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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가 싹쓸어간 한국산 마유크림..대박 나니 '짝퉁'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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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가 싹쓸어간 한국산 마유크림..대박 나니 '짝퉁' 천지

[글로벌이코노믹 이세정 기자]

# 유커 사이에서 한국으로 여행가면 꼭 사야한다고 소문난 주황색 크림, 중국 내 명성이 자자한 클레어스 '게리쏭 마유크림'이다. 서울 명동 화장품 가게에서 주황색 크림을 구매한 중국인 A씨는 심각한 피부 트러블로 클레어스에 환불을 요청한다. 그러나 클레어스 직원 손에 들린 주황색 크림은 디자인만 비슷한 '짝퉁 마유크림' 이었다.


‘마유크림’의 광풍적 인기에 많은 업체들이 ‘마유’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짝퉁’ 마유크림까지 등장하면서 한류 화장품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클레어스는 지난해 2월 말 기름을 원료로 한 ‘게리쏭 라인’을 출시했다. 시장포화와 내수침체가 매출부진으로 이어지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 특히 ‘큰손’으로 불리는 중화권 구매자들을 공략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사진=클레어스 '게리쏭 마유크림'
사진=클레어스 '게리쏭 마유크림'
지난해 5천만개가 팔려 나가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마유’는 중국 고전의학서에 △주름 △기미 △주근깨를 다스리고 거친 피부를 부드럽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유커들이 특히 ‘마유크림’에 열광하는 이유다.

반짝 흥행도 잠시 클레어스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게리쏭 마유크림’이 유커들의 폭발적인 지지로 엄청난 매출을 올리자 미투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됐다. △엘리자베카 ‘스팀마유크림’ △이월화백 ‘마유크림’ △더샘 ‘마유 수딩젤 크림’ △잇츠스킨 ‘제주마유크림’ 등이다. 중소업체 뿐 아니라 중견 브랜드까지 가세했다.

일부 업체는 중국 소비자를 집중 겨냥한 수출·면세점 전용 제품을 출시했다. 가격적인 면에선 저렴한 8000원부터 고가인 8만6000원까지 다양했다. 유커들의 입맛에 맞게 출시된 마유크림은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 원조 ‘게리쏭 마유크림’의 벽을 뛰어넘기 힘들었던 일부 업체들은 유사한 이미지로 포장된 제품까지 내놨다.

사진=토니모리 '프리미엄 알엑스 홀스유 크림'
사진=토니모리 '프리미엄 알엑스 홀스유 크림'
토니모리 ‘프리미엄 알엑스 홀스유 크림’은 ‘게리쏭 마유크림’과 △디자인 △케이스 △색상 등이 비슷하다. 오프라인 판매는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유커 상권’으로 불리는 명동 매장에서만 판매한다. 실제 토니모리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클레어스로 클레임을 거는 경우도 있었다.

은율 마유크림도 ‘게리쏭 마유크림’과 외형 디자인이 비슷해 요커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게리쏭 마유크림’의 제품 이미지를 모방한 업체는 8곳에 달한다. 미투제품 및 가품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클레어스 관계자는 “화장품 업계에서 히트 성분을 따라하는 경우는 있지만, 패키지를 비롯해 디자인·색상까지 따라해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모 뷰티 프로그램에 ‘게리쏭 마유크림’이 소개되면서 유커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알려졌다. 이미 수많은 미투제품과 가품들로 골머리를 앓던 게리쏭 마유크림은 이번 방송으로 더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짝퉁 제품들의 국내 유통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클레어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마유 원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가품들과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게리쏭 마유크림’은 독일산 마유 성분을 이용한다. 독일은 말기름 상용화를 위한 조합이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반면 타 업체들은 저마다 마유 성분을 강조한 마케팅을 진행 중이지만 정확한 정제과정 및 원료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또 클레어스는 모조품 방지를 위해 홀로그램 스티커를 도입했다. 그러나 홀로그램까지 베끼는 제품이 등장하자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위조방지 스티커를 부착했다.

클레어스 관계자는 “한국 사람의 경우 브랜드를 살펴보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브랜드 개별의 가치를 따지기 보다는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먼저 생각한다”며 “가품들은 한국 화장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세정 기자 sjl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