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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1급 VIP에 요리 제공…대중과 통하는 요리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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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1급 VIP에 요리 제공…대중과 통하는 요리가 꿈"

[한국의 맛]더 클래식 500 호텔 펜타즈 강태현 조리장

전채-생선회 3종-연어구이-초밥 8종-후식 요리 제공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日食패스트푸드化'가 꿈


자동차 엔지니어 꿈꾸던 젊은이서 일식조리사로 명성


'반쪽 조리사' 되지 않기 위해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

▲강태현조리장
▲강태현조리장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자동차 엔지니어를 꿈꾸었던 한 젊은이가 인생을 180도 전환, 지금은 일식 조리사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더 클래식 500 호텔 펜타즈 강태현 조리장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강 조리장은 최근 누구나 알만한 단 한 사람의 VIP를 위한 요리를 선보여 화제다.

VIP는 입맛이 까다롭고 소식(小食)하는 터라 그를 감동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일평생 조리를 하는 동안 습득한 모든 노하우를 총 동원해 5가지 일식 코스 요리를 준비했다. 마치 대학 본고사를 보듯 긴장한 채 실력의 90%를 발휘한 뒤 그 장소를 나올 때는 큰 안도감과 함께 조리사로서 최고의 행복감을 맛보았다고 한다. <편집자 주>

-어떻게 요리 세계에 입문하셨는지요?

“자동차 엔지니어를 꿈꾸며 한양대 자동차공학과에 지원했어요. 틀림없이 합격할 것이라고 자신했는데, 막상 낙방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미련 없이 군대에 지원해 갔어요. 군 제대 후 세상에 나가면 뭘 해먹고 살까를 고민하던 무렵 양식조리사가 신임 사병으로 입대했어요. 대학에 진학할까, 취직할까를 고민하다가 호기심이 발동해 요리에 대해 물어보았지요. ‘본인은 양식조리사이지만 앞으로는 일식조리사가 돈을 잘 벌 것’이라고 해요. 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일단 취업을 해 돈을 벌면서 동대문에 있는 동원요리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원대한 포부를 품고 시작한 일식조리사의 공부는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일식조리사 자격증 시험만 네 번이나 떨어졌다. 가까스로 마지막 시험에서 일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강 조리장은 1998년 7월 동숭동 대학로의 기소야에 입사했다.

“우동과 메밀 국수 전문 레스토랑이에요. 아침 일찍 출근해 늦은 밤까지 쉬지 않고 일한 덕분에 취업한 지 7개월 만에 실장으로 승진했어요. 월급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이 지겨워 호텔에서 일하고 싶어졌어요. 그러나 인맥이나 학벌이 없는 저는 언감생심 호텔 근처에도 가볼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1년 만에 기소야를 그만두고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해 의정부의 경민대에 들어갔어요.”
강 조리장은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한편, 세차장이나 식당에서 알바를 했다. 곧잘 공부도 잘해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그 덕분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2학년 2학기에 실습 나가는 학교의 전통을 깨고 그는 1학년을 마치자마자 반포동의 JW메리어트호텔에 실습을 나갈 수 있었다.

-학교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호텔에 들어갔네요.

“학교에서 졸업도 하지 않은 학생을 취업시키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특별히 허락을 해주었어요. 2002년 4월 JW메리어트호텔에서 일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선배와 동료를 보니 모두 저보다 뛰어나 대충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새벽부터 역동적으로 일했어요. 초밥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호텔 내 스시바에서 밑바닥부터 공부했어요.”

-스시바 생활은 어떠했습니까?

“일을 서툴게 할 때는 진짜 눈물이 빠질 정도로 혼이 났어요. 선배들로부터 이런 저런 얘기를 들으며 저만 힘들게 살아온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선배들은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 했고,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스시바에서 진급도 남들보다 빨랐어요. 특히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인 저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고 지내왔지만 스시바에서 일하며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요령도 터득했어요. 손님 계층도 기업 임원에서부터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처음엔 무슨 얘기를 나눌지 몰라 식은땀을 흘리곤 했지만 점차 익숙해져 초밥을 만들어주며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강 조리장은 선배 주방장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선배 주방장은 조리만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날 때마다 신문을 읽고 나름대로 이야깃거리를 수집하는 걸 목격했다.

“스시바에서 5년 정도 열심히 일했어요. 하지만 전문화된 초밥이나 생선회 일도 재미있는 일이긴 한데, 조리사라면 여러 분야의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문화의 장점을 떠나 뜨거운 요리와 찜요리, 구이, 튀김 등의 일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발동했어요.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한 분야에 숙련된 사람이 빠지고 새로운 사람이 오는 걸 싫어합니다. 그래도 ‘반쪽조리사’가 되지 않기 위해 스시바에서 일하지 않는다는 다소 엉뚱한(?) 조건을 내걸고 2007년에 리츠칼튼 호텔로 직장을 옮겼어요.”

그는 나이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일식 조리에 관한 한 다양한 일을 습득하고 싶었다. 사실 한 분야의 일을 숙련하고 나면 얼마든지 편안한 직장생활이 보장되지만 그는 그 같은 안온한 삶을 스스로 거부했다.

“경력으로 직장을 옮겼지만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다보니 신입사원이나 마찬가지였어요. 볶고 튀기고 끓이는 약간 거친 일을 하게 되었어요. 일은 재미있어도 어느 순간에 제 정체성에 혼란이 일어났어요. 일식요리가 계절별로 돌아가니 계속 반복되는 생활에 또 다시 염증이 났고 이제는 공부의 깊이를 더하는 동시에 인맥을 넓혀보자는 생각에서 세종대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어요.”

강 조리장은 이번에는 조리사이면서도 호텔매니지먼트에 흥미를 가지고 도전했다. 조리사와 매니저는 라이프스타일이 다른데다 매니저 일은 전체를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하기에 생각의 폭도 넓고 깊어졌다. 쿨요리에 이어 핫요리를 익힌 강 조리장은 호텔을 떠나 경영 수업과 메뉴개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청담동 스시모토(元)로 옮겼다가 2년 전부터 현재의 더 클래식 500 호텔 펜타즈에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세종대 대학원에 다니며 그는 새로운 인맥을 형성하는가 하면, 혜전대와 디지털문화예술대에서 일식 이론과 실습을 강의하고 있다.

-최근 누구나 알만한 VIP 한 분을 위해 요리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누구인지는 밝힐 순 없고 오찬 메뉴를 직접 짜고 시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해 5가지 일식 코스 요리를 해드렸어요. 제가 준비한 5가지 코스 요리는 전채-생선회(3종)-연어구이-초밥(8종)-후식입니다. 먼저 전채로 꿀에 절인 매실, 인삼산마즙과 유채꽃, 곶감 같은 느낌을 주는 건자두를 내놓았어요. 두 번째 코스로는 도미, 참치뱃살 도로, 갑오징어의 3종 생선회, 세 번째 코스로는 연어를 얇게 펴서 그 안에 도묘지를 넣은 연어구이를 선보였어요. 특히 연어에 도묘지를 넣고 말아서 소금 간을 한 후 아끼바(위에서 열 내려오는 기구)에 구운 뒤 절반 정도 익히고 쑥과 된장을 섞어 만든 쑥 된장 소스를 연어구이위에 살짝 발랐어요. 마지막으로 광어에다 성게알을 올린 초밥과 함께 도로, 아나고(바다장어), 식감이 좋은 문어다리와 빨판 부분을 이용해 초밥을 만들고 장국을 함께 내놓았어요. 디저트는 열대과일 용과와 국내산 딸기를 주사위 모양으로 자른 뒤 젤라틴가루를 이용해 푸딩을 만들었어요.”

강 조리장은 VIP를 모시는 주방시설이 꽤 훌륭할 줄로 생각했는데, 10년 전의 주방시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세종대 박사과정에서의 인연으로 이 같은 조리를 할 기회가 생겼고 나름 최선을 다해 90%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 것에 만족한다고.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은 얼마나 긴장했던지 배가 고픈 줄도 몰랐어요. 막상 끝나고 났을 때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일했던 게 생각났어요. 맥이 탁 풀리고 배가 고파 근처 피자집에서 잘 먹지도 않던 피자와 콜라를 시켜 먹었어요. 제 요리인생 중 가장 긴장했던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요리의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직 사람들에게 내세울만한 거창한 철학은 없지만 정통 일식으로 몇 사람을 위한 요리보다는 대중들과 널리 소통하는 요리를 하고 싶어요. 조리를 하며 고객과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대화도 나누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저의 꿈입니다. 혹시 사업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급 음식보다는 대중과 소통하는 음식을 하고 싶습니다.”

-대중과 소통하는 음식이란 어떤 것인가요?

“일식은 생선회와 초밥을 중심으로 꾸밈새 등 최고급 요리를 지향하는 점이 특징이에요. 대중과 소통하는 음식은 질을 유지하면서도 패스트푸드처럼 누구나 접할 수 있게 하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초밥을 선택하고 장국을 무한정 다시 채워갈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일종의 일식의 패스트푸드화라고 할 수 있지요.”

-일본에 특별히 연수를 간 적은 있습니까?

“일본에 따로 연수 가는 대신에 새벽에 학원에 가 일본어를 공부했어요. 리츠칼튼 호텔에서 근무할 때 일본 조리장과 불편함 없이 대화하며 정통 일식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일식을 하면서 느낀 매력은 무엇인지요?

“일식은 정갈하고 깔끔한 게 특징으로, 칼로써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회를 뜰 때 칼 쓰는 방향에 따라 미세한 맛의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사용하는 칼은 후배들에게 관리를 맡기지 않고 직접 매일 관리를 하지요. 특별한 일이 있을 땐 제 한 달 월급으로 산 야시모또 히야시를 사용하는데, 칼을 주문한 후 40일이나 걸려 받았어요. 일반인은 잘 모르는 사실인데, 일본에서는 칼을 빨리 갈 수 있는 파우더와 생선회 칼을 가는데 사용하는 파우더 등 다양한 부재료가 발달해 있어요.”

-칼을 다루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칼은 적당한 무게가 있고 손에 잘 잡히는 것이 좋습니다. JW메리어트호텔에서 2~3년을 보낸 후 제법 일이 손에 익었다고 홀 직원과 장난하며 칼을 갈다가 영원히 칼을 잡지 못할 뻔 했어요. 병원에서는 인대가 끊어졌다며 6개월 간 푹 쉬라고 했지만, 보름 만에 복귀하여 죽으라고 일했어요. 다행히 1년이 지나면서 완전히 나았는데, 그때 ‘조리사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어요.”

-활어회와 신선회 가운데 어떤 회가 맛있습니까?

“크게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활어회와 신선회는 먹는 사람의 선호도 차이이고, 그보다는 양식하는 물고기에 너무 많은 항생제를 투여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항생제를 먹인 물고기는 살 안쪽으로 물이 차 있고 약 먹은 듯 누렇고 물컹물컹해요. 잘못하면 식중독에 걸리기 쉽습니다. 따라서 자연산이냐 양식이냐의 차이일 뿐 신선회냐 활어회냐의 차이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은 신선한 활어를 좋아하는 반면에 일본 사람은 숙성을 시킨 신선회를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활어회는 씹는 질감이 좋고 신선회는 회의 깊은 맛이나 향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집에서 따라해 보는 강태현 조리장의 비법 2제(題)


♠ 초밥


■ 강태현 조리장의 초밥 레시피


어란(송어알) 30g, 전복(찐 것) 30g, 유채꽃 30g, 시메 멸치 30g, 광어 20g, 골뱅이 20g

■ 초밥 만드는 방법


① 숭어알은 염장한 후, 참기름을 발라 7주일 정도 건조시킨 후 잘라서 준비한다.

② 전복은 2시간 이상 찌고, 내장을 곁들인다.

③ 유채꽃은 살짝 데친 후 간장소스에 재워둔다.

④ 골뱅이는 손질 후 매실소스를 곁들인다.

⑤ 광어는 얇게 자른 후 위에는 두부막을 얹어서 준비한다.

⑥ 식초소스에 손질된 멸치를 얹고, 사과와 엔다이브를 얹어 준비한다.

⑦ 준비된 재료를, 초밥으로 지은 후 보기좋게 담아낸다.

사시미


■ 강태현 조리장의 생선회 레시피


열빙어알과 청어 30g, 유바를 싼 다랑어 50g, 찐 전복 30g

■ 생선회 만드는 방법


① 열빙어알과 청어는 얇게 3쪽 잘라서 준비한다.

② 다랑어는 유바를 싸고, 주사위 모양으로 썬다.

③ 전복은 2시간 정도 푹 쪄서, 물결무늬 모양으로 자른 후 준비한다.

④ 준비된 재료를 얼음그릇에 보기좋게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