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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물가잡기에 농어민, 영세 납품업체 고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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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물가잡기에 농어민, 영세 납품업체 고사 위기

대기업 가격인상 억제...납품업체 가격 깍기로 이어져

‘[글로벌이코노믹=윤경숙기자] 정부가 식탁물가를 잡기위해 최근 대기업 대상 가격인상억제책을 쓰고 있지만 정작 그 피해가 중소납품업체로 돌아가고 있다. 오히려 식탁물가인상억제책이 또 다른 소상인들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새정부의 이번 식탁물가 잡기 정책 요지가 적게나마 이익을 내고 있는 대기업이 감수하라는 차원에서 추진한 것인데 결국은 납품업체들이 이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 정책에 대기업은 ‘꼼수’…피해는 납품업체가 떠안아

설탕, 빵 등 인상했던 가격을 내리는 기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겉으로는 정부 정책 방향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표현하지만 나름 복안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 업체관계자는 귀뜸했다.

그는 “새정부가 공정위, 국세청까지 동원해 거의 강제적 가격인상 억제책을 쓰지만 세계적 원부자재가격 폭등 등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대기업들은 ‘꼼수’를 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도 약자인 납품업체에게 이를 강요할 수밖에 없어 결국 이번정책은 납품업체만 골탕 먹는 ‘풍선효과’만 유발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의 경우 납품업체란 대부분 식자재로 현재 새정부가 삶의 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쓰고 있는 농가, 축산, 수산분야 등이다.

농산물 등을 대기업에 공급하는 한 중소 업체 대표는 “원부자재가격인상으로 납품단가를 올려야함에도 오히려 가격인하를 종용 받고 있어 거의 고사직전”이라고 하소연하며 “왜 정부는 그동안의 정책 경험이 있음에도 만만한 중소영세 납품업체만 죽이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와 함께 가공 식품에 이용되는 포장재 납품업체도 대기업의 납품단가 횡포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 역시 대부분 소규모 영세업체로 원료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가격 폭등에도 정부의 물가 인상 억제책을 빌미로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받는 가격압박을 고스란히 포장 업체에 전가시켜 견딜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식품대기업에 포장재를 수 십년간 납품해오던 한 식품 포장업체 대표는 “석유를 원료로 생산되는 연포장재의 경우 지난해 석유가격이 폭등해 납품단가를 맞출 수가 없는데도 공급가 인하 강요가 극심해 지난해 회사를 싼 가격에 처분했다”고 말했다.

식품 대기업의 한 임원은 “강제적 식탁 물가 인상억제책은 반드시 부메랑이 돼 새정부를 압박하게 된다는 뻔한 이치를 실적위주와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 때문에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 전시행정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개선이 필요

더구나 먹거리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 역시 ‘미미’함에도 정부 관료들은 먹거리에 대한 가격 통제에 목숨을 걸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품목 순위' 를 보면 1,2위는 전세와 월세, 3위 휘발유, 4위 이동전화료, 5위 전기료로 가공식품이나 농수축산물 등 식품은 상위 20위 품목 안에 들어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정부가 유독 식탁물가 인상에 민감한 이유는 먹거리가 소비자들의 피부에 직접 와 닿기 때문에 가격 억제 또는 관리의 효과가 확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착시현상이 새정부의 왕성한 활동을 돋보이기 때문에 식탁물가 억제책은 언제나 새정부가 들어서면 곧바로 시행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정부가 빠른 성과에 집착해 물가를 잡으려 하지 말고 유통 경로 개선 등 구조적인 문제개선으로 물가억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