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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누가 재개발 원했나. 이대로 살게 놔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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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누가 재개발 원했나. 이대로 살게 놔둬라”

[글로벌이코노믹=조상은기자]“누가 재개발 해달라고 했나요. 왜 잘 사고 있는 집을 빼앗아 가려고 합니까. 여기서 죽을 때까지 이대로 살게 해 주세요.”

최근 서울시가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예정구역 8곳을 해제하면서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일부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주민들의 해제를 요구하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악구 봉천14구역 역시 이런 곳 중 하나이다.

지난 10일 늦가을 치고는 제법 날이 쌀쌀한 가운데서도 관악구 봉천14구역 정비예정구역지정 반대를 위해 마련된 대책위원회 사무실은 주민들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관악구 봉천14구역은 지난 2008년 11월23일 서울시가 재정비촉진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봉천14구역 659세대 주민들의 서울시를 상대로 한 재개발구역 해제 주장은 3년간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의 주장은 단순했다.
정비구역지정안 해제 및 재개발 추진위원회 해산. 즉 있는 그대로 살게 해 달라는 것.

박영수 대책위원장은 “14구역 시가는 3.3㎡당 1200만원에서 1600만원이지만 재개발했을 때 보상 공시지가는 현재 시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550만원에서 700만원에 불과하다”면서 “보상 공시지가로 돈을 받고 세입자들에게 전세금 빼주고 이사
비용 주고 나면 원주민들에게 남는 게 하나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책위원장은 “현재 이 구역 주민들 대부분이 75세에서 80세 가까운 어르신들이다. 월세로 살아가고 있는 어르신들이 재개발하게 되면 한 순간에 살던 집에서 쫓겨날 판”이라고 주장했다.

사무실에 있던 한 주민은 “평생 살아서 집 한 채 마련해서 월세 받아서 그 돈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면서 “재개발하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다른 주민은 “왜 집을 뺏으려고 하나. 고쳐서 살든 뭐하든지 간에 이대로 살게 그냥 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서울시와 관악구 등을 찾아가 재개발 해제를 지속 요구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없지 못했다는 봉천14구역 주민들.

12월 본격 추위를 앞두고 봉천14구역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