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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의 기업문화(1)]LG분리 계기 독립경영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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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의 기업문화(1)]LG분리 계기 독립경영 강화

사업구조 변경·해외시장 공략 여부 5대그룹 진입 결정

(1) GS의 역사와 이슈


GS그룹(이하 GS)은 2005년 3월 LG그룹(이하 LG)으로부터 분리되었고 에너지·유통사업이 주력이다. 계열사는 2005년 48개, 2008년 57개, 2009년 69개 등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LG그룹에서 분리되면서 독립경영을 강화하고 있으며, 내수기반의 에너지와 유통중심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재계서열 5위로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이 2011년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그룹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대외적인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나 평가는 엇갈린다. 최근 LG상사가 GS리테일의 지분매각을 완료하면서 LG와 공식적으로 모든 관계가 정리됐다.

이재에 밝고 현실적인 선택으로 사업기반 구축

GS의 역사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LG의 역사도 함께 봐야 한다. LG의 구씨와 GS의 허씨가 오랫동안 소위 말하는 ‘아름다운 동업’을 유지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들 두 집안이 경남 진주의 한 동네 이웃집으로 사돈관계라는 점도 많이 알려져 있다. 부모와 자식, 형제간의 동업도 어려운데, 3대에 걸쳐 별 잡음 없이 동업을 유지하고, 큰 충돌 없이 지분정리를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 받을 만하다. 서로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각자의 역할과 기여를 존중했다는 뜻이다.

경영은 구씨가 맡고, 살림은 허씨가 맡는다는 원칙을 세웠고, 지분을 분배할 때도 가족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한다. 두 가문의 동업 성공은 ‘의리와 신뢰’가 기반이 되었다고 본다. 서부경남의 중심지인 진주는 유교전통이 강해 연장자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나이에 관계없이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는 문화도 인간관계를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람은 누구나 나서고 싶어하고, 주변인보다 더 인정을 받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은 동업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외형적으로 허씨들은 이재에 밝고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의 역할을 묵묵히 하면서 LG를 성장시켰고, 스스로 경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독립을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LG창업자인 구인회 회장에게 투자한 허만정 씨는 훌륭한 선택을 한 셈이다. 투자비에 대한 배당도 충분하게 받았겠지만 자손들이 경영을 배울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준 것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구씨의 입장에서도 허씨의 자금지원이 초기 사업확장에 도움이 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우므로 양자가 서로 윈윈(win-win)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허씨가 살림만 했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계열사 경영을 책임졌기 때문에 이런 평가는 반은 옳고, 반은 틀린 셈이다. 주도적으로 앞장 서는 외부활동을 자제했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주요 계열사에 대한 경영을 통해 충분히 경험도 쌓았다고 볼 수 있다. 할아버지의 현명한 투자와 지침 때문에 오랜 시간 기회를 기다려 왔고, 드디어 독립을 한 것이다. 조상의 결정도, 그 결정을 어기기 않고 따른 자손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에 양자 모두 잘했다고 본다.

큰 마찰 없이 분가불구 독자 경영능력엔 의문


국내 대표 재벌그룹들 대부분은 창업자의 사망 이후 유산분쟁을 겪었다. 일부 기업은 아직도 분쟁이 진행 중이고, 일부 기업은 형제간의 재산분쟁이 검찰수사로까지 이어져 원수가 되기도 했다. 재벌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의 재산분할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국내 대표재벌인 LG가 GS와 큰 잡음 없이 분가하면서 ‘우호적인 분가(分家)’라는 칭송이 자자하다. 내부에서 갈등과 문제점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상호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잘 덮었을 것이라고 본다.

허씨들은 전면에 나서 사업을 펼치거나 도전하기 보다는 만들어진 사업을 관리했다. 쉽게 말하면 허씨의 경영자들은 ‘관리형 리더십’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인화를 중시한 LG 전체가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정신과 패기, 개척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씨는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전자와 같은 도전적인 사업을 했다. 허창수 회장도 계열사 경영에는 참여했지만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스스로 언론노출을 삼가고 내실경영만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재와 같은 기업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경련의 존재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누구도 선뜻 하려고 나서지 않자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대외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전경련의 위상을 높이지는 못했다.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전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경제민주화와 같은 경제정책을 내 놓으면서 대기업의 이익단체인 전경련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이 경제를 망치는 포풀리즘 공약만 남발한다고 공격한다. 경제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린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맞지만 국민여론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섣부른 대응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GS는 LG와 분리하면서 자신들의 경영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내수기반의 안정적인 사업을 선택했다. 에너지와 유통은 시장환경이 안정적이고 특별한 경영노하우가 필요하지 않다. 에너지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위한 의사결정이 필요하지만 이미 설비투자는 완료되었기 때문에 운영효율성만 고민하면 된다. 유통도 대규모 부동산투자가 수반되는 할인점 사업은 정리했고, 편의점과 홈쇼핑사업을 위주로 펼치면서 경영리스크를 줄였다.

▲GS타워
▲GS타워


대외적으로 보면 GS전체의 독립경영 능력은 아직 검증 중이라고 봐야 한다. 계열사를 늘리고, 신규사업을 펼치지만 정확한 방향을 잡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GS건설이 신수종사업으로 추진하는 해수담수화, 발전사업 등도 단기간에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GS칼텍스가 추진하는 해외사업도 아직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다. 편의점 사업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롯데가 언론이나 소비자단체의 타깃이 되면서 GS는 한발 비껴서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사업내용은 차이가 없다.

GS경영진의 경영능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본다. 관리형 리더십으로 보수적이고 현상유지적 경영은 가능하겠지만 현상돌파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관리형 리더십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한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젊은 층을 대거 중용하는 것도 조직에 충격을 주는 좋은 전략이지만, 최전방의 리더가 바뀌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상대방 업종에는 진출하지 않는다' 신사협정 약속


LG의 직원들을 보면 대부분 ‘온순’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삼성, 롯데, 현대 직원들과 같은 딱 부러지는 결단력은 없지만 가장 예의가 바른 ‘신사’로 평가 받는다. 대기업들 대부분이 업종 구분 없는 백화점이기 때문에 동일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다. 계열사마다, 혹은 사업부서마다, 혹은 책임자에 따라 조직분위기도 차이가 크다. GS도 에너지, 유통, 건설별로 인재상도 다르고 성향도 차이가 있다.

장황하게 이런 말을 늘어놓는 이유가 GS와 LG가 사업을 분리하면서 맺은 신사협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상대방이 영위하는 업종에는 진출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삼성이 삼성, CJ, 신세계, 한솔 등으로 분가를 했지만 서로의 업종에 경쟁적으로 진출하면서 감정을 건드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른 기업이 시작해 성공체험을 한 사업은 검증이 끝났기 때문에 벤치마킹만 제대로 하면 위험이 최소화된다. 여러 기업들이 소위 말하는 ‘따라 하기’ 전략으로 성장했다.

서로의 업종에 대한 침입을 하지 않는다면, 그룹의 규모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GS가 해외진출로 덩치를 키우기도 어렵고, 검증되지 않은 다른 사업을 시작하기도 쉽지 않다. 유통도 롯데가 소비재의 제조·판매, 무차별적인 사업확장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어 GS의 사업이 위축되고 있다. 롯데는 제과, 음료부터 시작해 의류까지 하지 않는 사업이 없다. GS는 유통만 전문적으로 하고 있어 경쟁에서 불리하다. 홈쇼핑의 아이템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유통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온·오프라인의 복합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에 비해 열세다.

현재의 사업구조로 GS가 목표로 하는 5대 그룹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 현대차, LG, 롯데, 현대중공업 등의 지배력은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업종이 겹치는 롯데가 사업확장을 강화하고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CJ와 같은 그룹도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확장을 거듭하며 GS를 추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사업구조를 어떻게 변경하고 해외시장을 공략할 것인지에 따라 그룹의 목표인 5대 그룹에 진입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 날 것이다. 덩치는 키우는 것보다 내실경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무리한 해외사업 진출도 경영위험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1등 사업이 없으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는 2등 전략만으로 성장하는 것도 곧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본다. GS호라는 배의 키를 잡은 경영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