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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20)-석유공사]7년만에 부채 3조에서 21조로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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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20)-석유공사]7년만에 부채 3조에서 21조로 껑충

[윤리경영 진단(20)-한국석유공사 편]

사업비 부풀려 ‘성공불융자금’ 신청 의혹 잇달아


온‧오프라인 교육 등 강화 불구 부패행위 여전


의사결정 신속성 못지않게 경영효율성 높여야


[글로벌이코노믹=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연구팀장] 한국석유공사(Korea National Oil Corporation, 이하 석유공사)는 1978년 한국석유개발공사법이 공포된 후 1979년에 설립됐다. 주요 업무는 석유자원의 탐사 및 개발, 원유 및 석유제품의 수출입·비축·수송·대여 및 판매, 석유비축시설의 건설·관리·운영 및 대여, 석유의 유통구조 개선, 에너지 및 자원 관련사업을 행하는 법인에 대한 투자·융자·채무보증 및 자재대여, 에너지 관련사업에 대한 기술지원·조사연구 및 정보제공, 상기의 사업에 부대되는 사업, 기타 정부로부터 위탁 받은 사업 등이다.

석유공사의 사명은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과 편안함을 제공한다’이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세계적 국영석유기업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해 나가며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해 대응’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석유공사의 윤리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언론보도, 글로벌이코노믹 DB, 국가정보전략연구소 DB, 국정감사, 감사원 자료 등을 참조했다. 석유공사의 윤리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8-Flag Model’을 적용해 보자.

세계적인 메이저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보다 부정부패 의지 강해


Leadership(리더십, 오너/임직원의 의지)=석유공사는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GREAT KNOC 3020’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다. GREAT는 Globalization, Respect, Ethics, Action, Trust라는 5가지의 가치를 의미하며, 3020은 2012년까지 일 생산량 30만 배럴, 매장량 20억 배럴 확보라는 계량적인 목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영혁신, 윤리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경영원칙(Business Principle)은 기업경영의 지침으로, 석유공사는 변화와 혁신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 다함, 기본과 원칙에 맞는 투명한 경영, 일하기 좋은 근무환경 조성,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기술력을 확보, 자율성을 존중하고 인재를 양성, 성과를 중시하고 가치를 창조 등 7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7가지 원칙은 매우 좋지만 정작 공기업의 존재 이유인 국가가치나 소비자인 국민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4가지 핵심가치(core value)는 전문가 정신(Professionalism), 도전(Challenge), 배려(Respect), 공헌(Contribution)이다.

석유공사는 ‘세계적인 석유메이저로 도약하기 위한 정당한 수익성 확보와 윤리적 위험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윤리경영 목표로 정했다. 윤리경영 추진전략은 개인차원, 시스템 차원, 조직문화 차원 등 3가지 차원으로 구분돼 있다. 개인차원은 도전적이고 전문가적 정신을 갖춘 글로벌 윤리적 인재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시스템 차원은 원칙과 신뢰를 기반한 선진 윤리경영 시스템을 구축해 윤리경영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에서 운영된다. 조직문화 차원은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추진한다.
윤리경영 목표와 추진전략을 명시하고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석유공사의 경영진 및 임직원이 횡령, 배임, 편취 등의 의혹으로 수사를 받거나 실제 구속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전직 사장 중 비리혐의로 사표를 낸 경우도 있고, 감사원의 경영평가결과에 반발해 사표를 낸 사람도 있다. 각종 사업편의를 제공하며 뇌물을 받거나, 공금을 유용·횡령한 임직원은 너무 많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부임한 사장이 윤리경영을 다시 외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석유공사가 윤리경영을 제대로 준수하기 위해서는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의 윤리경영에 대한 태도(attitude)부터 바꿔야 한다.

국민보다 임직원 배려하기 위한 윤리헌장, 부패와의 전쟁 중


Code(윤리헌장)=윤리헌장을 제정해 임직원의 올바른 행동과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윤리헌장은 정직하고 공정한 자세로 업무 처리,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 상호신뢰와 협력관계 구축, 임직원의 인격을 존중하고 차별대우 금지, 국내·외 제반 법규 준수, 생명을 존중하고 깨끗한 자연환경 조성 등 7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공정한 업무자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므로 순서를 바꿔야 한다.

행동강령은 다른 공기업과 내용은 동일하고, 38조로 되어 있다. 행동강령책임관은 강령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책임담당자로서 감사 담당 부서장과 윤리경영 담당부서장을 말한다. 감사 담당부서장은 강령의 준수여부 점검, 평가에 관한 사항과 위반행위 신고·접수·처리 및 신고인의 보호에 관한 사항을 처리하고, 윤리경영 담당부서장은 강령의 교육·상담, 금전차용의 신고, 직무관련자와의 골프신고 등 자진신고에 관한 사항 및 기타 강령의 운영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관련 업무를 한다.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임직원에게 국제규범 및 현지법규를 준수하고 현지문화와 거래관행을 존중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Compliance(제도운영)=석유공사는 감사실이 업무조직과 독립돼 있고, 상임감사가 감사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다른 공사와는 다른 특이사항은 사장 비서실에서 윤리경영과 리스크 관리를 담당한다. 사장 직속의 윤리경영위원회를 두고, 법무팀이 윤리경영담당부서로 지정돼 있다. 윤리경영이 정착되지 않은 이유로 제도운영을 꼽는 전문가가 많은데, 석유공사도 이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윤리경영위원회가 사장과 독립되지 않으면 이사회 운영과 차이가 없다.

2012년 8월 취임한 서문규 사장은 투명하고 공명정대한 기업과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부패와의 전쟁' 선포했다.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비리직원을 신고하면 포상금으로 20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신고대상은 업무관련 금품수수·향응제공, 직위이용 부당이득·사손, 다른 직원의 공정한 직무수행 저해(알선, 청탁 등), 기타 행동강령 위반을 통해 얻은 부당이득 등이다.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후 2009년부터 2011년 까지 한 건도 없던 내부신고 실적이 2012년 9월까지 5건으로 늘었다고 한다.

청렴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내부신고제도 활성화, 민원청탁 등록시스템 운영, 신고채널도 e-청렴엽서함, 청렴엽서함, 열린 감사방 등으로 늘렸다. 내부신고채널을 온·오프라인 모두 개설한 것은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운영성과는 저조하다. 내부신고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익명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보이지 않는다. 구매나 외부 아웃소싱 계약에서 부패행위를 척결하기 위해 청렴계약제, 임원직무청렴계약제도를 운영한다.

교육 대폭 늘리지만, 경영진·노조 모두 제 역할 못해


Education(윤리교육 프로그램)=석유공사는 2012년부터 윤리교육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3월 국내지사(사무소) 순회교육, 3월 청렴윤리담당관 지정, 5~6월 고졸 및 시추선 승선 신입직원 윤리·준법교육, 8월 해외현지채용직원 윤리교육 등을 실시했다. 윤리교육은 오프라인을 위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렴교육은 2011년 25회에 그쳤지만, 2012년 9월까지 47회로 대폭 늘렸다. 청렴조직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청렴 간담회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임직원의 윤리경영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온·오프라인 교육 및 워크숍을 진행한다.

석유공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듣는 등 청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부패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어 교육효과에 대해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교육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교육내용이 실질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정부패의 유형, 처벌, 도덕성의 강조 등 형식적인 내용으로 성인교육을 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윤리교육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이지 않는 한 효과가 없다. 외부강사를 초빙해 정신교육 수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교육방법이나 내용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Communication(의사결정과정)=공기업의 의사결정은 상명하복(上命下服), 복지부동(伏地不動), 무사안일(無事安逸) 등이 대표적인 행태다. 2010년 석유공사가 영국의 석유탐사기업인 다나 페트롤리움(Dana Petroleum PLC)을 인수할 때 빠른 의사결정을 보여줘 외부 전문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대부분의 공기업 경영진은 의사결정이 느리고,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해외기업을 공격적으로 M&A한 것 자체가 놀라운 변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결정의 신속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성공한 M&A인지에 대한 평가다. 일각에서는 석유공사가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하지만 실제 경영결과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공기업의 임원선출 과정도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는데 석유공사도 예외가 아니다. 공공기관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기관장, 감사,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선임은 기관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가 지원자를 선별한다. 지원자를 선별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2012년 7월 방만경영으로 질책을 받고 있는 와중에 노사가 합심해 1억 원을 투입해 CI를 교체했다. 당시 사장은 감사원의 경영평가결과에 반감을 표시하고 자진 사퇴를 해 공석이었다.

노조는 경영진의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면 존재가치가 없다. 노조가 경영성과와는 관계없이 성과급을 받고, 복지혜택을 확대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으면 국민으로부터 욕을 먹는다. 석유공사의 노조도 본질적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보다는 이익집단 우선하고 덩치 키우기 위한 사업은 부실로 전락


Stakeholders(이해관계자의 배려)=공기업이 국민편의 증진과 국가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국민세금을 축내고, 국가경제를 망치는 주범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석유공사도 본업의 충실한 이행에는 관심이 낮고, 임직원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 국내외 유전탐사에 관련된 ‘성공불융자금’ 비리도 만연하다. 성공불융자제도는 정부가 유전을 탐사하는 석유공사와 민간기업에 소요자금을 빌려주는 돈이다. 개발사업이 실패할 경우 융자금을 전액 감면하고, 사업이 성공하면 원리금 외에 특별부담금을 추가 징수한다. 석유공사가 해외유전을 탐사하기 위해 성공불융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사업비를 부풀려 거액을 가로챘다는 의혹, 민간기업이 정부에 성공불융자금을 신청하면 석유공사가 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사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012년 9월 국감에서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면서 이익을 남겨 비난을 받았다. 알뜰주유소는 기존 주유소의 기름값이 높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 정부가 직접 리터당 100원이 저렴한 제품을 시장에 판매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은 알뜰주유소의 가격을 낮추지 못한 이유가 석유공사의 공급가격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알뜰주유소 사업으로 이익을 남기기 위해 마진을 붙였다는 것은 본질을 호도한 것이다. 결국 서민의 기름값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알뜰주유소 사업은 흐지부지돼 대형 정유사의 주유소사업만 도와준 꼴이 됐다.

Transparency(경영투명성)=석유공사의 부채는 2005년 3조3000억 원, 2010년 14조5000억 원, 2011년 20조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MB정부 들어 수 백 퍼센트 늘어났다. 2012년 6월 현재 부채는 21조3000억 원으로 6개월 만에 5000억 원이나 증가해 경영부실이 심각한 수준이다. 부채가 급증한 이유로 해외 자원개발을 핑계로 막무가내 식 M&A가 지적된다. 결국 대형화가 살길이라는 잘못된 경영정책을 채택함으로써 부채는 급증하고, 효율성은 낮은 ‘부실공룡’이 탄생한 것이다.

석유공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비축유 운용실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비축유를 관리하던 감시원이 석유를 빼돌리다가 적발되기도 했고, 수요예측을 잘못해 막대한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감사원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2010년 국정감사에서 정유회사에 비축유를 잘못 대여해 수백 억 원의 부당이득을 제공했다는 질책을 받았다. 석유공사가 정유사에게 빌려준 비축유를 대여기간을 초과해 돌려받은 사례도 다수 존재했다. 모두 국가비상시를 대비해 보유하는 비축유의 관리가 부실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2011년 국정감사에서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해외개발사업효율성’ 평가 점수가 ‘0’점이 나올 것임을 자체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했지만 점수를 올리기 위해 주요 평가 요소인 ‘가채매장량 환산액’을 48조원이나 조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석유공사는 묻지마 원유탐사로 인해 지난 10년간 수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전문용어인 ‘비유망자산’이 많다는 얘기인데, 비유망자산은 원유 탐사결과 빈 광구(Dry)로 결론이 났거나, 개발된 광구 중 생산량이 많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 생산량은 극히 적은 광구 등을 말한다. 2005년 이후 50여 개 탐사광구 중 성공이 확정된 광구는 1곳뿐이고, 실패가 확정된 광구는 15곳 이상이다. 결과적으로 성공가능성을 평가하지도 않고 무작정 탐사해 막대한 손실만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감사원은 2012년 4월 석유공사가 추진한 캐나다 오일샌드 광구 보유기업인 하베스트(Harvest Operation Corp) 인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석유공사가 실제 자산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지급했고, 지난 4년간 19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원유자주개발률을 높였지만 국내로 직접 들여온 원유는 없었다. 결국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12년 10월 감사원의 발표에 의하면 해외 근무 직원이 공금으로 골프회원권을 구입하고, 유전인수사업을 부실하게 처리해 기업에 3800억 원의 손실을 입힌 사례가 적발됐지만 관련자에 대한 처벌은 미미했다.

내정 고려하지 않은 해외사업, 빚으로 호화청사 신축 등으로 비난 가중


Reputation(사회가치 존중)=2012년 11월 예멘 남부에서 석유공사가 운용하는 송유관이 폭발, 가동이 중단됐었다. 가스관이나 송유관을 공격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2011년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더욱 빈번해졌다. 정부에 반감을 가진 부족이나 알카에다 연계 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후진국의 자원개발은 부족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연결돼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이고 근시안적 이익만 추구하다가 해당 국가의 내분에 개입되는 경우가 많아 국가이익관리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 서구 국가의 다국적기업들의 이런 행태로 인해 국가이미지가 손상된 사례가 많았다.

공기업의 경영실패는 모두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각성이 요구된다. 석유공사는 빚이 너무 많아 정부출자를 늘려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외부 자료를 보면 석유공사가 정부에 출자를 요구하는 금액은 연간 5000억 원 수준이다. 수십 조원에 달하는 부채 이자를 갚기 위한 목적이다. 2013년 석유공사 노사는 조직안정화와 성과창출, 양방향 소통 활성화, 노사 사회적 책임 완수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외부 경영환경이 위기라고 인식을 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석유공사가 2014년 울산으로 이전하기 위해 짓고 있는 사옥도 논란거리다. 현재의 사옥보다 2.5배나 더 큰 사옥을 짓고 있다. 신사옥은 직원 1명당 25평정도 배정돼 있고, 건축비만 약 2000억 원이 넘는다. 공기업의 신사옥이 ‘아방궁’이라고 비난을 받는 이유다. 부채의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공기업이 또 빚을 내 호화청사를 짓는 것을 환영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이런 의사결정을 한 경영진도, 무책임하고 비상식적인 의사결정을 감시하지 못한 노조도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8-Flag Model로 측정한 석유공사의 윤리경영 성취도


지금까지 진단한 내용을 바탕으로 ‘8-Flag Model’로 측정한 석유공사 윤리경영 성취도를 종합하면 그림과 같다. 석유공사의 윤리경영도 다른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리헌장, 제도운영, 윤리교육 프로그램, 사회가치 존중 등은 다른 공기업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리더십, 의사소통, 이해관계자 배려, 경영투명성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보통 점수를 받은 윤리헌장은 고객인 국민보다는 임직원을 중시하고 있고, 윤리교육 프로그램도 외형적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부정부패의 척결이나 관련 비리행위의 감소와 연관성이 전혀 없어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 제도운영은 내부고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포상금을 높여 실제 일부 가시적인 성과가 난 점 등을 높이 평가한 것에 불과하다. 윤리경영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지만 대부분 형식적인 흉내내기에 그쳐 아쉬움이 남는다.

낮은 점수를 받은 영역도 나름의 이유가 분명하다. 의사소통도 공사의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보다도 노사가 합심해 사적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배려는 국민이나 정부와 관계없이 관련 사업자끼리 편의를 봐주거나 돈을 벌도록 배려하는 데 치중했다. 공기업 배임행위의 전형을 보여줬다. 형식적이고 가식적인 성과관리를 잘 하는 공기업의 특성상 석유공사가 발표한 내용에 대해 신뢰도가 낮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경영투명성은 대규모 M&A건도 결과가 좋지 않고, 막대한 돈을 투자해 해외사업을 벌이지만 성과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점, 투자결정이나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가 부실한 점 등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석유공사는 경영부실을 숨기기 위한 공기업의 편법과 변명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석유공사의 업무가 전문적인 영역이고, 위험부담이 높을 뿐만 아니라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하면서 임직원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투자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공기업과 달리 내부승진이 많고, 비전문가인 국회나 감사원도 이들의 업무를 감시하거나 감독할 능력을 갖지 못해 노사가 합심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경영부실을 은폐하고 있다.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는 공기업이라면 없애고, 존치하려면 감독기관의 업무감독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한국투자공사도 그런 경우였지만, 석유공사도 그에 못지않게 영혼 없는, 임직원의 복지를 위한 공기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국감서 경영평가 잘 받으려 평가 요소 조작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 공급하며 이익 남겨 빈축


2005년 3조3000억 부채가 7년만에 21조3000억으로 껑충


50여 개 탐사광구 중 성공 확정된 광구는 겨우 1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