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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취업, 현장에선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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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취업, 현장에선 "글쎄요?"

서울의 한 장년층(55세 이상) 취업박람회장, 낡은 서류가방을 멘 은발의 장년 구직자들이 바쁘게 면접장을 오갔다.

금융업에 종사했던 이모(57)씨는 "퇴직은 했지만 아직은 일할 수 있는 나이"라며 "육체적 노동은 힘들고 과거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던 김모(64)씨도 "정년퇴임을 한 뒤 다시 사회 초년생이 된 것 같다"며 "40년 정도 학교에서 일했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고 싶지만 관련 경험이 없어 기업에서 피하는 것 같다"고 힘들어했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의 은퇴가 진행되는 가운데 장년층의 취업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5일 정부에서는 베이비부머 세대 퇴직 대책 방안을 내놓는 등 장년층 지원대책을 펼쳐 왔지만 노동시장에서는 아직 장년층을 꺼리는 분위기다.

기업체 대부분은 장년 근로자의 활용 가능성은 공감하지만 채용은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창용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7월 근로자 30인 이상 기업 중 약 1727개 표본기업체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약 75%는 장년 근로자의 활용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채용한 기업은 48.6%에 불과했다.

업종별 장년근로자 채용현황을 보면 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체(68.6%)의 채용비율이 가장 높았다. 부동산업과 임대업 (68.0%)도 이와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전문 기술이 요구되는 업종에서는 채용 비율이 낮았다.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의 경우 21.4%만이 장년근로자를 채용했다. 금융·보험업(31.0%), 전기·가스증기·수도 사업(38.1%),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38.1%), 교육서비스업(38.5%) 등도 상대적으로 채용 비율이 낮았다.
송창용 연구위원은 "단순 업무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들어도 취직할 시장이 많이 형성돼 있지만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자체는 숙련기술 위주의 구조가 아니라 숙련 전문기술인을 필요로하는 기업체 자체가 적다"며 "때문에 장년퇴직자가 자기 전공을 살려 취직하려면 정부와 기업체에서 시장과 산업구조 자체를 바꿔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직근로자를 채용하지 않는 기업에 퇴직인력을 고용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 43.8%가 '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른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19.4%)를 지적하기도 했다.

전기업체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는 김모(62)씨는 "장년 구직자를 면접했는데 대부분이 60대 이상이었다"며 "나이가 너무 많아 일을 하기 힘들 것 같고 건강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조사 기업의 85.7%는 퇴직지원 프로그램도 실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퇴직지원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퇴직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않는 원인으로는 비용(45.9%) 문제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외 퇴직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응답(13.7%)이 뒤를 이었다.

송 연구위원은 "일자리 이동할 때 퇴직과 재취업 사이의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가 베이비부머 퇴직 관련 대책으로 300인 이상 기업에 퇴직자 전직지원 서비스를 의무화했는데 지원 방안과 기간 등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