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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音感이 찾아낸 이탈리아 정통 '로마 가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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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音感이 찾아낸 이탈리아 정통 '로마 가정식'

[한국의 맛-톰볼라 김주환 대표]

伊서 성악 전공 후 고민하다 10년 전 서래마을에서 개점


'엄마 손맛' 담백한 피자 굽기 위해 '화산재 화덕' 공수


효모 쓰지 않고 24시간 이상 저온 숙성한 피자로 대박


가격 낮춘 소규모 다점포 사업으로 '제2창업' 준비 중

▲김주환톰볼라대표
▲김주환톰볼라대표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성악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정통 성악을 전공한 김주환 씨는 고민에 빠졌다. 쟁쟁한 성악가가 너무 많은 나머지 음악만으로는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지난 2002년 연말 무렵 사업을 구상하자 그를 아는 지인들은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며 극구 만류했다.

그럼에도 사업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자 지인들은 이왕 사업을 시작할 바에는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등에서 시작하라고 그에게 충고했다. 그러나 김씨의 생각은 달랐다. 유럽에서 유학할 때 그는 화려하고 번잡한 자리에 위치한 식당에서보다는 오히려 고즈넉한 자리의 식당에서 서민적인 분위기를 느끼는 걸 더 좋아한 추억을 떠올렸다. 이렇게 해서 사람의 인적이 뜸한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톰볼라가 탄생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정통 가정식으로 대박을 터뜨린 김주환 톰볼라 대표를 만났다. <편집자 주>

-톰볼라에 대해 소개해주시죠?

“2003년 4월 서래마을에 오픈한 톰볼라는 빙고게임과 유사한 이탈리아 전통 게임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나 새해에 이탈리아 가정을 방문하면 만찬 후 커다란 식탁에 둥그렇게 모여앉아 톰볼라 게임을 하는 이탈리아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우리의 가정식 백반 같은 풍성한 식탁이 인상적이지요. 특히 게임은 끊이지 않는 대화 속에 두세 시간 동안 이어집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톰볼라도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이 공간 안에 들어서는 순간 시끌벅적 하면서도 편안하고, 이국적이면서도 친숙한 분위기가 나도록 꾸몄습니다.”

-작은 공동체를 꿈꾸는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의 뜨라또리아는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소박한 서민 레스토랑으로 몇 대를 이어 영업하고 있어요. 톰볼라도 뜨라또리아 같은 분위기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이웃 주민이 손님이자 친구가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음식을 즐기면서 서로 안부를 묻는 등 음식이 있고 정담이 오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지요.”
김 대표는 음식값도 비싼데다가 스쳐 지나가는 느낌을 주는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을 피했다. 대신에 조용하면서도 약간 폐쇄된 느낌의 장소를 찾았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의 서래마을이다.

“대개는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적합지로 선택하지요. 그런데 전 정반대였어요. 당시 서래마을을 찾았을 때 설계도만 존재하고 집은 지어지지 않았지만 ‘아, 이곳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곧바로 계약을 한 후 다음 순서로 요리를 배우기 위해 로마로 돌아갔어요. 로마에서 45㎞ 떨어진 작은 마을 산비토에는 주말마다 피자 먹으러 다니던 뜨라또리아가 있었어요. 친구이기도 한 오너 셰프의 가게에서 밤에는 주방 접시 닦는 일부터 시작해서 홀 서빙과 식당 경영을 배우는 한편 낮에는 라찌오주의 유명 피자학교 ‘아 따볼라 꼰로 셰프’(A Tavola Con Lo Chef)를 다녔어요.”

-이탈리아에서 피자 화덕을 공수해왔다면서요?

“네. 담백하고 맛있는 정통 이탈리아 피자를 만들기 위해서 화산재 벽돌로 만든 화덕을 수입해왔어요. 밀가루, 효모, 올리브유로 피자반죽을 만드는데 효모가 발효하면서 반죽에 빈 공간을 만들게 되고 그 공간에 가스가 차면서 수분이 생기게 됩니다. 맛있는 피자는 토핑한 다음 약간 촉촉할 때 맛이 좋은데, 화산재로 만든 화덕에 피자를 굽게 되면 그렇게 됩니다. 대리석으로 만든 화덕에서 구운 피자와 화산재로 만든 화덕에서 구운 피자를 먹어보면 확실히 맛에 차이가 있어요.”

-인적이 드문 곳에서 개업했을 때 예상대로 손님은 많았습니까?

“처음에는 지인들이 와서 자리를 채워줬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그럴 수는 없잖아요. 차가 한 대도 안 다니고, 사람도 안 다녀 사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서래마을에는 당시 까르푸, 르노삼성, 떼제배 등 프랑스 가족이 많이 살고 있던 덕분에 첫 번째 오는 손님이 프랑스인이었어요. 한 달이 지난 뒤 입소문을 타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요. 인테리어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탈리아의 문화와 오너의 혼이 느껴진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어요. 저도 신이 나 거품이 없는 가격에, 양은 풍부하게 드렸지요. 맛은 ‘까사레치아(어머니가 하는 가정식)’에 맞춘 게 적중했고요.”

섬나라인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이 많다. 우리처럼 가족 간 유대관계가 유달리 강하고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 집집마다 토마토 소스를 끓이는 냄새가 진동한다는 게 김주환 대표의 회상이다.

“지중해 식단은 한식과 마찬가지로 인체를 보호하는 기능이 뛰어납니다. 식탁에는 늘 올리브유와 포도주를 곁들인 음식이 오르지요. 뿐만 아니라 풍성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도 이탈리아 가정의 특징입니다. 이처럼 건강한 식단을 추구하는 이탈리아 가정식을 선보임으로써 손님들이 이를 알아주었고 사랑해주셨어요.”

-이탈리아에서 10년 간 성악을 전공하셨는데, 로마 가정식을 오픈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절대 음감을 바탕으로 절대 미각을 찾아나선 것이지요. 유학을 하는 동안 자치생활을 했는데, 친구들이 찾아오면 그냥 보낼 수는 없고 냉장고에 보관하던 재료를 꺼내 뭐라도 만들어주면 맛있게 먹었어요. 제가 자치하는 집에 오면 ‘뭔가 따뜻해’ 라는 말을 하던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식당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정서적으로 풍요로움을 선사하고 마음에 안식을 주자는 생각에서 오픈을 했지요.”

김 대표는 식당 운영에 자신만의 노하우인 음악을 보탰다. 전통 나폴리 민요를 비롯해 바로크 음악을 틀어주었다. 낭만주의 음악은 표현 방법이 극적이고 다양한데 반해 바로크는 정서적으로 아주 자연스럽고 표현이 극적이지 않기에 이 공간에 잘 어울렸다고 한다.

-1층과 3층의 분위기를 달리 연출한 이유가 있습니까?

“1층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도록 다소 북적이는 이탈리아의 전통 가정집 분위기로 조성했다면, 3층은 실내 조경과 함께 친환경적인 채광을 곁들여 에코 스페이스(eco space)의 분위기가 느껴지게 했어요. 3층은 완전히 별개의 공간으로 느껴지는 동시에 새둥지 같은 살롱의 개념이 가미되어 있지요. 영국인 칼럼니스트가 몰래 다녀간 뒤 쓴 글 마지막에 ‘이 집에 오면 특별하게 편하거나 흥분되는 요소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처럼 믿을만한 장소가 서울에 또 몇 개나 있을까’ 하고 썼어요. 제가 의도한 대로 손님이 느낀다고 생각할 때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일반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10여 년 전에 식당을 시작할 때만해도 확실한 차별화가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동종 경쟁업체가 너무나 많이 생겨서 어떻게 해쳐나갈지 고민하고 있어요. 딱히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라고 표현하지 않아도 양식당 대부분이 파스타와 피자를 만들어 팔고 있는 것도 경영에 위협이 되고요. 우리는 지금 11년 째 해오고 있는데 초기에는 친숙하고 서민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분위기가 비슷해져서 고민하고 있어요.”

-이탈리아에는 피자와 파스타 종류의 음식만 있습니까?

“피자와 파스타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스테이크도 굉장히 발달해 있어요. 피렌체의 대표적인 비프 스테이크인 비스테카 피오렌티나는 3~5㎝이상 두꺼워 씹는 식감이 좋고, 특별한 소스 없이 굵은 소금만 넣어 굽습니다. 그런데도 육즙 자체의 맛이 워낙 뛰어나 세계인들은 이탈리아의 스테이크를 알아주지요. 이와 함께 이탈리아에는 해산물 요리가 발달해 있고 인공조미료 대신에 천연조미료만 사용해요. 식재료에서 나오는 육수와 천일염만으로 천연조미료를 만듭니다.”

-효모를 쓰지 않고 하루 이상 숙성시킨다면서요?

“피자는 최소한 24시간 이상 저온숙성시킵니다. 밀가루 음식을 소화가 잘 되게 하려면 장시간 저온숙성이 필요해요. 효모를 사용하면 시간은 단축되지만 시간이 걸려 자연숙성 시킨 맛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요. 과일도 적절한 햇빛을 받으며 시간이 걸려서 익어야 맛이 나듯이 짧은 시간에 익힌다면 배가 부글부글 끓게 됩니다.”

-실내 인테리어도 직접 하셨습니까?

“음악을 전공한 예술적 감각으로 꾸며보았을 뿐인데, 색다르다고 칭찬을 하네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거나 인테리어를 살짝 변경할 때는 얼마든지 몰입할 수 있고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것 같아요. 그런데 10년 이상 경영을 해왔지만 아직도 숫자에는 자신이 없어요.”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난 뒤 다시 톰볼라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톰볼라 삼성점을 하면서 제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었어요. 삼성점은 유동인구가 많아 번잡하고 직접 노출되는 곳이라 원래 취지와 맞지 않았기에 지난해 다시 서래점으로 돌아와 전념하고 있어요.”

-제2의 창업을 위해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무엇인지요?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하나는 지금까지 음식점을 해오면서 가진 경험을 필터링해서 정말 우리나라 손님에게 필요한 이탈리아 음식점을 선보이고 싶어요. 거부감이 드는 프랜차이즈점 대신에 소규모 다점포 사업을 할 계획입니다. 지금의 톰볼라(파스타 2만원~2만5000원)보다 문턱을 더 낮춘 음식점이에요. 다른 하나는 조금은 특별한 경우에 이벤트도 할 수 있는,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서 현재의 톰볼라에 더 전통의 옷을 입힌 뜨라또리아를 만들 계획이에요. 크게 보면 이탈리아 레스토랑이지만 방향을 틀어 하고 싶어요. 따라서 메뉴나 실내 인테리어에 변화를 줄 것입니다.”

-10년 동안 내공을 쌓은 음악은 포기하신 건가요?

“아이로니컬하게도 음악에 돌아갈 수 없을 만큼 거리가 멀어질수록 음악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솟구쳐요. 제 생활의 한 부분을 음악에 활용하고 싶어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못 잡고 있지만 레스토랑에 음악을 접목시키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집에서 따라해 보는 김주환 대표의 비법 2제(題)



♠ 톰볼라 피자


■ 톰볼라 피자 레시피


도우 130g, 피자소스 85g, 피자치즈 35g, 모짜렐라치즈 50g, 버진 올리브 오일 약간, 그라나 파다노 치즈 35g

■ 톰볼라 피자 만드는 방법


① 준비된 도우(130g)를 편다.

② 그 위에 피자소스(약 85g)를 바른다.

③ 토핑으로 피자치즈(약 35g)와 모짜렐라(약 50g)를 올린다.

④ 300도 화덕에 넣고 굽는다.

⑤ 구운 피자위에 프로슈또 8장 가운데 루꼴라를 올린다.

⑥ 마지막으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뿌려주고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올린다.

라비올리


라비올리 레시피


밀가루 500g, 계란 4개, 엑스트라버진 15g, 소금 2g(이상 반죽 용)

리코타 250g, 데친 시금치 100g, 레몬즙, 제스트, 육두구 약간, 소금‧후추 적당량(이상 라비올리 속 용)

라비올리 만드는 방법


① 밀가루, 계란, 엑스트라버진, 소금으로 반죽을 한다.

② 준비된 반죽에 속을 채워서 라비올리를 만든다.

③ 야채스탁에 라비올리를 80%정도 익힌다.

④ 다른 프라이팬에 야채스탁 4온스, 토마토소스 4온스를 넣고 살짝 끓인다.

⑤ 끓기 시작하면 익힌 라비올리와 방울토마토 6개, 바질한장(슬라이스), 소금과 후추 적당량을 넣고 익힌다.

⑥ 마지막으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을 뿌려주고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