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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기업문화(3회)]-화려한 실적 속 극심한 내부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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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기업문화(3회)]-화려한 실적 속 극심한 내부경쟁


롯데의 기업문화(3회)-화려한 실적 속 극심한 내부경쟁


6년 만에 신사업 진출과 M&A통해 2.5배 성장


해외 복합유통사업도 3년간 109% 성장

제조 넘어 유통 진출해 생산자‧공급자 지배


소비자에게는 현금받고 납품기업에는 어음지급




정치밀월, 해외 부동산투자 등 비재무적 위험도 극복해야





롯데의 Performance: Profit & Risk



외형적으로 롯데의 성과는 최근 어떤 대기업이 이룬 실적보다 더 화려하다. 철저한 성과(performance)를 기준으로 임직원의 급여나 승진을 결정하면서 그룹 계열사끼리도 협력이 없을 정도로 내부경쟁이 심하다고 한다. 성과는 단기(short-term)적 성과와 장기(long-term)적 성과로 나눌 수 있으며, 이 두 가지 성과가 균형(balance)을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롯데의 성과를 긍정적(positive) 요소(element)인 이익(profit)과 부정적(negative) 요소인 위험(risk)의 관점에서 진단해 보자.





거침없는 성장, 막강한 유통강자로 부상






롯데의 눈부신 성과는 훌륭하다. 수십 조원의 외형을 가진 대기업을 불과 몇 년 사이에 2배로 성장시키기는 어렵다. 2006년 30조, 2008년 41조를 거쳐 2011년 롯데는 73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유통부문의 신규진출, 신사업 진출, 성공적인 M&A를 통해 불과 6년 만에 2.5배 성장한 셈이다.



국내사업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러시아, 인도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복합유통사업도 최근 3년간 연간 109%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그룹 매출목표 200조원 중 3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린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해외사업은 유통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도 중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 다른 기업들이 긴축경영과 상시 구조조정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롯데는 제과와 음료의 제조와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직접 판매망을 구축하는 단계를 거쳤다. 유통으로 진출한 후구매력(bargaining power)으로 생산자/공급자를 지배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1990년대 공장자동화를 통한 대규모 생산이 소비를 초과하면서 소비자와 접점을 관리하고 구매력을 가진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를 통제할 능력을 확보했다. 롯데는 이러한 산업의 패러다임(paradigm) 변화를 잘 파악해 대처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유통기업이 가치사슬(value chain)을 한단계에서만 이익을 창출하는 것과 달리 롯데는 원료가공 & 수입, 제조, 물류, 판매, 사후 서비스(A/S) 등 전 영역에서 이익을 남긴다. 간단히 설명하면 제조하면서 이익을 남기고, 매장에서 판매하면서 마진을 남기고, 카드로 할부를 해 줘 이자를 챙긴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TV 홈쇼핑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신세계, GS 등 다른 경쟁기업이 가치사슬은 일부만 통제하기 때문에 롯데의 적수가 되기 어렵다.



과거 삼성그룹의 구조조정본부(이하 구조본)처럼 그룹차원에서 컨트롤센터(control center)를 만들고 계열사가 독자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한다면 소비자, 정부 등 다른 이해관계자가 파악하지 못하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이 거대 삼성을 통제하기 위해 구조본을 만든 것처럼 롯데는 명확한 조직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신격호 회장의 리더십으로 잘 이끌어 왔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체제의 롯데에서 이 메커니즘(mechanism)이 어떻게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신동빈 회장 체제 이후 M&A로 외부차입 늘어






기업경영에서 현금(cash)은 인체의 혈액으로 비유된다. 한국은 어음(bill)이라는 이상한 유가증권이 있어 기업이 장부상 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흑자도산(insolvency by paper-profits)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음은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인식돼 어음폐지에 대한 논란이 오래 되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유지되고 있다. 동일 금액의 어음에 비해 현금은 몇 배의 가치(value)를 가진다.



롯데는 유통기업으로서 소비자로부터 직접 현금을 받는다. 상품 제조용 원자재나 판매용상품을 납품하는 기업에는 어음을 발행한다. 신격호 회장은 철저한 현금관리와 차입을 하지 않는 보수경영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췄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쥔 후 공격적 M&A를 하면서 이 기조는 흔들리고 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이익만으로 수많은 M&A를 하는 자금을 충당하기란 어렵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일부 자금을 지원하고 국내 계열사의 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는 있지만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량계열사인 롯데쇼핑을 주축으로 해외에서 자금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 일명 ‘로드쇼’를 2011년부터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1년 4억 달러(약 4400억 원)의 외자를 유치했으며, 2012년 2월 중국 역외위안화채권(일명 딤섬본드) 7.5억 위안(약 1조 3400억 원)을, 4월부터 추가로 5억 달러(약 5500억 원)의 채권발행을 추진했다.



해외 로드쇼가 기업홍보라는 차원도 있지만 국내에서 자금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선택하는 차선책이다. 롯데가 현재 건실한 영업활동을 통한 자금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존 계열사나 인수한 기업의 현금흐름이 예측한 대로 되지 않을 경우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 M&A 시장에서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가 빈발하고 있는 것은 인수기업의 현금흐름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 신동빈 회장신동빈 회장이 벌이는 적극적 M&A의 위험을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롯데는 한국은행들이 담보로 선호하는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고, 다른 대기업과는 달리 현금흐름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 로드쇼를 통한 투자자금 유치노력을 보면 이미 정상적인 캐시 플로우(cash flow)로는 사업확장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롯데가 부동산 자산을 가진 기업위주로 M&A하고, 부동산 위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안전할 수 있으나 경기침체기에는 부동산만큼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도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해외 부동산 투자 현지 정치사정 따라 위험 상존






돈이 연관되지 않은 기업의 비재무적 위험은 정치적 위험, 사회적 인식, 자산구조의 부조화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롯데의 가장 큰 비재무적 위험은 그동안 롯데의 강점으로 꼽혔던 정치적 이슈이다. 롯데는 소비재 유통, 판매를 하면서 정부의 영향력 밖에 있어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신격호 회장이 재일동포로 일본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어 한국에서 정치이벤트가 있으면 일본에 장기 체류하면서 거리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신동빈 회장이 주도하는 사세확장은 친기업적 정부와의 밀월관계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MB정부와 지나친 밀월관계 유지와 사업권 획득이 기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치권과 친하게 지내던 기업들은 하나같이 정권의 변화에 따라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같이 했다. 특히 MB정권의 지나친 친대기업 정책은 대기업과 정권의 핵심 지지세력인 보수층조차도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다음으로 해외부동산 투자사업의 위험성이다. 롯데가 주로 투자하는 지역이 신흥개발도상국으로서 땅값의 상승, 소득의 상승으로 소비증가, 주 소비층인 20~30대의 비중이 높은 인구구조 등으로 투자의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가 후진적인 법 제도를 가졌고 정치적으로 불안하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기업들도 이들 지역이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투자를 꺼려하는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롯데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중국, 베트남 등의 국가는 아직 사회주의 국가이고 정치도 안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 공산당 주도로 개혁개방을 하면서 경제발전을 이뤄 사회가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민주화 등 정치적 변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투자규모도 베트남의 하노이는 4억 달러가 넘게 들어가고, 중국 선양의 복합단지도 비슷한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들 자금을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했다는 점은 또 다른 위험이다.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태인이다. 유태인의 주력 사업은 금융이다. 나라 없이 떠돌아 다니던 유태인은 이주국가에서 종교적 문제로 정치적 탄압을 자주 받았고 부동산 소유가 금지되었다. 이런 제약조건에 맞는 사업은 금융업이었고, 언제든지 바로 챙겨 떠날 수도 있었다.



중세에는 교회나 귀족들이 드러내 놓고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 있는 고리대금업을 할 수가 없어 대리인으로 유태인을 내세웠고 악착같이 돈을 불려줘 실력도 인정받았다.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작품‘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에 나오는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Shylock)도 유태인이다. 역사적 근원이 있기는 하지만 영리한 유태인은 아직도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여긴다.



대부분의 기업이 재무적 위험만 관심을 가지고 관리(management)하지만 오히려 비재무적 위험이 기업의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또한 재무적 위험은 쉽게 해결이 가능하지만 비재무적 위험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통제(control)하기 어렵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업은 정치와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해야 한다. 롯데의 경우 노련한 신격호 회장은 잘 실천했지만, 패기에 찬 신동빈 회장이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지 않나 우려가 된다.



/글 민진규 본지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