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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악의 축' 말이 되나? 차별 없는 성장은 헛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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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악의 축' 말이 되나? 차별 없는 성장은 헛된 꿈"

[김흥기의 파워 인터뷰(3)] 좌승희 전 한국경제연구원(KERI) 원장

정치인들이 표 얻으려 복지‧분배정의 내세워 이간질


돈 번 자가 지출늘려 아래로 흘러가게 하는 것이 분배


"기회는 공평해야 하지만


결과까지 나눠 먹는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자원집중 불균형 정책이


오늘날 삼성‧현대 만들어"


"경제개혁 '한국적 문제'에 해법 제시 긍정적"


"대기업들 투자 이끌어 낼 전략 없어 아쉬워"


"벤처자금 1/n로 나누어주는 정책 성공 못해"


▲좌승희전한국경제연구원원장
▲좌승희전한국경제연구원원장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한국경제 호(號)’가 비틀거리고 있다. 한국경제의 수레바퀴로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내세웠지만 한 바퀴는 빠지고 한 바퀴는 균형을 잃은 채 수렁에 빠진 형국이다. 정부의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해 내놓는 각종 세제정책들은 국민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며 전 세계가 칭찬해마지 않던 한국경제가 왜 이렇게 주저앉았을까. 정치권이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혼동한 나머지 경제정책에 사사건건 사회정책의 하나인 복지와 분배를 넣으려하기 때문은 아닐까. <김흥기의 파워 인터뷰>는 “한국경제의 위기는 경제적 차이나 차등이 없이 경제발전을 이루려는 헛된 꿈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좌승희 전 한국경제연구원(KERI) 원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 호(號)가 현재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까?
“경제발전과 실패라는 경제성과는 근본적으로 경제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달려 있어요. 사회가 열심히 일하거나 잘나가는 사람이 싫으니 다 같이 나눠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해 성장은 포기하고 무조건 나눠먹기를 하려고 합니다. 과학기술계나 기업이나 학교나 모두 마찬가지에요. 은행이나 증시 등 금융권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잘하거나 못하거나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면 누가 일하겠습니까.

지금 정치권은 잘하는 기업은 제치고 못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국민들이 이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되면 그 나라는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가 없어요. 한국은 현재 그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국가도, 국민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대접을 받고 부자가 되어야 하는데 내 노력을 탓하기 전 잘하는 남을 폄하하고 끌어내리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1965년도 이전에는 사람이 게으르고 농사가 안 되면 하늘을 탓했어요.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스스로 돕는 자가 대접을 받는다’는 신상필벌의 원칙을 명확히 했어요. 새마을운동, 수출지원, 중화학공업도 경제적 성과에 기초해 성과가 좋으면 더 많이 지원하는 신상필벌의 원칙을 지켜나가니 내가 남보다 노력하고 성과를 올리면 된다는 생각이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1980년대 들어 부지런한 사람은 부자가 되고, 게으른 사람은 가난하게 되는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어요. 잘 나가는 사람을 무조건 주저앉히니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안 나오고 있어요. 걱정이 많아요. 한국의 이념과 생각이 크게 잘못 흘러가고 있는 것이지요. 정치인이 이를 조장하고 있어요.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을 이간질시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지방과 서울, 그리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이간질 시키고 있어요.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싸울 이유가 없음에도 대기업을 악의 축으로 규정해 구석으로 내몰고 있어요. 차별화하고 열심히 뛰는 이유는 성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이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앞세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개발연대에서는 세상의 이치에 따라 국가를 운영하고 경영해 왔지만 요즘은 거꾸로 하고 있어요.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이 대접을 받지 못하니 국가가 정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는 반공을 국시로 삼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였어요. 당시는 절대빈곤 상태인지라 차별도 크지 않았어요. 지금 사회는 다양성은 커졌지만 이질적이 돼 버렸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어야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 사람과 빈둥빈둥 세월을 허비한 사람을 같이 대우해서는 경제가 발전할 수 없어요. 경제는 노력과 능력에 따라, 때로는 좋은 부모를 타고 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자신의 가난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건 대단히 잘못이에요. 사회 통합은 돈을 번 사람이 지출을 해서 아래로 흘러가게 해야 합니다. 사회 양극화는 이와 달리 물을 가두어 놓고 막아버리는 거예요. 위에 쌓인 물을 흘려보내지 않으면 양극화가 일어납니다. 1960년대 이후 지난 30년 동안 세계는 한국을 유사 이래 최고의 고속성장과 플러스 분배를 한 양호한 나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성장과 분배라는 동반성장의 공식을 충실히 이행했던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성장에만 치중하고 경제분배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스로 돕는 자를 더 우대하는 경제적 차별화 제도와 정책으로 동기부여를 통해 혁신가들을 양산하고,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워내고, 게으른 마을을 부지런한 마을로 바꿔내고, 가난한 자를 부자로 바꿔내고, 실패하던 사람들을 성공의 대열에 참여 시켰습니다.”

좌 원장은 이 과정에서 부와 경제력의 집중과 부문‧지역 간 불균형은 불가피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시장은 경제력 집중을 조장하는 장치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 우수 업체만 지원한 수출 진흥제도와 정책도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차별화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 현대기아차, LG, SK 등 대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입니까?

“수출우수 중소기업만 지원한 중기육성제도와 정책이 오늘날의 삼성, 현대기아차, LG, SK 등 대기업을 만들어낸 밑거름이 됐어요. 수출확대를 통한 내수산업과 협력업체 동반육성의 효과를 촉발시켰어요. 개발연대가 국민성공시대를 연 것은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앞서가는 국민을 우대함으로써 모든 국민을 하면 된다는 이념과 정신의 소유자로 전환시켰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된 데다가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니까 결혼도 빨리하고 얘도 많이 낳게 되었습니다.”

-현 정부의 정책을 보면 중소기업을 우대하면서 대기업에는 규제라는 족쇄를 채워놓고 있는데….

“대기업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에만 특혜를 주는 걸 균형성장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대기업은 수출을 통해 수 십 조씩 벌지만 각종 정부의 규제 탓에 투자할 데가 없어 해외에 투자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해외은행에 현금을 쌓아둔 채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한국 경제가 내수를 희생하면서 수출부분을 키웠지만 그 돈을 번 대기업에게 무조건 안 된다고 하니까 대기업은 서비스에도 투자를 하지 못하고 뒷짐 지고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내수는 살아나지 않고 더 가라앉고 좋은 일자리는 해외로 다 날아가 버립니다. 대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자 중소기업도 안 돌아갑니다. 따라서 돈 버는 대기업이 국내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팔당댐을 터뜨려야 팔당에 고인 물이 한강 하류에 내려갈 텐데, 대기업에게 국내에서는 놀지 말고 해외에 나가서 놀라고 하니 경제가 막혀버렸어요. 그늘진 사람을 진짜 돕고 싶다면 자본을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이 투자하도록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창조경제와 함께 도입된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난 20여 년간 경제성장 둔화와 양극화 심화는 성공하는 국민들을 폄하하는 경제사회제도 속에 국민들이 스스로 돕고자 하는 경제적 유인이 약화된 데 기인하고 있어요. 1980년대 중반과 후반 이후 한국경제 개혁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였어요. 경제적 평등을 추구함으로써 바로 개발시대 성공의 밑바탕이었던 ‘스스로 도와 하면 된다’는 정신과 시장경제의 동기부여기능을 훼손했어요. 경제력의 분산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이루고 균형발전을 통해 계층‧부문‧지역 간 균형을 이루는 일이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정책목표였습니다. 경제민주화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 없이는 경제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진리를 외면하는 데 있습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경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자본주의 경제는 네트워크 경제라고 할 수 있어요. 흥하는 이웃이 있어야 나도 흥한다는 명제를 피할 수 없어요. 네트워크를 통해 끝없이 발전의 노하우와 시너지가 서로 공유되어 퍼져나가야 해요. 내 주위에 나보다 흥하는 이웃이 많을수록 나의 성공가능성은 커지며, 역으로 성공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흥하는 이웃이 없다면 내가 성공할 길이 없어요. 오늘날의 네트워크 자본주의경제는 칼 마르크스적인 계급투쟁의 장이 아니라 성공노하우의 공유를 통한 동반발전의 장입니다. 동반성장을 막아 소위 양극화를 조장하는 경우는, 우선 평등주의 정책으로 흥하는 이웃, 물 생산을 원활하게 도와주지 않아서 아예 수원지가 고갈되는 경우이에요. 불필요한 규제로 상생의 유인을 약화시켜 수원지의 수문을 닫아 놓아 하류가 고갈되기도 합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경제적 불평등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요즘 사회 분위기에 역행하는 것 아닙니까?

“경제적 차이나 차등이 없이, 즉 경제적 불평등이 없이 경제발전은 가능하지 않아요. 경제적 불평등을 통해 모두에게 동기부여를 하여, 더 열심히 부의 창출에 나서도록 유인함으로써만 경제발전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시장이 바로 이런 기능을 해요. 여기서 생기는 경제적 불평등은 아름답지는 않지만 시장의 변화를 지속시키는 필요조건입니다. 시장은 항상 불완전하지만 적어도 차등과 차별을 만들어냄으로써 발전을 ‘견인하는’ 장치이거든요. 결국 경제적 불평등이 없이는 경제적 역동성과 부의 창출노력도 이끌어 낼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지요. 그래서 경제적 평등은 그 아름다운 정치적 이상에도 불구하고 발전에 역행적일 수밖에 없어요. 1인 1표의 민주주의는 국민 다수가 모두 평등한 부와 번영에 대한 바람을 버리지 않는 한 불행하게도 경제평등주의 정책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어요. 경제적 평등을 이상으로 내거는 사회민주주의 이념이나 체제는 바람과는 달리 시장의 차별화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발전 역행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모두의 행복을 위한다는 노력이 역설적으로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르면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규제를 풀어 대기업이 일할 수 있게 한다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박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그 동안 한국경제의 문제점들로 지적되어 온 것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에요. 3개년 계획은 ▲기초가 튼튼한 경제(비정상화의 정상화) ▲역동적인 혁신경제(창조경제) ▲내수와 수출 균형경제(내수기반 확충) 등 3대 추진전략과 9+1의 핵심과제로 짜여 있습니다. 정부는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공공부문 비효율, 경쟁 제한적 환경, 생산가능 인구 감소, 기업가정신 쇠퇴, 생산성 향상 지체, 대·중소기업간 격차, 서비스업 낙후, 수출편중 성장 등을 제시하고 쇄신책을 마련했어요. 결국 경제 제부문간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여 행복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비전도 제시했어요. 좋은 목표들을 잘 나열했지만, 부처 차원의 집행에 있어서는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나열하다보면 모두를 다 실천한다고 대증요법에 매달리게 되는데 이는 금물이에요. 근본 원인을 찾아 고치는 일을 열심히 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박 대통령의 발표를 들어보면 규제를 푼다고 했지만 대기업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규제를 원수라고 규정하고 철폐한다고 했지만 대기업 투자에 대한 규제는 풀지 않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벤처기업, 창업기업, 중소기업에 대한 기반을 토대로 서비스 업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놀라운 건 대기업에 대한 정책이 없다는 점이에요. 대통령이 대기업의 중요성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만 경제민주화가 하나님이 되어 피해간 것으로 봅니다. 경제 선순환의 정점에는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있어요.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아요.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은 막아야 하지만 이를 잘못 적용하면 각자 독점기업이 되어 칸막이를 하게 되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능력이 있는 자본이 들어오고 상시 구조조정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자본을 축적한 대기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이 나와야 합니다.”

-청년창업이나 벤처창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입니까?

“창업도 벤처도 돈이 흘러들어가야 성공할 수 있어요. 경제 선순환 구조의 정점에 자리한 대기업이 투자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창업하도록 도와주어야 해요. 대기업이 해외에서 벌어온 돈을 풀게 하면 문제가 단박에 해결됩니다. 정부가 젊은 창업자를 도와줄 때 자칫 잘못하면 정부의 돈만 곶감 빼먹듯이 빼먹고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어요. 정부가 돈을 지원할 때는 철저하게 성과에 기초해 차등지급해야 해요. 박 대통령도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적 차별 원리를 따르기를 바랍니다. 벤처자금을 사람 수에 따라 1/n로 나누어주는 정책은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대기업의 역할을 인정하기는커녕 규제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이 움직이지 많으면 절대 한국경제에 불을 지필 수가 없어요. 창업을 얘기하고 중소기업 육성을 얘기하지만 투자는 투자할 능력이 있는 기업들이 하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망각하면 아무리 취지가 옳고 뜻이 좋아도 결과는 초라할 수밖에 없어요. 대한민국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불행히도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등 대기업들 밖에 없습니다. 대기업 투자에 대한 유도 정책 없이 다른 목표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도 대기업을 계획 실천의 주역으로 보지 않고 국외자 취급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자본과 투자의 역할을 무시하고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관행들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시장에서 강자가 독점력을 행사하는 일이나 혹은 약자라고해서 경제적 노력보다 평등, 공정을 내걸고 정치적 힘을 이용해서 자기 몫을 지키려는 일, 공직사회가 규제권한을 확대하여 민간 기업들을 자신들의 영향력 하에 두려는 일, 공기업과 대기업의 노사관계가 대립적이고 전투적 노조 화 되는 일, 실패하는 국민들이 끝없이 실패는 사회 탓이고 잘난 사람들의 탓이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행태, 자기책임을 회피하고 과도한 복지를 요구하는 행태, 이 모든 것들이 비정상적인 관행들이지요.

경제내의 비정상적인 관행들은 기본적으로 국가운영의 틀, 즉 국민경제운영의 경기규칙이 잘못된 데 기인하고 있어요. 국민들의 행태는 바로 국가의 법과 제도가 그렇게 하는 것이 유리하게 되어있거나, 법과 제도가 제대로 되어 있어도 법집행을 제대로 안 해 생기는 문제들이지요. 경기규칙이 잘못됐거나 심판이 엄격하게 규칙을 적용하지 않으면 경기가 잘못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정치적 평등과 경제적 평등은 어떻게 다릅니까?

“정치는 평등을 추구해야 하지만, 경제는 불평등해야 발전할 수 있어요. 정치권이 경제에 개입해 참여할 자유와 성공할 권리까지 만들어 주겠다는 정치적 논리가 문제이지요. 국민은 국가의 정책을 이용해 자기의 이익을 찾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자기가 노력하는 것만큼 받아야 사회가 정의롭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정치권은 잘하는 놈은 제치고 못하는 놈에게는 무조건 나누어주겠다니 걱정스럽습니다.”

-정치권이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혼동해 밀어붙이다보니 이젠 정부까지 닮아가고 있는데….

“국가가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건 경제정책으로 하는 겁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일할 힘이 없는 병약자가 있는데, 국가는 그들을 사회정책으로 안고 가야 해요. 사회정책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어려운 사람의 생활을 도와주는 사회정책이 엉뚱하게 경제정책으로 둔갑하는 데 있어요. 개발연대가 철저히 차별화 된 경제정책으로 성공했다면 지역균형발전이나 교육, 복지 등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사회정책을 경제정책으로 둔갑시켜 추진하니 되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한국이 일본을 닮아 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인정하기 힘든 일이지만 한국은 일본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은 없다고 할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일본은 독일이나 영국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가 없어요. 중국도 한국이 없었다면 ‘G2 중국’을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15년 전부터 일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 지금 한국 경제는 지난 20년 동안 잃어버린 일본을 답습하고 있어요. 일본의 성공을 벤치마킹했다면 실패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데, 실패마저도 따라가고 있어 안타까워요.”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4년 동안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지적해주시죠?

“경제민주화는 한국 경제를 살리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어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국회에 가 발목이 잡히면 성과를 내기 힘들 것 같아요. 대통령은 무리하게 ‘474비전’(4% 경제성장, 성인인구 70% 경제활동 참여, 1인당 GDP 4만 달러)을 추진하지 말고 국민들의 생각을 바꿔주어야 해요. 뜨거운 감자니까 우물쭈물 덮어놓고 가만히 두면 미래에 희망이 사라져요. 경제 원리는 철저히 차별화 원리인데, 열심히 노력하고 잘하는 사람이 대접 받는다는 사실을 앞으로 4년 내내 국민들에게 설득시키길 바랍니다.”

-창조경제의 성공한 사례로 이스라엘을 꼽는데….

“물론 이스라엘의 벤처창업을 창조경제의 성공사례로 이야기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개발연대를 보면 한국경제 만큼 창조적이고 역동적이었던 사례는 없어요. 우리나라에 훌륭한 창조경제 정신이 있음에도 이를 청산해야 선진국이 된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창업기업을 만들어 대기업이 된 사례가 있습니까. 모두 미국의 유대인 대기업에 인수됐을 뿐, 독자적으로 중견기업이 되고 대기업이 된 사례는 없어요. 우리 사회는 마치 봄이 왔는데 봄을 찾아 사방을 헤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차를 10개 만들다가 한 100개를 만들면 경제가 발전했다고 할 순 있지만 창발하고 혁신한다는 얘기는 마차를 만들던 메커니즘을 기차를 만드는 메커니즘으로 바꾸는 걸 의미해요. 경제발전은 마차를 만들던 사회가 새로운 메커니즘에 의해 기차로, 자동차로, 비행기로, 우주선으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경제가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게 창조경제이고 발전입니다.”

'성장' 중시하는 대표적 보수 경제학자


좌승희 전 KERI원장은 누구인가


1947년 제주에서 태어난 좌승희 전 KERII원장은 1975년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거쳐 1983년 UCLA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은행 조사1부 금융재정과 행원, 미국 연방준비은행 미니애폴리스 이코노미스트,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추진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한국비교경제학회 회장, 한국규제학회 회장, 경기개발연구원 원장, 전국시도연구원협의회 회장,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대통령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와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하며, 「이념논쟁의 극복을 위한 경제발전의 철학적 기초」「발전경제학의 새 패러다임」「신 국부론-차별화와 발전의 경제학」「한국경제를 읽는 7가지 코드」 등의 저서가 있다.


▲좌승희원장(왼쪽)과김흥기미래창조과학부글로벌창업정책포럼상임의장
▲좌승희원장(왼쪽)과김흥기미래창조과학부글로벌창업정책포럼상임의장

■ 파워 인터뷰 진행자 김흥기 상임의장 소개


김흥기 상임의장은 중국과학원 지식재산최고위과정 원장, 모스크바 국립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KAIST 겸직교수 및 대통령직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대한민국 과학기술 대연합 공동대표와 강원미래발전21 상임의장 등의 활동으로 후학 양성과 살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교육기회 차별해소를 통해 누구나 생각, 태도와 행동을 바꾸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신념을 우리사회에 전파하는 일을 ‘일생의 사명’으로 삼고 있다. ‘2012년을 빛낸 대한민국 10인’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공동수상)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대한민국 성공대상과 대한민국 나눔실천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