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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자본, '엔저' 도쿄 부동산 사냥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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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자본, '엔저' 도쿄 부동산 사냥 시작

싱가포르정부투자공사, 도쿄 중심부 퍼시픽 센츄리 플레이스 마루노우치 인수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외자계투자회사가 최근 도쿄 중심부의 고급 오피스빌딩을 속속 사들이고 있다. 일본의 부동산가격이 엔화 약세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가운데, 투자자금이 하락기조에 있는 중국의 부동산을 떠나 일본으로 향하고 있어 주목된다.

경쟁에서 밀린 일본 국내세력으로부터 “아시아의 투자자금이 도쿄의 오피스빌딩시장에서도 버블(거품)을 파급시킬지 모른다.”고 경계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외국자본이 왜 도쿄 중심부의 부동산으로 몰리는가?


도쿄의 현관 입구에 해당하는 치요다구 마루노우치의 오피스빌딩 '퍼시픽 센츄리 플레이스 마루노우치'가 싱가포르정부투자공사(GIC)에 고가에 매각되었다는 정보가 나돌았던 지난달 하순, 미즈호은행계 자산운용회사 간부는 낙담한 표정으로 "다른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고 밖에 생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1800억 엔(약 1조6990억원)이라고 하는 매매가격은 당초의 예상액을 대폭 상회하여, 미즈호은행이 3월에 본점 빌딩으로 1782억 엔을 주고 취득한 '오테마찌(大手町) 타워'를 능가하는 금년 최대의 오피스빌딩 거래가 되었다.

▲싱가포르정부투자공사가약1조6990억원에취득한퍼시픽센츠리플레이스마루노우치빌딩(東京都千代田區)
▲싱가포르정부투자공사가약1조6990억원에취득한퍼시픽센츠리플레이스마루노우치빌딩(東京都千代田區)
퍼시픽 빌딩은 JR도쿄역과 직접 연결되는 초우량 투자물건이다. 어떤 금융기관은 "우리가 중개회사에 제시한 것은 약 1300억 엔이었는데, GIC의 매입가격의 근거는 이해할 수 없다"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다이와(大和)증권계의 투자회사 간부는 "투자액으로부터 상정되는 이익은 고작 2〜3%다. 국내 투자가의 부동산 투자에서는 5% 이상이 보통인데, 우리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액수다"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퍼시픽 빌딩을 취득한 GIC는 싱가포르의 외화를 해외에서 운용하는 정부 직할 투자회사로서, 중국‧홍콩의 부동산시장에도 거액의 투자를 하고 있다. 왜 일본의 부동산으로 투자자금을 돌렸는가?

한 관계자는 "고가로 구입한 중국과 홍콩의 물건에 대한 투자 이익이 1% 전후로 떨어지고 있다고 듣고 있다. 폭락할 우려도 있어 황급히 일본의 부동산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추측한다.

엔저로 일본의 부동산을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된 것도 외자의 투자를 뒷받침한다. 또한 하락 기조에 있던 도쿄 도심 5구의 임대료 시세가 올라갈 움직임이 있다는 것도 작용하고 있다. 오피스빌딩을 매수하는 투자회사는 테넌트로부터 얻는 임대료 수입을, 투자가에 대한 배당과 이익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금후의 임대료 시세를 어떻게 보는가가 매입액을 판단하는 최대의 결정 요인이 된다.

일본의 버블경제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1989년, 미쓰비시토지(三菱地所)회사가 미국 뉴욕의 '록펠러 센터 빌딩'의 운영회사를 1000억 엔 이상에 매입하여 '재팬 머니'에 대한 반발을 초래한 적이 있다. 이젠 입장이 바뀌어 외국자본이 도쿄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모습을 보고, 도쿄의 부동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외자의 고가 매입이 경기의 실태 이상으로 부동산 시세를 끌어올릴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장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