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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안철수와 윤여준의 간극(間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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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안철수와 윤여준의 간극(間隙)

정치 현실과 정도(正道)의 차이---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지나!

민주당의 김한길 당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3월 2일 야권 통합을 선언한 지 2주만인 16일 새정치민주연합(약칭:새정치연합)이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이로써 민주당과 안철수의 공동 신당이 돛을 올리게 됐다.

인생사를 비롯하여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순풍이 불면 역풍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새정치연합도 마찬가지다. 발등의 불인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분열을 막고 2017년 대통령선거 승리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새정치연합의 야권통합 바람몰이는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여론조사와 민심을 보면 보수는 결집하고 있고 범야권 지지층은 이완되고 있다.
야권 통합 선언 이후 2주 동안 가장 뜨거운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안철수의 전격적인 통합결정과 윤여준의 통합과정에 대한 비판이었다. 어떤 이는 안철수가 새정치의 사망선언이라고 몰아붙였고, 어떤 이는 윤여준에게 보따리를 싸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즉흥적 대응은 정치 현실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외면한, 각각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일방적인 비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안철수의 새정치---대통령 당선으로 이해


안철수가 그답지 않게 전격적으로 민주당과 통합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옛 속담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각설하고 가치중립적으로 안철수의 말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지난 3월 2일 야권의 통합신당 선언에서 “2016년 국회의원 총선 승리와 2017년 대통령선거의 승리”를 내세웠다. 이 말을 알기 쉽게 풀이하면 ‘대통령 당선으로 새정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안철수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새정치라고 본 것이다.

사실 올해초부터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은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줄곧 하향세를 그렸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었던 호남에서도 민주당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호남의 민심은 안철수에게 야권분열로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었다. 안철수는 사면초가의 기로에서 차선의 탈출구를 선택한 것이다.

윤여준의 비판---정치의 공공성에 천착한 것


안철수의 갑작스러운 통합신당 선언에 대해 윤여준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가 가장 강하게 비판한 것은 중요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공적 기구가 무력화됐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공동의장단과 산하 핵심 실무단위에서는 인재발굴과 지방선거 전략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는 사이에 이른바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윤여준은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장자방”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장자방”이란 말에 늘 손사래를 치며 원칙과 정도에 따를 뿐이라고 대꾸한다. “대통령의 자격”을 비롯한 그의 저서를 읽어보면 이런 소신이 곳곳에 녹아있다. 특히 윤여준은 국가운영의 핵심가치로 공공성을 강조한다. 윤여준에 따르면 정치의 공공성은 공적영역을 통해서 발휘되는 리더십이다. 또한 이러한 공공성이 실현될 때 민주주의도 비로소 실천된다는 것이다.

어색한 동거야말로 건강성의 발로 아닌가


안철수의 새정치는 새로운 인물이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과 관행적인 정치행태를 바꾸는 것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다. 안철수는 야권 통합으로 전자를 이루려 했고 윤여준은 독자 신당을 통해서 후자를 달성하려 했다. 냉정하게 뜯어보면 안철수와 윤여준의 거리는 정치 현실과 정도(正道)의 차이일 뿐이다.

흔히 대한민국의 정치 혹은 선거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정치꾼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안철수와 윤여준은 어색하게 동거하고 있다. 낡은 정치라면 당장 등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조금이라도 새정치에 다가가려면 어색한 동거도 괜찮다. 오히려 정당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 차이에 대한 인정, 공존, 배려야말로 정치의 요체다.

여야 가리지 않고 전과자도 연줄만 있으면 버젓이 공천받는 등 온갖 구태정치가 활개를 치는 시대. 도대체 누가 안철수와 윤여준에게 돌을 던지는가.

엄경영 디오피니언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