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본군 문제를 인류보편적 가치인 인권문제로 인식한 미국 의회가 일본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에 보다 적극적인 사태 해결을 독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과된 법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행정부로 이송되며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고 공식적 사과 조치를 끌어내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2007년의 위안부 결의안이 하나의 선언적 의사 표시였다면 이번 법안은 미국 정부가 결의안의 실천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게 했다는 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의 주역은 위안부 결의안의 주역인 일본계 3세 마이크 혼다 의원으로 일본측의 반대 로비를 방지하기 위해 극비리에 이번 일을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결의안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이날 표결에 앞서 공개돼 일본측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의원 외교를 위해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국회 외통위 정보위소속 정청래 의원과 시민참여센터(대표 김동찬) 관계자들도 막후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조연 역할을 맡았다. 김동찬 대표는 “혼다 의원이 ‘미주 한인사회에 좋은 선물을 주겠다’며 법안 첨부 내용을 귀띔했다”면서 “법안 통과소식을 듣고 일본 대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황급히 달려가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혼다 의원은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했다고 하면서 야스쿠니(靖國)를 방문하는 것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오늘 국무부 예산에 국무장관이, 대통령의 뜻을 받아 직접 일본에 위안부 결의안을 실행하라는 강력한 요구를 일본에 하라는 메시지를 넣었다. 대통령이 서명을 할 수밖에 없어 일본에 직접 발언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벳 위원장은 자신이 아베 총리의 동생 기시 노부오(岸信夫)를 만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교도통신 보도는 사실무근이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미국 의회에서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전 아·태 소위원회 위원장인 에니 팔레오마베가 의원의 입장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정청래 의원은 독일의 빌리 브란트 전 총리가 폴란드를 방문하여 2차대전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였던 장면처럼 같은 전범국가 일본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촉구하고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싶다면 2차대전 전범들을 신사에서 분리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엘리엇 엥겔 의원을 만나 일본의 역사 왜곡 및 미화의 위험성과 미국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엥겔 의원은 미국에게 한국과 미국은 모두 중요한 동맹국이며 이 문제가 잘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정 의원은 한국 전문직들을 위해 연 1만5000개의 E4 비자를 신설하는 문제와 관련, 샤벳 위원장의 지지를 당부하고 적극 검토하겠다는 긍정적 반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