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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정권, "이 회장에게 시간 줄만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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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정권, "이 회장에게 시간 줄만큼 줬다"

‘주파수 문제 해결 후 아웃’, 예정된 시나리오

[글로벌이코노믹=차완용기자] 검찰이 지난 22일 이석채 KT 회장의 수백억원대 배임 혐의와 관련 KT본사 등 16곳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 새 정부 출범 뒤 끊임없이 제기되던 ‘이 회장 퇴진 종용 시나리오’의 완결판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양호산)는 지난 22일 오전 10시께부터 KT 본사와 계열사, 이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회장과 관련 임원들을 출국 금지시켰으며,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재무회계 장부 등 각종 사업보고서를 집중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표면적으로는 이번 수사가 참여연대 등의 이 회장 고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남중수 전 KT 사장의 전례에 비춰봤을 때 이명박 정부 때 선임된 이석채 회장의 퇴진 종용, 즉 전 정권과의 거리두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자료 제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단순 조사 차원의 압수수색이라고 보기에는 강도가 세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MB맨들과의 ‘거리두기’를 해왔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방미 때 경제사절단에 초청받지 못했고 6월 방중 때는 포함은 됐지만 국빈 만찬에서는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베트남 방문에서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함께 사절단에서 아예 제외됐다.

오는 2015년 3월까지가 임기인 이 회장은 지난 8월29일 청와대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았다는 소문에 휘말렸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이 제3자를 통해 이 회장에게 ‘임기와 관련 없이 조기 사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 회장은 당시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주파수 경매가 진행 중인 데다 장수의 명예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물러날 수는 없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청와대 역시 “조원동 경제수석에게 확인했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며 진화에 나서면서 외압설은 수그러들었지만 재계에서는 ‘우회적인 사퇴 압박-언론 흘리기-사정’으로 이어지는 ‘인사 외풍’의 전형이라는 관측을 제기했다.

재계의 이러한 관측은 공교롭게도 맞아 떨어졌다. 지난 8월30일 주파수 경매를 끝으로 KT는 광대역 LTE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더욱이 주파수 경매 이후 아날로그 무선전화기 주파수와 겹친다는 문제 또한 미래창조과학부가 KT에 할당한 900㎒대역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0.7㎒ 하향 이동하기로 확정하면서 KT는 900㎒의 혼간섭 문제를 해결하고 LTE-A(롱텀에볼루션 어드벤스드) 서비스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따라서 이 회장이 사퇴 불가 사유로 든, ‘때가 아니다’와 ‘주파수 경매가 진행 중이다’라는 논리가 모두 궁색해진 셈이다.

검찰 및 업계에서는 이 회장에 대해 출국 금지는 물론 신체영장이 내려지고 휴대전화까지 압수했다. 검찰이 이 회장의 배임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압수수색에 이어 소환, 기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말한 문제들이 해결되자마자 이렇게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이 회장에게 부여한, ‘마무리 할 시간’이 이제 끝났다는 의미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