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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와서 아무 것도 못샀어요"… 식탁물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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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와서 아무 것도 못샀어요"… 식탁물가 비상

"오늘도 시장와서 아직 아무것도 못 샀어요. 어제 장을 못 봐서 오늘 봐야 하는데…"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 어물전 앞에서 만난 60대 김영남(가명) 할머니의 한숨은 깊었다.
전날인 17일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장을 볼 수 없던 터라 다음날 시장에 왔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가격이 비싸 손을 내밀 엄두도 나지 않았다.

김 할머니는 "추석은 아직 생각도 안 한다. 자식들이 다음주쯤 용돈을 주면 그걸로 몇 가지 하겠지"라며 "비싸서 맘대로 하지도 못 해"라며 손을 내저었다.

이날 신원시장에서 판매된 오징어는 2마리에 5000원. 경북 홍로 사과는 크기에 따라 3개에 5000원과 1만원에 팔렸다. 배추 3포기에 1만원에서 1만3000원에 거래됐고, 햇 배는 1개에 2000원이었다.

청과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아침마다 물건을 떼오는데 도매시장 가면 값이 많이 올랐다는 걸 느낀다"며 "그때 그때 팔기 때문에 신선도는 있지만 가격이 왔다갔다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모 슈퍼마켓의 가격도 비슷했다. 동네에서 싸다고 소문나 주민들이 많이 찾지만 가격이 일정한 가공식품류를 제외하고 야채나 과일을 찾는 손님은 별로 없었다.

아이 주먹만한 사과 3개짜리가 6000원, 그것보다 작은 참외 3개짜리가 6000원이다. 조그만 사과 1개 값이 2000원으로 가족용 아이스크림 1통 값과 같았다. 그나마 필리핀산 바나나는 가격이 내려 20개짜리 한송이가 2500원으로 부담없는 정도였다.
주부 김지영(45)씨는 "요즘 같아선 과일과 채소는 엄두도 못낸다"며 혀를 찼다.

이에 반해 대형마트는 비교적 먹거리 가격이 안정됐다. 가격 편차에 대비해 물건을 저장했다가 내놓기 때문이란다. 여기에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15개 품목을 특별점검품목으로 선정해 중점관리에 들어간 것도 시중 가격을 조절하는데 한 몫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점검 결과 재래시장에서 성수품을 구입하면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40%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태풍 등의 상황으로 가격이 일시적으로 역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추·무·사과·배·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달걀·밤·대추·명태·고등어·갈치·조기·오징어 등 추석 수요가 많은 농축수산물은 특별점검품목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고, 지난 17일부터는 15개 농축수산물의 공급물량이 매일 1만5300톤씩 평상시 보다 1.5배 늘어 28일까지 공급된다.

이 때문인지 서울 송파구의 이마트의 경우 한우불고기가 100g에 4500원, 잡채용 돼지등심이 100g에 1150원이었다. 오징어는 2마리 2800원, 고등어 4마리 5000원에 판매됐으며, 양파는 1.8kg 2680원, 배추는 1통 3000원, 무는 1개 1780원, 햇 사과는 5~8개에 99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날 이마트에서 2마리에 2800원에 판매된 오징어도 정부비축물량이었다.

판매원 홍모씨는 "대형마트는 저장을 했다가 물건을 내놓기 때문에 어제처럼 태풍이 와도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싼 값에 사 놨다가 상황에 맞게 가격을 조절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연속된 태풍으로 인해 산지 출하량이 감소하고, 도매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정부 관리에 한계가 따를 수 있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배추는 1포기의 평균 거래값은 3507원으로 지난달 2978원에 비해 529원 올랐다. 최고값은 5000원에 달했다.

홍로 사과(10개)의 경우에는 평균 2만4895원에 거래됐지만 최고값은 2만9870원이었다. 배(10개)의 경우에는 최고값이 4만9800원에 달했다.

정지명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금의 물가 상승세는 단기적인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히 장기적인 대책보다는 긴급처방을 통해 추석 물가를 잡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