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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의 기업문화(4)]경쟁심화, 혁신부재에 경기부진까지 겹쳐 재기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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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의 기업문화(4)]경쟁심화, 혁신부재에 경기부진까지 겹쳐 재기 불투명

[기업문화-금호아시아나그룹 편(4)]


경쟁 심화, 혁신 부재에 경기 부진까지 겹쳐 재기 불투명

대우건설, 금호고속 지분매각에도 재무구조 개선에는 실패


비전 정립, 사업 방향설정에 문제 생기면서 의도한 성과 못내




금호의 Performance: Profit & Risk


▲ 금호 고속버스

(4)


금호는 2009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2010년, 2011년 자동차 경기호황과 고군분투 덕분에 어둠의 터널을 절반 정도 통과했지만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계열사 중 금호석화가 나름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계열분리를 추진 중이고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은 경쟁의 심화, 경기의 부진, 혁신의 부재 등으로 성과(performance)가 미진하다. 위험(risk)을 최소화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 구성원의 합심이 필요하지만 경영진이 신뢰를 잃어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금호의 성과를 이익(profit)과 위험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현재의 경영성과로 재기는 요원한 꿈일 수도




금호의 최근 성과는 초라하다 못해 처참하다는 표현이 맞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은 2010년 2조2000억 매출에 당기 순이익이 1000억 원 규모였지만, 2011년에는 1조7000억 매출에 5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2011년의 경우 영업이익이 1100억에 불과한데 금융비용이 2200억 원이나 된다. 정상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채를 보면 2010년 5조6000억, 2011년 3조5000억으로 줄어들면서 금융비용도 줄어들겠지만 현재의 이익구조로는 정상적 구조로 회복하려면 아직 멀었다.

분리된 금호석화도 부채비율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2010년 4조9000억 원의 매출에 3100억 원의 순이익이 났지만, 2011년은 6조4000억 원의 매출에 500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동안 부채는 3조2000억 원에서 3조1000억 원으로 줄었다. 2011년 말 약 1조원 규모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으나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금 성격이 짙다. 2012년은 전 세계의 경기부진으로 인해 매출액과 이익이 줄어들 전망이다. 신규 자동차 판매의 감소와 경기불황으로 타이어 교체수요가 줄어들어 타이어용 합성고무를 주력으로 하는 금호석화의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 5조2000억 원 매출에 영업이익이 5500억 원, 2011년 5조6000억 원 매출에 영업이익이 3500억 원이었지만 순이익은 861억 이익에서 299억 원의 손실로 전환되었다. 부채는 2009년 5조4000억 원, 2010년 5조3000억 원에서 2011년 4조8000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여객운송과 화물운송 모두 경쟁이 치열하고 유럽발 경제위기로 인한 물동량의 감소로 2012년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금호타이어도 별도 기준으로 보면 2010년 2조7000억 원 매출에 영업이익이 1700억 원, 2011년 3조2000억 매출에 영업이익 2500억 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과도한 금융비용으로 인해 2010년 1억 원, 2011년 100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를 합한 총부채는 2010년 2조5000억 원, 2011년 2조6000억 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지만 이익규모에 비해서 과다한 수준이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연결기준으로 보면 2010년, 2011년 모두 5000억 원, 2600억 원의 순손실을 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금호그룹의 성과는 현실적으로 대폭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주력인 건설이 침체되었고 여객운송도 마진이 높지 않다. 금호석화가 실적이 양호하기는 하지만 타이어와 자동차 업황과 관련성이 높아 장담하기 어렵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의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채권단과 약정기간인 2014년까지 워크아웃을 졸업하지 못할 여지가 높다. 대우건설, 금호고속 등의 지분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했지만 획기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실패했다.

주력사업 침체 등 다양한 위험요인 통제하기 어려워




최근 기업경영의 화두는 ‘수직 계열화 구축’이다. 원료생산부터 완제품, 이후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사업체계 구축은 내부거래의 효율화, 다양한 마케팅전략의 선택가능성, 위험의 분산 등으로 선호된다. 하지만 핵심 기업이 어려울 경우 동반 침체되는 경향이 있다. 금호의 위험은 주력 사업의 침체와 경쟁의 심화, 노동집약적인 사업구조, 경영진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저하 등에 있다.

먼저 여객 및 화물 운송, 건설, 타이어제조 등 주력사업의 침체와 경쟁의 심화다. 금호아시아나의 경우 국내외 저가항공사가 국내선뿐만 아니라 국제선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 금호산업은 건설업의 부진으로 이미 헤어나오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고, 금호타이어도 자동차 업종의 호황의 덕을 봤지만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경제가 침체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금호석화도 금호타이어에 종속된 사업구조를 타파하려고 열병합발전소, 신소재개발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합성고무의 비중이 너무 크다.

▲ 금호타이어 프로 매장다음으로 노동집약적인 사업구조로 인해 노동쟁의, 기술혁신의 제약에 직면해 있다. 금호타이어가 수십 년째 노동쟁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열악한 노동환경, 수익성의 악화 등으로 근로조건을 개선해 주기 어렵다. 금호산업, 금호고속, 아시아나항공도 자본보다는 근로자의 생산성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금호석화가 자본집약적인 사업이지만 글로벌 선도기업과 비교해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 서비스산업이라고 해서 기술혁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자본보다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효과측정,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민이다.

마지막으로 경영진의 위기대응능력 부족이다. 1998년 IMF경제위기도 기업의 부채와 경영실패로 인한 위기에서 출발했지만 기업 오너와 경영진 누구도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해 국가위기로 발전됐다. 금호도 대우건설, 대한통운의 인수실패로 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지만 슬그머니 경영진은 유상증자라는 편법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박삼구 회장이나 동생 박찬구 회장이 새로운 경영기법을 배워 현재의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보기 어렵다.

채권단마저도 이들 오너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려고 한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라는 말처럼 누구도 껄끄러운 일을 하지 않고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대응을 하고 있다. 채권단의 모럴 해저드(morale hazard)가 도를 넘은 셈이다. 오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임기응변(臨機應變)식의 대응은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뿐이다. 100년 기업이 되는 길은 오너의 혈통에서가 아니라 검증된 경영진의 능력으로부터 시작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않기 바란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저하로 시너지 기대 어려워




기업은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수의 사람이 모인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사람들이 모여서 시너지(synergy)를 내지 못한다면 모여서 일을 할 필요성이 낮다. 즉 다시 말해서 ‘1 1=2’가 아니라 ‘1 1=3’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물리적 합이 아니라 화학적 합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경영진의 능력이다. 리더십이라고 부르는 이 영역은 구성원의 신뢰(reliability)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금호는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난관을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07년 12월 금호산업이 유상증자를 했다. 직원들은 애사심에서 주식을 매입했지만 오너일가들은 오히려 팔았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은 막대한 손해를 봤고 금호석화의 박찬구 회장은 내부정보를 활용해 주식매각으로 1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면했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유죄로 종결될 경우 오너 일가가 입을 상처는 깊을 것이다. 직원에게 주식매입을 호소하면서 자신들은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긴 기업 오너가 금호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워크아웃을 졸업하기 위한 직원의 단결을 해치고 있다.

다른 사례는 소위 말하는 ‘형제의 난’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다. 2009년 무리한 M&A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자 박삼구, 박찬구 형제는 합심하기보다는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소재로 공방을 벌였다. 형인 박삼구는 동생인 박찬구를 해임하고 자신도 경영일선에서 물러서는 결단을 했지만 이미 볼썽사나운 일을 벌인 후였다. 직원들은 속으로 ‘자신의 가족도 이해하고 포용하지 못하는 오너가 과연 남이나 다름없는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할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발생한 금호타이어 상경투쟁도 경영에 복귀한 박삼구 회장이 직접 광주 공장을 방문해 해결을 시도했지만 불발된 후에 발생했다. 회장이 워크아웃 졸업 때까지 합심해 경영정상화부터 하자고 설득했지만 노조는 급여인상, 상여금 지급, 비정규직 철폐, 해고자 복직 등을 주장하며 사측의 요구를 거부했다. 경영실패와 위기에 대한 책임을 노조가 함께 져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consensus)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에 실패한 셈이다.

금호가 재도약을 원한다면 기업문화에 대한 측정을 하고 금호의 사업에 적합한 기업문화를 형성하는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 기업문화는 비전의 정립에서 출발해 사업의 방향설정을 하고 성과를 내는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 금호의 경우 비전의 정립, 사업의 방향설정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성과도 의도한 결과를 내기 어렵게 되었다. 국내 대기업의 오너들은 아직도 돈을 빌려서라도 기업을 인수하고 덩치만 키우면 문제가 없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환상에 젖어 있다. 기업이 이익을 실현하고, 위험을 대비하는 것은 사업의 방향 설정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금호의 사례가 실증하고 있다.

/민진규 본지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