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에 종사했던 이모(57)씨는 "퇴직은 했지만 아직은 일할 수 있는 나이"라며 "육체적 노동은 힘들고 과거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의 은퇴가 진행되는 가운데 장년층의 취업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5일 정부에서는 베이비부머 세대 퇴직 대책 방안을 내놓는 등 장년층 지원대책을 펼쳐 왔지만 노동시장에서는 아직 장년층을 꺼리는 분위기다.
기업체 대부분은 장년 근로자의 활용 가능성은 공감하지만 채용은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창용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7월 근로자 30인 이상 기업 중 약 1727개 표본기업체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약 75%는 장년 근로자의 활용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채용한 기업은 48.6%에 불과했다.
업종별 장년근로자 채용현황을 보면 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체(68.6%)의 채용비율이 가장 높았다. 부동산업과 임대업 (68.0%)도 이와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전문 기술이 요구되는 업종에서는 채용 비율이 낮았다.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의 경우 21.4%만이 장년근로자를 채용했다. 금융·보험업(31.0%), 전기·가스증기·수도 사업(38.1%),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38.1%), 교육서비스업(38.5%) 등도 상대적으로 채용 비율이 낮았다.
퇴직근로자를 채용하지 않는 기업에 퇴직인력을 고용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 43.8%가 '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른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19.4%)를 지적하기도 했다.
전기업체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는 김모(62)씨는 "장년 구직자를 면접했는데 대부분이 60대 이상이었다"며 "나이가 너무 많아 일을 하기 힘들 것 같고 건강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조사 기업의 85.7%는 퇴직지원 프로그램도 실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퇴직지원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퇴직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않는 원인으로는 비용(45.9%) 문제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외 퇴직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응답(13.7%)이 뒤를 이었다.
송 연구위원은 "일자리 이동할 때 퇴직과 재취업 사이의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가 베이비부머 퇴직 관련 대책으로 300인 이상 기업에 퇴직자 전직지원 서비스를 의무화했는데 지원 방안과 기간 등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