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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예비군 지휘관의 열정…" 3년간 6·25전쟁 수훈자 68명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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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예비군 지휘관의 열정…" 3년간 6·25전쟁 수훈자 68명 찾아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무공훈장을 찾아 드리는 일이 나라를 위해 목숨 받쳐 싸운 이들의 명예를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6·25 전쟁 당시 혁혁한 공을 세워 무공훈장 수훈자로 선정됐지만 지금까지 빛을 보지 못하고 살아온 참전용사 68명에게 무공훈장을 찾아준 육군 예비군 지휘관이 있다. 주인공은 육군 50사단 소속 영덕대대 축산면 홍성태 예비군면대장(51·군무원 5급).
홍 면대장이 처음으로 무공훈장 수훈자를 찾아 나선 것은 2009년부터다. 당시 강구면대장으로 있던 홍 면대장은 육군본부로부터 무공훈장 수훈대상자 12명의 명단을 통보 받고 이들을 수소문해 5명을 찾았다. 이렇게 3년여 동안 발품을 팔아가며 돌아다닌 끝에 총 68명이 무공훈장을 수여받게 됐다.

홍 면대장에게 수훈 대상자 찾기는 단순히 훈장을 전해주는 것 이상이다. 대부분의 수훈자들과 유가족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족들과의 갈등으로 인생의 말로를 외롭게 보내야만 했다.
▲ 3년간 6·25전쟁 수훈자 68명 찾은 홍성태 예비군면대장.

"본인이 수훈 대상자인지도 모르고 돌아가신 한 상이용사는 삶에 희망을 잃고 평생을 음주로 살아와 가족들에게 늘 원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 유가족들에게 아버지가 2개의 화랑무공훈장 수훈자라는 사실을 알렸을 때 비로소 가족들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오해를 풀 수 있었다고 한다.

"살아계실 때 찾았더라면 가족들과 오해를 풀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끝내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컸습니다.

이때부터 홍 면대장은 단순히 수훈자를 찾기보다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그들의 잃어버린 명예를 찾아준다는 사명감으로 임했다고 한다.

수훈자를 찾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그것도 이름과 옛 주소지만으로 찾기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와 같았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불과 3년여만에 60여명이 넘는 수훈자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부정확한 이름과 주소지만 홍 면대장은 과거 10년이 지난 전화번호부를 살펴보며 돌림자를 이용해 신원을 파악했다. 그리고 문중이나 마을이장, 마을회장 등 그 마을에 연고가 있는 분들과 만나 역추적하는 방법으로 수훈자를 찾았다.

홍 면대장의 노력으로 최근에는 이름과 군번 기록이 잘못돼 지금까지 수훈 대상자인 줄 모르고 살아왔던 김도현(85)옹이 수훈대상자로 포함될 수 있었다.

김옹은 1948년 입대해 6·25전쟁이 발발하자 3사단에 소속으로 초산전투와 흥남철수작전에 참가했으나 수훈명부에 인적사항이 잘못 기록돼 60여년 동안 화랑무공훈장 수훈 대상자인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이처럼 홍 면대장은 2009년 5명을 시작으로 2010년부터 2011년 19명을 찾았다. 올해는 무려 44명의 무공훈장 주인을 찾았으며 현재 심사 중인 대상자도 10여명이 넘는다.

홍 면대장의 공로를 인정해 육군 인사사령부는 2009년과 지난해 인사사령관 표창을 수여했다. 재향군인회의 추천으로 지역 국회의원 포상도 받았다.

홍 면대장은 "지금까지 몇 분을 찾아 드렸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분들을 찾아드릴 수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수훈자 대상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들었을 때 너무 늦은 것 아닌가하는 죄책감도 들지만 최선을 다해 많은 분들이 명예를 드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육군은 1989년부터 6·25참전용사에게 '무공훈장 찾아주기' 사업을 펼쳤다. 20여년 동안 16만여명의 대상자 중에서 9만4000여명(58%)의 수훈 대상자를 찾았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