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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비결? 시장서 구하는 최상급 식재료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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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비결? 시장서 구하는 최상급 식재료 덕분"

[한국의 맛-대치동 '대한민국' 문춘식 조리장]

지금도 새벽 5시면 출근…이틀에 한번 꼭 시장 들러


중졸학벌 약점 특유의 성실함·부지런함으로 극복


"中서 15년치 월급 일시불로" 파격적 영입 제안받기도


식당 개업의 달인…쑥국수 전골·육회 최고 인기메뉴로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중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서러움. 그러나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그 한(恨)을 곱씹으며 부족한 학력 부분은 성실과 부지런함으로 메꾸어갔다.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노력한 덕분에 그의 손에서 나오는 음식 맛은 고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국내 특급호텔인 인터콘티넨탈호텔을 거쳐 지금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한민국’에서 조리장으로 일하고 있는 문춘식 부장의 이야기다.

조리사라면 누구나 좋은 식재료가 주어진다면 최고의 맛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싱싱한 식재료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문춘식 부장은 이를 위해 이틀에 한번 꼴로 직접 가락동 시장을 찾아간다. 식료품 주인들도 30여 년간 단골인 그를 알아보고 싱싱한 최고의 식재료를 그에게 제공하는가 하면, 그는 이상기후에 채소가격이 뛰어 아무리 비싸도 군말 없이 사들인다. 그렇게 나오는 쑥국수전골과 육회는 ‘대한민국’의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되었고,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을 줄을 서게 만든다. <편집자 주>

-음식점 이름이 ‘대한민국’으로 독특합니다.

“88서울올림픽이 끝난 후 ‘금강산’이란 이름으로 운영해오던 식당을 현재의 조정은 사장이 인수하면서 ‘대한민국’으로 바꾸었어요. 조 사장의 아들 이름이 ‘민국’이인데, 여기에 ‘대한’을 붙여 상호를 ‘대한민국’으로 하니 우리 국호(國號)와 같기도 해서 더 특별해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고객들에게 쉽게 기억되는 이름이라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요.”

담배인삼공사, 한전, 포스코,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회사가 밀집돼 있는 강남에서 ‘대한민국’은 그 이름만큼이나 유명하다. 점심식사 시간인 11시 30분이면 이미 예약이 다 끝나 줄을 서서 기다리기 일쑤다.

“‘대한민국’이 잘 되자 조 사장은 근처에 일식집을 내고 2층에는 삼겹살을 기본으로 하는 고깃집을 열었어요. 그런데 모두 재미를 못봐 다시 ‘대한민국’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저희 가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1만4000원짜리 쑥국수전골인데, 하루 매출 1000만 원이면 괜찮은 음식점 아닌가요? 돈이 벌린다고 무작정 가게를 늘리는 것보다 정성이 담긴 음식으로 고객을 섬기는 게 낫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요리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는지요?

“열아홉 살 때인 1979년 명동 사보이호텔에서 시작해 한일관을 거쳐 1987년 인터콘티넨탈호텔이 개장할 때 한식조리사로 들어갔어요. 이듬해에 문을 연 백조 뷔페는 한 달에 6억~7억의 매출을 올렸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지요. 호텔 직원 1800명 가운데 6개월 만에 표창을 받았고, 그 덕분에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서 요리 프로모션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나온 후 중국에 건너가 한정식과 뷔페를 오픈해준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시쳇말로 잘 나가자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어요. 중국에 가서 한식을 위주로 한 식당을 오픈해주면 15년 동안 벌 수 있는 임금을 한꺼번에 주겠다는 놀라운 제안이었어요. 돈도 돈이지만 제 능력을 외국에서 한 번 펼쳐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1997년 무작정 중국으로 건너가 벽산호텔과 서울회관 내 음식점을 잇따라 오픈해주었지요.”

문 조리장은 중국에서 성공리에 일을 마친 후 식당 개점에는 ‘선수’가 됐다. 그가 개점한 식당만도 교대법원 앞의 궁중관, 금강산, 대한민국 등 모두 대박신화를 써내려갔다. 그가 강남에서 자리잡은 지 벌써 23년째다.

-중국에 가보면 대부분 식당 규모가 엄청나던데….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에 15억 원을 투자해 중국 연길에 오픈 한 식당은 일반 중국 식당 못지않게 어마어마한 규모였어요. 홀에서 서빙하는 직원만 100명에 달했고, 당시 북한에서 만든 식당이 평양냉면 중심이었다면 저희 식당은 한정식과 뷔페를 맛볼 수 있는 최고급 식당이었어요. 중국은 한국과는 달리 김치나 깍두기 같은 밑반찬 하나하나를 돈을 받고 파는데, 다 먹으면 또 추가로 시키고 하니 돈을 안 벌래야 안 벌수가 없어요.”

-쑥국수전골의 인기 비결은 무엇입니까?

“쑥은 여성 경부암과 지혈에 효과가 있고 옛날부터 몸 신진대사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요.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쑥이 인체에 좋다고 나와 있고요. 특히 쑥은 봄향기를 느낄 수 있는데다가 다시마, 멸치, 가쓰오부시로 육수를 내어 전골을 끓임으로써 담백한 맛을 내지요. 비밀은 1시간 반 정도 육수를 끓이는데 있어요. 여기에 간장, 설탕, 소고기 가루를 넣고 콩간장과 죽품간장을 1대 1로 섞어 연하게 간을 맞추지요.”

-식당 개업을 잇따라 성공시키기는 등 조리사로서 성공한 남다른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고 꾸준하게 한 우물만 판 덕분이지요. 저는 식당일을 한 번도 일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돈을 들여가며 운동도 하는데 식당일을 운동한다는 기분으로 즐기며 하지요. 새벽 5시가 되면 어김없이 집을 나와 가게에 도착하면 6시20분, 그때부터 하루일과를 시작합니다. 혹시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셔도 출근시간은 반드시 지켜요. 힘들고 지겹다고 생각했다면 30여 년 동안 어떻게 하루도 빠짐없이 이렇게 할 수가 있겠습니까? 물론 요즘은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일을 좀 줄이고 있지만…. 주방에서 요리도 아랫사람에게 지시하는 게 아니라 직접 합니다.”

-싱싱한 식재료는 어떻게 구하시는지요?

“점심 영업이 끝나면 가락시장으로 달려갑니다. 이틀에 한번 꼴로 가락시장에 가 식재료를 직접 고르지요. 나쁜 물건은 가격이 저렴해도 버리는 것이 반이기 때문에 최상급 식재료만 사옵니다. 그러면 버릴 것도 없고 맛도 뛰어나지요. 재료가 나쁘면 아무리 양념을 가해도 맛이 나지 않아요. 가락시장에서는 저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거의 30년 간 다녔으니 동네사람처럼 친하게 지내지요. 그러다 보니 식재료가 부족할 때는 저를 위해 따로 빼두었다가 주기도 합니다.”

-조리사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조리사는 대부분 어렵게 살아요. 제가 어려운 자리에서 이렇게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조리사도 열심히 하면 된다는 롤모델이 되고 싶었어예요. 후배 조리사들에게 늘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일하라고 합니다. 어영부영하면 안 되고, 남이 보든지 안 보든지 간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야 성공이 손짓을 하지요. 초특급 호텔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사실 바보는 아니지만 바보처럼 열심히 일했어요. 매일 나물반찬만 15가지, 죽도 8가지를 해주었어요. 호텔 업장마다 식혜와 수정과를 해 나르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어요. 감당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그렇지만 한번도 불평하거나 제가 맡은 일을 소홀히 한 적이 없어요.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잠시 근무할 때인데 너무나 더워 오늘날 한국경제를 일군 주역들이 생각났어요. 그걸 생각하면 제 일이 어렵다기보다는 즐거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졸 학벌이라는 콤플렉스는 어떻게 이겨냈습니까?

“제가 근무하고 있는 식당 주변은 우리나라에서 잘나가는 샐러리맨들이 모여 있어요. 그들은 한결같이 대학을 나오고 얼굴 쳐다보기도 힘든 존재들이지요. 하지만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요리로 정성껏 대접하자 그들이 먼저 저에게 인사를 하더라구요. 모 회사의 회장님께서도 부산에서 출발하며 몇 시에 도착하니 음식을 준비해두라고 할 때 학벌 콤플렉스는커녕 오히려 조리사로서 자부심을 느껴요.”

-요리를 할 때 특별히 주의하는 점이 있으시다면….

“조리사들 대부분이 너무 레시피에 매달리는데, 저는 그보다는 음식은 손맛이기 때문에 숱한 경험을 통해 요리에 대한 감각을 발달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TV에 나오는 달인처럼 눈을 감고도 손으로 간을 맞출 수 있어야 하고요. 특히 음식은 주물럭거리면 맛이 안 나기 때문에 살살 만져야 해요.”

-조리사 인생 34년 동안 일어난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시죠?

“인터콘티넨탈호텔에 있을 때 일입니다. 직원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데, 직원들이 제가 하는 요리만 먹으려고 해 총주방장으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어요. 제가 직원들에게 강제로 먹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특히 뷔페식당에서는 음식이 많이 남아돌지요. 원래 식당에서는 남은 음식에 절대 손을 못 대게 하는데, 일하는 아주머니들에게 몰래 싸서 주다가 몇 번이나 혼났어요. 상사로부터 ‘너! 제발 그런 짓하지 말라’는 호통을 여러 번 들었지요. 혹시 음식이 상해 사고가 날까봐 염려하기 때문인 것은 이해하지만 먹을 수 있는데 버린다면 그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요.”

문춘식 조리장은 함께 일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한 가족처럼 대한다고 한다. 실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주방에서 만난 그의 후배 조리사들은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형님과 동생처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어떤 일을 지시하거나 화를 내는 대신에 그는 솔선수범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을 물가에 끌고가도 물을 마시고 안 마시고는 말이 선택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제가 조리하는 걸 보면서 배우고 따라오면 그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주지요.”

-과거에 함께 일한 분들의 칭찬이 자자한 것으로 압니다.

“상사들이 아무리 힘든 일을 시켜도 싫은 표정을 짓지 않고 일해주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면 짜증 내지 말고 웃으면서 해주는 게 사랑받는 비결이지요. 저는 한식조리사이지만 일식, 양식, 중식, 한식 조리사 모두가 저를 기억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집에서 따라해 보는 문춘식 조리장의 비법 2제(題)


♠ 쑥국수 전골(4인분)


■ 문춘식 조리장의 쑥국수 전골 레시피


생면: 밀가루 500g, 쑥 300g, 따뜻한 물로 반죽

다시육수: 다시마, 멸치, 가쓰오부시, 물 3L

양념: 진간장 150g, 소금 30g, 설탕 30g, 가쓰오다시 10g, 후추 1작은술, 간 마늘 1작은술, 굵은 고춧가루 1작은술(기호에 따라 매운맛 조절)

야채: 쑥갓, 대파, 깻잎, 표고버섯, 청경채, 팽이버섯, 소고기

■ 쑥국수 전골 조리방법


① 쑥갓, 대파, 깻잎, 표고버섯, 청경채, 팽이버섯 등 야채를 다듬어 물에 씻어 건진다.

② 다시마, 멸치, 가쓰오부시, 물을 넣고 약한 불에서 1시간 30분 동안 끓인다. 물이 끓어오르면 다시마를 건지고 10분 정도 더 끓인 후 체에 거른다.

③ 전골냄비에 체에 거른 ②의 다시육수를 붓는다. 여기에 진간장, 소금, 설탕, 가쓰오다시를 넣어 간을 맞춘 후 다시 끓인다.

④ 육수가 팔팔 끓기 시작하면 밀가루, 쑥, 따뜻한 물로 반죽해 만든 쑥칼국수를 넣고 어느 정도 익힌다.

⑤ 쑥칼국수가 익은 다음에 표고버섯, 파, 깻잎, 쑥갓, 소고기를 한번에 넣는다. 다시 한번 모든 재료를 익혀 국물과 국수, 채소를 곁들여 후루룩 먹으면 된다.

⑥ 그리고 남은 국물에 밥과 갖은 채소, 김 가루, 참기름, 달걀 노른자 등을 넣어 뭉근히 끓이면 걸쭉하면서 고소한 죽이 완성된다.

♠ 육회(200g 기준)


■ 문춘식 조리장의 육회 레시피


소고기(홍두깨 또는 채끝살 ) 200g, 달걀노른자, 잣

양념: 소금 5g, 설탕 20g, 통깨와 참기름 약간

야채: 배, 마늘, 오이, 깻잎, 쪽파

■ 육회 만드는 방법


① 배는 흠집이 없는 깨끗한 것으로 골라서 씻어준 다음 껍질을 깎아 주고 약간 굵은 채로 썬다.

② 마늘은 얇게 편으로 썰어 준비하고, 잣은 다져 준비한다.

③ 오이껍질을 돌려 깎아서 사용하고 깻잎은 미리 채를 치고, 쪽파는 듬성듬성 썰어준다.

④ 위에 준비한 재료들을 접시 가장자리에 놓고, 육회를 가운데 앉힌 뒤 잣과 얇게 썬 마늘을 올린 다음 달걀 노른자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