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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적 맛 조화 한식세계화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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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적 맛 조화 한식세계화에 승부"

[한국의 맛-왕성철 임피리얼 팰리스호텔 총주방장]

서울 특급호텔 총주방장 모임 '셰프 테이블' 회장


자크 로게 IOC위원장·브라질 대통령도 "베리 굿~"


"최고의 맛은 조리사의 뜨거운 열정과 정성서 나와"


매생이 등 고급 식재료 구하기 위해 직접 지방에 출장도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임피리얼 팰리스호텔의 식음료를 지휘하고 있는 왕성철 총주방장. 전통 한옥의 멋을 현대식 건축에 접목시킨 호텔답게 음식 또한 한식 고유의 맛과 현대적인 맛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로부터 크게 사랑받고 있다.

왕성철 총주방장은 국내 최고의 특급호텔에서 최고의 음식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남다른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특히 서울의 특급호텔 총주방장들의 모임인 셰프 테이블(Chef Table)의 수장을 맡고 있는 그는 호텔이라는 공간을 넘어 한국의 음식문화를 바꾸어 나가는데 일조하기 위해 노력을 펼치고 있다. 좋은 식재료를 찾아내는 예사롭지 않은 눈초리와 요리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뭉쳐진 왕성철 총주방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언제부터 요리를 시작하셨는지요?

“군 제대 후 요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먹고 살기 위한 생계의 수단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요리를 하는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고객이 제 손끝에서 나오는 맛에 감동할 때 저 또한 조리사로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요.”

-조리 인생의 지침이나 요리철학이 있다면?

“조리사는 뜨거운 열정과 재능이 있어야 합니다. 나인스타 셰프인 알랭 뒤카스는 ‘열정과 재능 없는 조리사는 존재가치가 없다’고 했는데, 저 또한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요리는 열정을 쏟아 붓는 인생의 가장 큰 대상이자 멈출 수 없는 도전의 대상이지요. 물론 맛있는 요리의 기본은 맛과 간, 그리고 시각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최고의 요리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여기에 조리사의 정성과 요리에 대한 열정이 들어가야 먹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최고의 요리가 탄생하지요.”
왕 총주방장에 따르면 양질의 좋은 식재료, 훌륭한 조리사, 정성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질 때 좋은 음식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이지만 이것을 실천하는 것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기 위해 요리에 필요한 모든 조미료를 천연 재료로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인의 입맛은 일본에서 들어온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져 있어요. 먹고 나면 속이 불편해도 먹을 땐 입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 때문이지요. 그러나 화학조미료는 어디까지나 자연의 맛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우리의 건강을 해칩니다. 최고의 호텔에서 최고급 식사를 하는 고객들을 위해 자연의 맛을 느끼도록 좋은 식재료를 구하고 양념을 적게 넣음으로써 식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좋은 식재료는 어디서 구하시는지요?

“기본적으로는 조리사들이 아침마다 직접 새벽시장에 나가 구하기도 하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좋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지방의 산지를 돌아다녀요. 최근에도 전남 고흥에 가 양질의 매생이를 구하고 호텔에 직접 납품하도록 계약을 맺었어요. 중간 유통단계를 없앴으니 생산자와 호텔 모두 이익인 셈이지요. 고흥산 매생이를 활용해 스파게티를 선보였는데, 크림 스파게티가 느끼하지 않아 좋다고 고객들이 말해요. 앞으로도 좋은 식재료의 구입 통로를 다양화 해 최대한 자연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최고의 조리사란 어떤 사람입니까?

“조리사는 단순히 요리를 하는 사람이어서는 안 됩니다. 정성이 깃든 요리를 통해 고객들과 교감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될 때 최고의 조리사가 되는 것이지요. 요즘은 고객들이 요리를 먹고 난 후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보기도 해요. 그러면 친절하게 재료를 손질하는 방법과 조리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을 해주지요. 고객도 집에 돌아가 요리를 해본 뒤 호텔에서 먹던 맛과 다르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다시 어떻게 요리를 했는지 확인한 뒤 그 비법을 알려줍니다. 이처럼 조리사는 고객들과 요리를 매개로 서로 교감하고 공감할 때 프로 조리사로 다시 태어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왕성철 총주방장에게는 국내 저명인사들의 팬이 많다. 그가 정성껏 요리를 하고, 마음을 나눈 고객들이 잇따라 지인들을 소개해준 덕분이다.

-조리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지난 2008년경 다국적 기업의 디너행사에서 실수로 아랍계 고객에게 미트소스가 들어있는 요리가 나간 일이 있어요. 종교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고객이 큰 불평을 할 수가 있는 문제였어요. 제가 직접 재빨리 고객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다시 메뉴를 짜서 접대를 했어요. 그리고 사과의 의미로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의 조리사들이 힘을 합해 우리 전통 한과를 만들어 선물로 드렸어요. 그랬더니 그 고객은 마음을 푼 것은 물론이고 이후 감사편지까지 보내왔어요.”

왕 총주방장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 그리고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이 이끌어낸 결과다. 이런 그의 자세는 국제 올림픽 위원회 위원장인 자크 로게 위원장의 극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2006년 위원회의 갈라 디너행사에 참가한 자크 로게 위원장은 왕 주방장의 디너 요리에 흠뻑 빠져 행사 후 그를 만나 맛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자연 그대로의 맛’과 ‘현대적인 맛’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역설하시는데….

“훌륭한 조리사는 양념을 최대한 적게 사용함으로써 자연 그대로의 맛과 영양을 살려야 해요.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이용해 식재료 고유의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우리 현대인의 맛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게 조리사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해요. 나라마다 각기 조리법과 재료가 다르지만 좋은 요리는 식재료 고유의 맛과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래서 지난 2010년 G20정상회의가 열릴 때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 묵은 브라질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에게 그 맛을 선보였어요. 궁중음식의 하나인 신선로에는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한국 고유의 맛과 현대적인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한식 세계화에 대해 평가한다면?

“사실 저는 양식을 전공했지만 한국인 조리사로서 한식 세계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어요. 한식 세계화라는 구호는 좋았음에도 실제로 한식이 세계화 되지 않은 건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탁상공론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에요. 지난 4년 동안 769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대통령의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명예회장을 맡아 뉴욕 맨하탄에 플래그쉽 한식당을 개설하는 등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결과는 얻은 게 없어요. 진짜 한식 세계화를 하고자 했다면 예산을 투입하기 전에 현장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저 같은 조리사들의 의견을 구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했더라면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식의 경쟁력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일본의 스시 이외에도 태국이나 베트남 요리가 전 세계에 뻗어나가 있어요. 발효 음식인 한식은 현대인의 건강을 고려하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한식 세계화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부족한 탓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지요. 지금이라도 전 정부가 한 일이라고 내팽개치기보다는 오히려 실패한 이유를 분석하고 셰프 테이블의 총주방장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노력을 한다면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한식은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조화의 맛과 건강식인 게 최고의 강점이다. 습관적으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구절판이나 신선로 등 궁중음식을 중심으로 메뉴를 구성했는데, 이것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전통의 맛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맛을 가미한 한식으로 세계화에 도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왕성철 총주방장은 조언한다.

“한식은 요리가 갖춰야 할 매력을 골고루 가지고 있어요. 우선 건강에 좋고, 오방색을 바탕으로 펼쳐진 요리는 시각적으로도 먹음직스럽고, 풍부한 식재료에서 나오는 다양한 요리가 한식의 매력이거든요. 이 같은 한식 고유의 전통의 맛에다 현대적인 맛을 잘 활용한다면 세계인의 입맛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을 겁니다.”

-국내 특급호텔 총주방장들의 모임인 셰프 테이블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국내 총주방장들의 모임인 KCC와는 별도로 국내 26개의 특급호텔에 근무하고 있는 총주방장들로 셰프 테이블을 만들었어요. 특급호텔의 총주방장들의 모임인 만큼 ‘우리가 한국의 식문화를 만들어나가자’는 목표에 공감해 전체 회원 26명 가운데 대부분이 두 달에 한 번 모이는 정기모임에 참석하고 있어요. 올해는 사회에 봉사하는 프로그램과 함께 젊은 셰프를 위한 장학금을 수여하는 등 사회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입니다.”

※집에서 따라해 보는 왕성철 총주방장의 비법 2제(題)



♠ 절인 비트와 양송이를 곁들인 리조또 고로케


■ 왕성철 총주방장의 절인 비트와 양송이를 곁들인 리조또 고로케 레시피


쌀 50g, 파프리카 20g, 튀김기름 100㎖, 빵가루 20g, 계란 1개, 밀가루 20g, 보콘치니치즈 20g, 프로슈토 20g, 양파 20g, 아티초크 20g, 비트 20g, 새싹야채 20g, 양송이 30g

■ 절인 비트와 양송이를 곁들인 리조또 고로케 만드는 방법


① 불린 쌀과 다진 양파, 프로슈토를 넣어서 리조또를 완성한다.

② 리조또 속에 보콘치니치즈를 넣어 둥글게 만들어 밀가루, 계란,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다.

③ 그릇에 파프리카 소스를 예쁘게 짜고 그 위에 튀긴 리조또를 얹고 준비한 비트와 아티초크, 양송이를 넣고 바질 오일과 새싹야채로 마무리한다.

*파프리카 소스

파프리카의 껍질을 벗겨 갈아두고 삶은 계란의 노른자와 올리브오일을 넣고 갈아둔 파프리카를 넣어 완성한다. 파마산치즈로 간을 맞춘다.

♠ 고흥산 매생이와 새우, 양파를 넣은 크림스파게티


■ 왕성철 총주방장의 고흥산 매생이와 새우, 양파를 넣은 크림스파게티 레시피


스파게티 70g, 매생이 25g, 붉은 양파 15g, 마늘 2쪽, 새우 3마리, 화이트와인 10㎖, 생크림 200㎖, 바질 2g, 방울토마토 2개, 파마산치즈 10g, 소금 후추 약간, 모시조개 2개

■ 고흥산 매생이와 새우, 양파를 넣은 크림스파게티 만드는 방법


①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색깔 내어 구운 뒤 모시조개, 양파, 새우, 매생이를 넣고 볶는다.

② 화이트와인으로 후람베하고 생크림을 넣는다.

③ 삶은 스파게티 면을 넣고 재료와 섞은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파마산치즈와 바질을 넣어 마무리한다.

④ 접시에 담고 바질과 토마토로 장식해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