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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조 가치 국가핵심 산업기술 해외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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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조 가치 국가핵심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삼성과 LG의 아몰레드(AM-OLED) 기술 빼돌린
외국계 장비업체 직원들 적발 재판 회부

한국 기업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첨단 국가핵심 산업기술인 아몰레드(AM-OLED) 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외국계 검사장비 업체 직원들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국가에서 90조원 가치를 지닌 핵심 산업기술로 직접 지정할 만큼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삼성과 LG의 아몰레드(AM-OLED) 기술이 해외 경쟁기업으로 넘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김영종)는 27일 삼성과 LG가 보유한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 경쟁업체에 넘긴 혐의(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등에관한 법률 위반 등)로 외국계기업 한국지사인 O사의 김모(36·LG영업담당) 차장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같은 혐의로 이모(43·LG영업담당)부장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양벌 규정에 의해 법적 책임이 있는 O사 한국지사를 재판에 넘겼다.

김 차장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아몰레드 생산 공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검사장비 협력업체 직원의 업무특성을 이용해 아몰레드 기술을 신용카드형 USB 등에 몰래 저장한 뒤 O사의 이스라엘 본사와 해외 경쟁업체 담당지사에 여러차례 무단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 김영종 부장검사가 '삼성 및 LG 아몰레드 핵심기술 해외유출 사건'과 관련해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차장과 안모(36·삼성영업담당) 과장, 김모(30·삼성영업담당) 대리는 삼성과 LG의 아몰레드 패널 생산현장에서 검사장비를 점검하던 중 시장출시를 앞둔 55인치 TV용 아몰레드 패널의 레이어별 실물회로도를 촬영한 뒤 USB에 담아 신발, 벨트, 지갑 등에 몰래 숨겨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O사는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LCD·아몰레드 등 평판 디스플레이 패널을 검사하는 장비를 납품하기 때문에 장비 유지·보수 작업을 이유로 생산현장에 접근, 아몰레드 패널의 레이어별 실물 회로도와 구조를 제약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실물회로도는 기술이 집약돼 있어 회로도만 입수하면 경쟁업체에서 단기간에 기술격차를 줄일 수 있어 핵심 기술자료로 꼽힌다.

이렇게 빼돌린 자료는 이 부장과 서모(40·삼성영업담당) 부장, 이모(38·삼성영업담당) 차장이 각 기술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뒤 O사 본사 임원과 마케팅담당 직원에 보고하면, O사의 해외지사를 통해 삼성·LG의 경쟁기업인 대만 AUO, CMI, 중국 BOE, CSOT 등의 영업담당 직원에게 유출됐다.

실제로 검찰은 중국 BOE계열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김 차장의 회사 이메일에서 본사 및 중국지역 담당자를 통해 중국 BOE측에 기술을 유출한 정황을 확인했다.

삼성과 LG뿐만 아니라 중국 BOE 등 다른 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둔 O사는 한국지사로부터 넘겨받은 아몰레드 핵심 자료를 O사의 중국지사와 대만지사를 통해 현지 기업들에게 넘기는 대가로 검사장비 판매를 증대시켜 사실상 영업이익 효과를 거뒀다.

다만 검찰은 정확한 기술유출 경로나 기술유출에 따른 피해액은 정확히 산정하지 못했다. 삼성과 LG가 각각 기술개발비만 1조3800억여원, 1조270억원을 투자한 점을 감안하면 최소 2조원 이상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추산했다.

본사에 넘겨진 아몰레드 기술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느 기업에 유출됐는지 확인이 불가능한데다, 중국이나 대만 등 삼성과 LG의 경쟁 기업에 기술이 넘어가 실제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고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국가핵심기술을 취득한 O사 본사 및 해외 지사 소속 외국인을 상대로 기술 유출경로와 추가 유출여부 등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 유출된 기술은 삼성과 LG의 극비 자료이자 국가 핵심기술로 외국 경쟁업체에 유출될 경우 국내 아몰레드 기술을 단기간에 따라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중요한 기술"이라며 "O사 이스라엘 본사 임원에 대해서 출석을 요청하고 있고, 관련지사 직원에 대해서도 인적사항을 파악하며 계속 내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아몰레드 기술은 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패널로 응답속도가 LCD보다 1000배 빠르고 LCD를 대체할수 있는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90조원 규모의 시장을 주도하며 올해 1분기 현재 세계 전체 매출액의 30.8%, 26.4%를 각각 차지한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