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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카피캣' 오명벗다…애플은 '창조 아이콘' 이미지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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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카피캣' 오명벗다…애플은 '창조 아이콘' 이미지 타격

[글로벌이코노믹=온라인뉴스팀]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가 제기한 애플의 특허 침해 제소건에 대해 침해 결정을 내림에 따라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애플의 본고장 미국에서 '수입'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대상 제품에는 아이폰5, 아이폰4S, 아이패드4, 아이패드 미니 등 최신제품은 빠졌지만 여전히 여전히 인기가 높은 아이폰4도 포함돼 이번 결정의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침해 결정을 받은 제품은 아이폰4를 비롯해 아이폰3GS, 아이폰3와 3세대(3G) 이동통신을 사용하는 아이패드, 아이패드2다.

ITC는 미국 관세법 337조에 의거해 미국에 수입되는 물품이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애플의 제품들은 중국이나 대만 등 미국 외의 지역에서 제조돼 수입제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ITC의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 "FRAND 선언한 표준 특허도 보호해야"…다른 소송에 영향 클 듯

ITC가 애플이 삼성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정한 특허는 삼성전작 애플의 침해를 주장한 특허 4건 중 1건으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무선 통신체계에서 전송형식 조합 지시자를 부호화·복호화하는 방법과 장치'에 관한 특허(특허번호 '348)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3세대(3G) 이동통신 관련 필수표준특허(SEP·standards-essential patent)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애플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때 표준특허를 주무기로 사용해왔지만 이에 대해 애플은 삼성전자가 이미 '프랜드(FRAND)'를 선언했기 때문에 수입금지나 판매중지 등의 조치가 옳지 않다는 주장을 펴왔다.
프랜드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을 줄인 말로, 누구나 표준 특허기술을 쓰되 특허 권리자와 협상해 합리적이고 평등한 수준의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허용하는 원칙을 뜻한다.

ITC는 그동안 다섯차례나 최종판정을 연기하면서까지 양측의 주장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고 이날 결국 프랜드를 내세운 애플의 방어논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결론을 내렸다.

프랜드에 대한 애플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이날 판정은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양사간의 소송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한국과 네덜란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표준특허에 대해서는 불리한 판결을 받았으며 이에 대해 삼성전자가 표준특허에 대한 무리한 권리 요구를 지적하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반경쟁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많았다.

유럽연합(EU)도 성명을 통해 "애플이 삼성전자의 핵심 표준특허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삼성전자 측이 제기한 소송이 경쟁 촉진 규정을 어긴 것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60일 내에 수입금지 결정…재고 판매는 가능

ITC의 이날 결정은 ITC 차원에서는 최종 판단이지만 실제로 수입금지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가가 있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60일 안에 ITC의 최종 결정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전례를 비춰볼 때 오바마 대통령이 ITC의 권고를 거절할 수 가능성은 크지 않지다. 다만 미국 정치권의 압박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하원 일부 의원들은 이번 결정을 앞두고 ITC에 "표준특허가 문제가 된 사건에서는 (수입금지 명령을 내리는 데에는) 공익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거절시에는 특허 침해가 인정된 제품의 수입을 허용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돼 국내외에서 지나친 보호무역주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입장에서는 수입금지 대상에 최신 제품이 포함돼있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이폰4 같은 인기 제품이 수입금지 대상이 된 것은 미국 내 매출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4는 아이폰5 출시 이후 인하된 가격으로 시장에 판매되면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애플의 판매점인 애플 스토어의 온라인 매장에서 24개월 약정 기준 0달러에 판매 중이다.

다만 이번 결정이 판매 금지가 아니라 수입 금지인 만큼 애플은 이미 미국에 수입해 놓은 제품은 판매할 수 있다.

◇ 창조 아이콘 애플 이미지에 치명타…삼성은 카피캣 이미지 탈피

애플이 ITC의 이번 결정으로 적지 않은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됐지만 이보다는 이미지 손실로 인한 장기적인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그동안 창조의 아이콘으로 IT 업계의 혁신을 이끌어 왔고 이로 인해 수많은 고정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 내 놓은 제품들이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애플 골수팬들의 '탈 애플' 선언이 이어졌고 지난 2월에는 미국 비즈니스 잡지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가 선정한 혁신기업(Innovative Companies)' 평가에서 전년도 1위에서 13위로 순위가 수직하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에서 제품이 수입금지될 위기에까지 몰리며 창조의 아이콘이라는 과거의 명성에 빛이 바래게 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애플의 제품을 모방했다는 오명을 씻을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작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의 배심원 평결에서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결론이 나온 이후 '카피캣(Copycat·모방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애플이 자사에 대해 제기한 특허침해 제소건의 최종판결에서 애플의 공격을 잘 막아낸다면 이 같은 이미지 반전은 한층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제소건의 최종판결은 8월 1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