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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접대' 의혹 2달째 수사…경찰, 속도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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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접대' 의혹 2달째 수사…경찰, 속도내나?

[글로벌이코노믹=온라인뉴스팀] 건설업자 윤모(52)씨의 사회 유력인사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17일로 두 달을 맞는다.

한 달간 별 진전이 없는 듯 보였던 경찰 수사는 두 달째로 접어들면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성접대 동영상 원본 확보, 윤씨 소환조사 등이 잇따라 이뤄지면서 정점을 향해 치닫는 모양새다.
'접대의 대가성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외부 시각에 수사팀은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어 후반부에 접어든 수사가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 동영상 원본 확보·건설업자 소환…정점 향하는 수사

경찰은 지난 3월 의혹이 불거지자 같은 달 18일 내사 착수를 발표하고 불과 이틀 후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수사 목표는 윤씨가 유력인사들에게 성접대 등 불법 로비를 하고 그 대가로 이익을 취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이어 성접대에 동원됐다고 주장하는 여성 등 참고인들을 소환 조사하는 한편 성접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원주 별장을 비롯해 윤씨 등 주요 관련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그러나 경찰이 확보한 성접대 동영상 사본은 잡음이 많고 화질도 나빠 등장인물을 특정하기가 불가능했다. 동영상 원본은 분량이나 소지자에 대한 각종 설만 난무할 뿐 실제 존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수사 진전 여부를 판단할 지표 중 하나가 윤씨 소환이었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자 경찰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서 나왔다.
이런 부정적 시선을 일갈하듯 경찰은 성접대 연루 인물로 거론된 김학의 전 차관을 지난달 말 출국금지하는 강수로 맞섰다. 앞서 검찰은 3월에 출금 사유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찰의 출금 요청을 기각한 바 있다.

경찰은 이어 동영상 원본 소지자로 지목된 박모씨 등 2명을 체포해 원본을 입수, 등장인물 특정에도 성공했다. 동영상 사본의 성문분석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에 의뢰해 특정인과 95% 일치한다는 결과도 얻었다.

지난 9일에는 핵심 피의자인 윤씨가 마침내 소환됐다. 경찰이 윤씨의 혐의에 대한 정황증거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1차 조사에서 입찰비리 등 사업상 의혹을 조사한 경찰은 14일 윤씨를 다시 불러 성접대 로비 의혹을 놓고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다음 주에도 그를 3차 소환, 사건 관련자들과 대질을 통해 의혹의 실체 규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윤씨에 대한 직접 조사가 마무리되면 의혹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김 전 차관으로 수사의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윤씨를 둘러싼 주요 의혹 중 하나가 자신에 대한 고소 사건과 관련해 사정당국 고위층에게 청탁해 편의를 받았다는 것인 만큼 김 전 차관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경찰 안팎의 관측이다.

◇ '쉽지만 어려운' 수사…대가성 입증이 관건

이번 성접대 의혹 규명의 성패는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씨가 각계 유력인사들에게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사업상 또는 개인적 이익을 봤다는 점을 경찰이 입증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외부에서 지켜보는 여러 수사경찰관은 "내용만 놓고 보면 그냥 '잡범' 사건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의혹의 종류와 등장인물이 많고 김 전 차관 등 유력인사들이 연루된 점, 성접대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거론됐다는 점 등에서 사회적 관심만 많을 뿐이라는 얘기다.

수사 담당자 처지에서 보면 전혀 녹록하지 않은 사건이다. 로비 의혹 수사에는 늘 '대가성 입증'이라는 어려운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윤씨가 특정 유력인사에게 성접대를 한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당사자들이 "친분 관계로 한 일"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하는 등 대가성을 입증할 정황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흔한 간통죄일 뿐이다.

뇌물 사건 수사를 오랫동안 담당한 한 경찰관은 "뇌물 사건은 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혐의 입증이 어려운 편"이라며 "기소하고 나서 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대가성 입증에 실패한다면 경찰은 결국 '추문' 수사에 헛심만 쓴 꼴이 된다. 고위층의 도덕성 문제를 드러내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는 의미는 있겠지만 범죄 혐의를 밝혀내 사법처리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존재 이유라는 점에서 성공이라고 보긴 어렵다.

◇ 자신감 보이는 수사팀…결과 주목

여러 우려에도 경찰청 수사팀은 애초 계획한 방향으로 수사가 원만히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팀원들의 사기가 높고 실체를 반드시 밝히겠다는 의욕도 매우 강한 상태"라며 "수사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수사팀이 윤씨를 소환했다는 점은 그의 불법행위를 추궁할 카드를 충분히 확보했음을 방증하는 만큼 수사 종료까지 그리 긴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전망도 경찰 안팎에서 나온다.

실제 경찰은 윤씨의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이들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이미 혐의를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사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듯 수사 과정에서 언제든지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거나 반대로 사실 확인이 난관에 부딪힐 수 있어 상황은 유동적이다.

경찰은 연휴 기간 그동안 확보한 증거자료와 윤씨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정리하며 윤씨의 3차 소환을 차분히 준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