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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도 모두 제 손맛을 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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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도 모두 제 손맛을 보았지요"

[한국의 맛-고재길 ㈜아워홈 수석조리장]

각국 요리 버무린 노하우로 170여종 '간편 한식' 선봬


외국인 조리사가 버린 조리법 쓰레기통에서 주워 밤샘 공부


요리경연대회 단골 심사위원에 대한민국 신지식인으로 뽑혀


▲(주)아워홈고재길수석조리장
▲(주)아워홈고재길수석조리장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조리명인 고재길 ㈜아워홈 수석조리장. 조리사로서의 자부심이 남다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이 모두 그의 손맛을 보았고, 양식 중식 일식 한식 등 어느 요리를 가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요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고의 조리사가 되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조리법을 배우기 위해 외국인 조리사가 버린 조리법을 찾아서 쓰레기통을 뒤져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했는가 하면, 아파트 한 채 값을 날리면서 23개국에 나가 각국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그렇게 터득한 요리 노하우는 1만 장의 레시피로 완성되었고, 캥거루와 악어로 별미를 만들어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호텔 웨이터를 꿈꾸던 평범한 소년이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의 수석조리장이 되고 2011년에는 ‘대한민국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까지 파란만장한 그의 요리인생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요리와 인연은 언제, 어떻게 맺었습니까?

“처음 요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근무하면서부터입니다. 미국 유학파인 부대장이 가끔 양식요리를 요구하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요리를 만들었어요. ‘아주 맛있다!’라는 칭찬이 간간이 이어지더니 나중에는 ‘아예 군대에 말뚝 박아라!’라는 농담까지 나왔어요. 요리의 매력에 푹 빠진 저는 제대 후 신문과 잡지를 꼼꼼히 뒤지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조리장을 찾기 위해서였죠. 1977년 당시 한 일간지에서 웨스틴조선호텔의 총주방장을 맡은 스위스 출신 요리사에 관한 기사를 발견했어요.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작정 찾아갔죠. 20대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그런 용기는 내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호텔 주방에 들어갔지만 요리를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설거지나 채소 다듬기 같은 허드렛일만 죽자고 시켰다. 요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서 외국인 조리사들이 쓰고 버린 조리법을 쓰레기통을 뒤지며 주워 공부하고 밤에는 몰래 주방에 들어가 어깨너머로 익힌 조리법을 기억하며 연습했다. 그는 지금도 외국인 조리사가 영어로 흘려 쓴, 누렇게 바랜 종이가 잔뜩 붙은 손때 묻은 수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휘갈겨 쓴 글씨를 겨우 겨우 영어사전을 뒤적이며 익혔기에 역설적으로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다.

“열정적으로 요리하는 외국인 조리사들이 정말 멋져 보였어요. 저도 그들처럼 살고 싶었어요. 요리를 시작한 지 6년 만에 한국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인 주방장에 올랐어요. 한식뿐 아니라 중식 양식 일식 등 각국 요리를 모조리 익혔지요.”

-해외 교환근무를 자청하며 각국 요리를 섭렵했다고 들었습니다.

“저의 전공 분야는 양식이지만 그 당시에는 요즘처럼 조리전문학교가 활성화 되어있지 않아 현장에 뛰어들어 실력을 쌓을 수밖에 없었어요. 한국에서 양식을 하다 보니 항상 뭔가 부족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세계 여러 나라를 찾기 시작했어요.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프랑스,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 중국, 대만, 태국, 일본 등 23개국을 돌아다니며 근무하기도 하고 조리연수를 받으면서 세계인의 입맛을 고루 익혔어요. 해외 교환근무를 자청하며 외국에 나갔지만 그에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당시 아파트 한 채 값을 날렸지요. 지금까지 뜨거운 열정과 노력으로 모은 조리법만 1만 개가 넘습니다. 조리사로서 가장 자랑스러운 게 저 만의 조리법 아닌가요? 저는 힘겹게 공부하며 모은 조리법이지만 후배들에게는 아낌없이 물려줄 생각이에요.”

고 조리명인은 서울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00년 워커힐호텔 외식사업부 수석조리장으로 자리를 옮겨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서울파이낸스센터의 고급 중식당인 싱카이와 일식당인 이키이키(현 키사라)와 양식당 메짜루나 등의 메뉴 개발을 총지휘했다. 대부분의 조리사가 한식 중식 일식 양식 가운데 한 분야만 요리하는데 그치지만 그는 모든 요리를 자유자재로 하는 ‘팔방미인 조리사’인 까닭에 중식 일식 양식의 메뉴를 모두 개발하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고재길 명인의 조리 솜씨에 반했다면서요?

“제가 직접 청와대에서 요리를 한 건 아니지만 박정희 대통령에서부터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을 모두 모셨지요. 어떤 대통령은 재임시절에, 어떤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어떤 대통령은 정치인시절에 모셨는데, 그분들 나름 맛에 조예가 있고 특징이 있었어요. 전두환 대통령은 특히 입맛이 까다로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역대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모신 경험으로 볼 때 가장 미식가인 분을 손꼽으신다면….

“대부분 다 미식가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중에서도 고 최종현 SK회장과 지난 2004년 워커힐 외식사업부 일부를 인수하면서 저를 직접 스카우트 한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대표적인 미식가이시죠. 구자학 회장은 손수 요리를 해 저희들에게 메뉴를 개발해보라고 권하실 정도입니다. 그 분의 뛰어난 입맛 덕분에 한식당 손수헌의 메뉴가 일반 한정식집과 차별화 되어 있고, 손수헌에서 만든 도시락이 고위층 인사의 간편 식사로 자주 배달되곤 하지요.”

-서양의 패스트푸드처럼 한식의 간편 메뉴 개발을 주도한 것으로 압니다.

“서양의 햄버거나 피자가 세계를 휩쓴 것은 요리하기가 간편하기 때문이지요. 요즘 사회 분위기도 집에서 요리를 할 시간이 줄어들면서 간단히 가열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간편 메뉴를 찾고 있어요. 특히 간편식은 한식을 세계화하는 데도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한식은 요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맛을 내기가 힘들다는 인식이 강해요. 그래서 아워홈은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간편식을 많이 개발해 선보이고 있어요.”

고재길 명인은 간편식은 첫째 영양가가 풍부해야 하고, 둘째 맛이 좋아야 하고, 셋째 부담 없는 가격에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간편식에 대한 그의 철학에 따라 아워홈이 선보인 간편식은 육개장, 우거지탕, 냉면 등 제품 종류가 17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동안 개발한 다수의 메뉴 중 대표적인 메뉴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또한 그런 메뉴를 개발할 때 주로 어디에 초점을 두는지 궁금합니다.

“소프트 크랩(soft crab)을 튀겨 카레향 소스에 볶아서 만드는 태국음식 푸팟뽕가리, 소고기를 바싹 튀겨서 피쉬 소스(fish sauce)와 노두유 등의 소스를 곁들인 캄보디아 음식 실크로드 덮밥, 국내 최초로 프로모션한 캥거루 스테이크와 스튜요리, 신선한 야채와 훈제연어, 기자메 드레싱을 곁들인 R&G 특별 샐러드 등 매장과 가격대, 콘셉트에 맞게 항상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어요. 메뉴를 개발할 때 중요한 것은 최근 트렌드와 매장의 주방동선, 가격대 등을 고려해서 손님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죠. 따라서 여러 가지 조리법을 다양하게 사용해 보고 식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려주는 메뉴를 만드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한식과 양식을 요리해온 조리사로서 한식과 양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한식은 최고의 웰빙 음식으로 그 맛이 단백하고 깔끔한 것이 특징이지요. 특히 한식은 고기요리가 주를 이루는 서양식과 달리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서양 요리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깊은 맛을 냅니다. 반면에 서양요리는 간편하고 단순한 구이문화가 대부분으로 얕은맛이 특징인데 이를 보강하기 위해 음식 코디문화와 소스, 향료산업이 발전했어요. 하지만 한식은 조리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은 그 깊은 맛에 중독될 수밖에 없어요. 이 깊은 맛이 바로 한식의 최고 경쟁력이라 할 수 있지요. 한식을 선호하는 외국인들이 증가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2008년 뉴욕에서 열린 세계한식요리경연대회의 운영업무팀장으로 참가해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300여 외교관들에게 어떤 맛을 선보였는지요?

“당시 요리대회에 사용될 한식재료를 선별하는 중책을 맡았고, ‘유엔외교 사절 초청 리셉션 만찬’에 수석 주방장으로 나서 한식의 맛과 우수성을 알렸지요. 신선로와 송이갈비구이, 비빔밥을 주 요리로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외교관들에게 선보였는데, 참가자 모두 ‘원더풀!’하며 감탄을 연발했어요.”

-지금 근무하고 계신 ㈜아워홈에 대해 소개해주시죠?

“아워홈은 식품사업, 외식사업, 글로벌유통사업, 식자재사업, FS사업 등 외식전반에 걸쳐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제가 관여하고 있는 외식사업은 ‘키사라’, ‘싱카이’ 등 50여개의 프리미엄급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고, 일본 신주쿠 돈가스 전문점 ‘사보텐’, 프리미엄 푸드코트 ‘메인디쉬’, ‘푸드엠파이어’, ‘한식소담길’을 운영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쇼핑몰, 리조트, 학교, 병원, 호텔 등 다중 이용시설내 식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센션 사업과 최고급 수준의 웨딩&컨벤션브랜드 ‘아모리스’를 운영하지요. 특히 한정식 고급브랜드인 손수헌은 최고급 식자재와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손맛으로 외국인들의 입맛까지도 사로잡고 있다는 평입니다.”

2004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장, 2005년 국가품질경연대회 대통령 최우수상 수상, 2007년 대한민국 조리명인 선정, 2009‧2010년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 대상 수상, 지난 2011년 조리사로서는 두 번째로 대한민국 신지식인에 선정된 고재길 명인. 수많은 사회 저명인사를 만나기에 깔끔한 양복차림을 하고 다니지만 당장이라도 요리를 할 수 있게 그의 손에는 늘 조리복이 들려져 있다. 훌륭한 조리사의 조건으로 창의력과 미적 감각을 손꼽는 그는 세계 최고 미식가들의 모임인 ‘체인 디너’의 회원이기도 하다.

※집에서 따라해 보는 고재길 명인의 비법 2제(題)


♠ 갈비찜


■ 고재길 명인의 갈비찜 레시피


한우소갈비 300g

<갈비찜 양념>

진간장 100g, 물엿 50g, 황설탕 30g, 마늘 30g, 배 30g, 양파 30g, 후춧가루 약간, 물 800g

■ 갈비찜 만드는 방법


① 갈비를 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② 양파, 마늘, 배를 갈아서 준비한다.

③ 갈은 야채와 갈비, 갈비찜 양념과 물을 넣고 끓인다.

④ 갈비찜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약 1시간 30분 정도 조리한다.

♠ 나물 반찬


■ 고재길 명인의 나물 반찬 레시피


무나물 40g, 호박오가리나물 40g, 말린 취나물 40g, 토란줄기 40g, 고비 40g, 도라지 40g, 말린 가지나물 40g, 무청 시래기 40g, 참나물 40g, 다래 15g

<양념>

다진 마늘, 다진 파, 참기름, 깨소금, 소금

■ 나물 반찬 만드는 방법


① 재료를 손질하여 준비한다.

② 다진 마늘, 다진 파,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소금으로 간하여 준비한다.

③ 달래는 간장, 참기름, 참깨를 넣고 버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