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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칼럼>'솔로생활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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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칼럼>'솔로생활 연습'

한대규 (前 한전 인재개발원 책임교수)

한대규(前한전인재개발원책임교수)
한대규(前한전인재개발원책임교수)
[글로벌이코노믹=한대규 전 한전인재개발원 책임교수]황야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말을 몰던 인디언이 갑자기 자신이 달려온 먼짓길을 돌아보고 멍하니 서 있는 그림이 있다. 너무 빨리 달리다 보니 미처 따라오지 못한 자신의 영혼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변화도 매우 빨라 아날로그(analogue)에서 디지털(digital)로 문화도 바뀌면서 정년을 앞둔 남자들은 상당기간 어리둥절하다.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1인 가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장마가 들면 마실 수 있는 물은 줄어들듯이 오늘의 사회는 다중 속의 고독이요, 풍요 속의 빈곤이 흔해졌다. 마치 섬에서 낚시를 하다 석양에 주위를 살펴보니 동료들은 다 떠나고 혼자 고도(孤島)를 지키고 있는 듯한 게 바로 오늘날 중년남자의 인생은 아닌지?
이젠 남자들은 평소 고독을 이기는 솔로생활도 연습해둘 필요가 있다. 그래서 현재 지방근무로 2년째 솔로생활을 하는 필자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생활의 가장 큰 변화는 의식주(衣食住)를 혼자 해결해야 한다. 매일 아침 5시에 기상을 하여 아침운동(훌라후프돌리기 500개. 무굿나무서서 푸시업 100개, 윗몸일으키기 200개, 런닝머신 4km)과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먼저 밥짓기인데 계량컵으로 1인 분량의 쌀을 마늘 6쪽, 은행 5개, 완두콩 20알을 1인용 냄비에 넣고 씻은 후 적당량의 물을 부은 후 30분 정도 둔다. 부린 쌀과 잡곡이 담긴 1인용 냄비를 전기밥솥에 물을 적당량을 부은 후 그 안에 넣은 후 스위치를 켜 둔다(참고로 전기밥솥이 1인용이 시중에 나와 있지만 사실 1인분 밥이 잘 되질 않으며 최소한 2인분 밥을 해야 하는데 1인분 먹고 난 후 보온상태로 둔 밥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냄새가 나고 맛도 떨어진다). 20분 정도 지나면 수중기가 나오고 5분 정도 더 뜸을 들이면 아주 찰기가 흐르는 맛있는 영양밥이 완성된다.

이 원리는 밥솥에서 끓는 물이 간접열로 냄비안에 있는 밥재료들을 서서히 익히는 방법인데 시간이 조금 지연되어도 타지도 않아 아주 편리하다. 더욱 좋은 점은 밥이 익는 동안 운동이나 국을 조리하는 등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국은 1인분을 끓일 수 없기 때문에 3인분을 냄비에 끓여서 1인분은 바로 먹고 남은 2인분은 스텐레스 그릇 두곳에 옮긴 후 두껑을 덮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보관된 국은 다음 끼니때 1인분 밥을 하는 전기밥솥안의 냄비 위에서 아주 편리하게 데울 수 있다. 반찬은 2주마다 상경하여 아내가 만들어 주는 주로 장기 보관되는 종류로 서너 가지 가져와서 매 끼니마다 큰 접시에 한끼 먹을 양 만큼 종류별로 옮겨 남긴 없이 먹으면 음식물 쓰레기도 전혀 나오지 않으며 설거지도 아주 간단하게 끝낼 수 있다.

식사 준비가 되어 가는 동안 식후에 먹을 과일을 준비하고 모든 식사 준비가 끝나면 식탁에는 신문지를 깐다. 그러면 자주 닦지 않아도 된다. 깨질 우려가 있는 유리병과 컵은 페트병과 플라스틱 컵으로 바꿔 혹시 있을 지도 모를 불상사를 사전에 차단한다. 김치는 집게로 들고 가위로 자른다. 닦기 힘든 칼도마가 필요 없고 손에서 냄새도 나지 않는다. 식사하는 동안 TV는 ‘먹방’에 채널을 고정한다.

세탁물은 와이셔츠, 면티, 속옷은 모아 두었다가 2주에 한번씩 집으로 가져 가서 세탁 후 도로 가져 온다. 하지만 양말은 스스로 해결할 것을 아내 앞에서 '맹약'했기에 주1회 7켤레를 펴놓고 비누질 한 번 하고 헹궈내는 약식 세탁을 한다. 세탁한 양말은 보는 이도 없으니 황태덕장의 동태처럼 창가에 쭉쭉 걸어놓는다. 청소는 귀찮아서 주로 1주일에 한번씩만 하는데 아주 기분이 좋은 금요일(상경하니 기분 좋고 상경안하는 주말은 혼자 등산을 가니 더 좋고)아침에 신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큰 밀대로 욕실에 물을 가득 받아 행군 후 침실로 사용하는 안방.부엌.현관 등 주로 다니는 토끼길만 경제적으로 하고 끝낸다.

이불빨래는 분기에 한번 욕조에 넣고 샤워를 하면서 발로 밟아서 세탁을 한다. 물론 덮는 이불과 메트리스이불을 교대로 세탁해야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다. 욕심을 낸다면 이 기회에 부엌에서 물과 불을 다스리는 법과 요리도 배워서 정년을 모르고 만년 현역으로 지낼 수 있는 '부엌운전면허'를 따서 영원한 <자식이>로 살고 싶다.
<자식이>란 <삼식이>(퇴직한 남편이 집에서 한끼도 안 먹으면 영식님, 한끼 먹으면 일식씨, 두끼 먹으면 이식이, 세끼 먹으면 삼식이)에서 탈출하여 혼자 스스로(自)알아서 챙겨 먹는(食) 솔로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