”고 예견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제3차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한 제조업의 디지털화와 3D 프린팅의 활용은 확산되고 있으며 관련 시장도 점차 형성되고 있다. ‘롱테일 경제학’의 저자이자 ‘Wired’ 잡지의 전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은 이러한 변화를 ‘Maker Space’의 출현으로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로 연결된 네트워크와 어디서나 가능해진 컴퓨팅 파워가 3D 프린터나 세계 각지 공장과 연결되면 거대한 Maker Space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Maker Space가 출현하면 이제 제조업에서 제조 부분을 제외한 설계, 유통, 판매, 관리 등의 부분은 모두 네트워크를 통해서 해결 가능해지고, 제조업의 디지털화가 촉진되어 실제 제조를 담당하는 ‘Maker Space’가 확대되면서 ‘Mass Customization’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바로 제 3차 산업혁명이다.

2016년 9급 공무원 시험에 22만명이 응시하였고 행정고시 등 기타 공무원 시험준비생을 포함하면 수십만명이 된다. 하지만 그들이 하고자 하는 행정공무원 역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미래에는 그 일자리 역시 안정적이지 못할 것이다. 더 이상 우리의 저출산·고령화 위기, 에너지자원의 위기, 고비용·저성장, 7포세대, 고용절벽 등 수많은 위기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닥쳐올 것이다. 이제 우리는 WEF 2016에서 말한 4차 산업혁명과 제라미 러프킨의 제3차 산업혁명, 이코노미스트의 3차 산업혁명을 통해서 우리의 미래경쟁력과 일자리를 적극 창출하여야 한다. 국가와 공공기관, 기업의 정책부서는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고, 그 속도와 파급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4차 산업혁명은 우리 경제, 주력산업, 일자리에 대한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동시에 미래의 다시없는 절호의 기회임을 인식하고, 지속적이고 혁신적인 교육 등을 통해서 대비해야 할 것이다.

-미래는 이미 와있다. 다만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고, 우리가 모를 뿐이다-

박경식 미래전략정책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