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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일본 석유업계 재편 움직임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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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일본 석유업계 재편 움직임과 시사점

[글로벌이코노믹 장민호 기자] 일본 정유업계의 재편은 지난 2010년 신닛폰(新日本) 석유와 신닛코(新日鉱) 홀딩스(HD)가 경영 통합을 하여 JX홀딩스(JXHD)가 출범하고부터 시작되었다. 작년 2월에는 히가시모에(東燃) 제너럴석유가 미쓰이(三井)석유를 인수했다.

또 업계 3위인 코스모석유와 4위인 히가시모에제너럴석유는 올해 1월 지바현(千葉県)에 있는 양사의 주력 정유소를 통합 운영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한다. 이데미츠의 쇼와셸 인수 협상으로 일본 정유업계 재편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개시된 일본 정유업계 2위인 이데미츠흥산(出光興産)이 5위의 쇼와쉘(昭和)석유를 인수하는 협상을 통해 경영규모 확대를 노린다. 올봄에 기본 합의를 도출하기를 원하지만 가족 경영 색이 짙은 이데미츠와 외국자본계인 쇼와쉘석유 사이에는 기업 문화가 크게 다르다. 특히 매수되는 측인 쇼와쉘석유에 혼란과 불안이 확산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데미츠와 쇼와셸의 2013년도 연결매출액의 단순합계는 약 8조 엔으로, 1위인 JXHD의 약 12조 엔에 이어 3위인 코스모석유의 약 3조 엔의 2배를 훨씬 넘어선다. 양사의 휘발유 일본 국내 판매 시장점유율의 단순합계도 30%를 넘어 1위인 JXHD의 34%에 육박한다.

이데미츠의 정유소는 홋카이도(北海道), 지바현, 아이치현(愛知県)에 있고, 쇼와쉘은 가나가와현(神奈川県), 미에현(三重県), 야마구치현(山口県)에 있어 지역적으로 중복되지 않는다. 거점별로 최적의 제품을 생산하여 효율성을 향상시키는데, 앞으로는 통폐합이 과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계열 주유소를 통폐합한다든가, 생산하는 석유제품의 종류를 분리하는 등의 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고자 한다. 규모의 확대로 인해 산유국과의 가격 협상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신닛폰석요의ENEOS
▲신닛폰석요의ENEOS

◇ 재편 움직임의 배경

이데미츠흥산이 쇼와쉘석유의 인수 협상에 나서는 것은 일본 국내의 석유 제품 수요 감소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배경에 있다. 저출산과 저연비 자동차의 보급 등으로 일본 국내 휘발유 판매는 10년 사이에 약 20% 감소했다.

석유제품의 일본 국내 수요는 2011년도의 2억4597만kL를 정점으로 감소 경향이 이어져, 2024년도에는 20% 감소한 1억9752만kL까지 떨어진다. 일본 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2030년도에는 10% 가까이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대해 일본 국내의 정유회사들은 업계 재편으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원유 가격의 하락이 메이저의 경영에 타격을 주고 있다.” 정유업체의 어떤 간부는, 일본에서 업계 재편 움직임이 일어난 또 다른 하나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수익이 떨어지고 있는 로얄 더치 쉘은 2015년까지 2년간 150억 달러의 자산을 매각할 방침이다. 또한 영국의 대형 석유업체인 BP도 2015년 말까지 10억 달러 규모의 구조 조정을 실시한다.

원유 가격은 미국산 표준유종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선물 가격이 근년에 1배럴=100달러가 넘는 고수준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셰 일 오일’의 증산과 세계경제의 침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난해 11월의 감산 보류 등으로 인해 12월에는 2009년 7월이후 처음으로 60달러선이 붕괴되었다. 올 1월 들어서는 5년8개월 만의 최 수준인 1배럴=50달러선도 무너지는 등 메이저의 수익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쇼와셸석유의 최대 주주인 로열얄 더치 쉘도 원유 가격 하락이 실적의 무거운 부담이 되고 있어, 자산 매각을 통해 사업의 개편을 서두른다. 가령 주식의 공개 매입(TOB)에 의한 쇼와쉘 주식의 매수를 제안 받게 된다면 그에 응할 소지는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쇼와쉘석유정유소
▲쇼와쉘석유정유소

◇ 쇼와쉘석유를 상징하는 ‘조개껍데기’가 사라질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점포의 마크가 어떻게 되는가다. 어느 쇼와쉘계의 주유소 관계자는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쇼와쉘계의 주유소라고 하면, ‘조개껍데기’의 마크로 잘 알려져 있다. 주유소 측의 애착은 강한데, 가령 이데미츠에 매수되는 경우 이 마크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2010년에 신닛폰(新日本)석유와 신닛코(新日鉱)홀딩스가 경영통합하여 JX홀딩스(JXHD)가 탄생할 때 최대 업체인 신닛폰석유의 ‘ENEOS’는 남았지만 신닛코의 ‘JOMO’가 소멸된 역사도 있다.

이데미츠와의 협상이 분명해진 작년 12월 20일, 쇼와쉘은 “다양한 선택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이데미츠와도 협의를 하고 있다”는 코멘트를 발표했다. 위의 쇼와쉘계 주유소 관계자는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향후 협상의 행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반쯤은 단념한 표정이다.

◇ 이데미츠와 쇼와셸의 기업문화가 협상의 난항 예고


이데미츠흥산의 창업자인 이데미츠(出光 佐三)는 역사소설 '해적이라고 불린 남자'의 주인공 모델로도 유명하고, 가족 색이 강한 경영이념을 관철했다. 한편 쇼와셸은 석유 메이저인 영국과 네덜란드의 로열 더치 셸이 최대 주주인 외국자본계다. 너무 다른 사풍으로 쇼와셸 측의 거부감은 완강하여, 미데미츠의 회장도 “매수당하는 측의 마음을 생각하면, (협상은)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경영 효율화를 목표로 한 업계 재편의 흐름은 정지될 것 같지 않다. 저출산에 따른 시장의 축소와 하이브리드차로 대표되는 저연비차의 보급으로 일본 국내의 석유 수요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일본 정부도 석유업계에 정유능력의 삭감 요구하고 재편 지원


이러한 수요 감소를 배경으로 일본 경제산업성은 과잉 정유능력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에 있는 전체 23개 정유소의 재편․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1일 395만 배럴의 생산 능력을 2016년 3월 말까지 10% 삭감하도록 요구했다.

이데미츠, 쇼와쉘의 재편도 후원할 방침인데, 양사가 '산업 경쟁력 강화법'에 기초한 사업 재편 계획의 인정을 신청하면,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사 단독으로 정유 능력을 삭감할 경우, 축소 균형에 빠져 수익력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각사가 재편에 의한 규모의 확대를 모색하는 것이다. 더 적극적인 것이 JX에 이어 업계 2위인 이데미츠이다. 이데미츠의 회장은 “여러 기업과 재편을 위해 교섭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쇼와쉘 이외에도 교섭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실제로 업계 4위인 히가시모에제너럴 석유의 매수도 시야에 넣고 있는 것 같다.

쇼와셸이 업계 2위인 이데미츠에 인수되면, 1위인 JX에 대항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풍이 크게 다른 이데미츠가 아니고, 경영 규모가 비슷한 3위의 코스모석유와 4위인 히가시모에 제너럴석유가 합쳐 제3극을 구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이데미츠와 쇼와셸 협상 결과에 따라 일본 석유업계의 지도는 크게 변모될 것임에 틀림없다.

◇ 우리 정유업계에 주는 시사점


이러한 일본 석유업계의 재편 움직임은 우리나라 정유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국내 수요도 저출산에 따른 시장의 축소와 하이브리드차로 대표되는 저연비차의 보급 등으로 인해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세계 석유업계의 경영 효율화를 위한 재편의 흐름은 멈추지 않고 지속될 것이다. 우리나라 정유업계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석유 수요 감소 추세에 대비한 구조 조정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이코노믹 장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