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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장벽 낮추는 日, 우리나라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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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장벽 낮추는 日, 우리나라 영향은?

[글로벌이코노믹=조상은기자]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내달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위한 교섭을 개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11년 7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국내 수출품은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선점했지만 일본과 EU 간 무역장벽이 사라지면 수출 차질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경쟁국인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근 일본 교도통신은 이달 말 도쿄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정상회담을 갖고 EPA 교섭 개시를 선언하는 방안을 최종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양국이 내달 중 브뤼셀에서 첫 공식 교섭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PA는 FTA를 최종 목표로 하는 국가 간 경제 협력 틀로 협정 당사국은 관세를 철폐하거나 인하하고 투자 및 서비스, 지식재산 등의 왕래가 자유로워진다.

◇한·EU FTA 성과 내자 분주해진 일본

2011년 7월 한·EU FTA가 발효된 이후 국내 수출 경쟁력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10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럽 재정위기에도 2012년 1~11월 우리나라의 대(對) EU 수출액은 353억8500만유로로 전년 동기(332억7400만유로)와 비교해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수출액은 632억5100만유로에서 592억2300만유로로 6.8% 감소했으며 중국은 2690억3000유로에서 2676억9100만유로로 0.5% 줄었다.

FTA에 따른 관세철폐 혜택을 톡톡히 본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과 중국은 수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양상이다.

일본과 EU의 EPA 교섭을 두고 일본 언론은 한·EU FTA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더해 일본이 미국 중심의 TPPA 교섭에도 참여할 의사를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에 있어 일본은 '한국 따라잡기'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한·EU FTA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면서 일본도 대책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 아베 정부는 우파 성향이 강해 관세 철폐 등 통상 협정에 소극적일 것이라 예상됐지만 정권 출범 뒤 실용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며 "따라서 일·EU EPA 협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TPPA 참여 등 최근 일본의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가 내세운 'FTA 허브' 역할을 일본이 맡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출 경쟁국 日의 낮아지는 무역장벽, 韓은 '악재'

일본이 무역장벽을 낮춰 수출 증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우리나라에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 경합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향후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와 일본의 50대 수출 품목 가운데 26개(52%)가 중복됐다. 수출 1위를 기록한 석유화학제품뿐 아니라 자동차(부품), 선박, 액정 디바이스 등 국내 주력 수출 품목이 대부분 일본과 경쟁하고 있다.

양국의 수출 경합도(1에 가까울수록 수출 상품구조가 유사함)도 10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전체 산업 수출 경합도 지수는 지난 2000년 0.221에서 2010년 0.394로 크게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전자부품 수출 경합도는 0.205에서 0.621로 급격히 올랐으며 자동차 역시 0.625로 높게 나타났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주요 시장인 미국, EU와 FTA를 맺으며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수출 구조가 비슷한 일본이 무역장벽을 낮추면 국내 수출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경희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수출 구조가 유사한 일본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과 EU가 FTA를 맺는 것보다 일·EU EPA로 인한 악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근 선임연구원 "그동안 EU에서 국내 자동차, 제조품 등이 선전했지만 일본 제품이 무관세로 들어오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서비스 분야 등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를 유치하는 데 있어 우리나라가 일본에 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인프라가 적고 투자자가 반기지 않을 규제들이 많다"며 "일본의 무역장벽이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는 그쪽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성장성 높은 신흥국으로 경제영토 넓혀야"

일본이 통상협정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일본이 손을 뻗지 않은 신흥국으로 경제영토를 넓혀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경희 선임연구원은 "일본이 TPPA에 가입하게 되면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이익이 매우 줄어든다"며 "발전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 신흥국과의 FTA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근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과 EU 등 큰 경제권과의 FTA를 실시하고 있다"며 "캐나다, 호주 등 성장 가능성이 높고 진출 여건이 우호적인 나라와 FTA를 맺어 경제영토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FTA를 신속히 체결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형주 연구위원은 "한·중 FTA를 체결해 중국을 통한 부품 조달이나 임가공으로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선진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