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혁혁한 공을 세워 무공훈장 수훈자로 선정됐지만 지금까지 빛을 보지 못하고 살아온 참전용사 68명에게 무공훈장을 찾아준 육군 예비군 지휘관이 있다. 주인공은 육군 50사단 소속 영덕대대 축산면 홍성태 예비군면대장(51·군무원 5급).
홍 면대장에게 수훈 대상자 찾기는 단순히 훈장을 전해주는 것 이상이다. 대부분의 수훈자들과 유가족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족들과의 갈등으로 인생의 말로를 외롭게 보내야만 했다.
▲ 3년간 6·25전쟁 수훈자 68명 찾은 홍성태 예비군면대장.
"본인이 수훈 대상자인지도 모르고 돌아가신 한 상이용사는 삶에 희망을 잃고 평생을 음주로 살아와 가족들에게 늘 원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 유가족들에게 아버지가 2개의 화랑무공훈장 수훈자라는 사실을 알렸을 때 비로소 가족들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오해를 풀 수 있었다고 한다.
"살아계실 때 찾았더라면 가족들과 오해를 풀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끝내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컸습니다.
이때부터 홍 면대장은 단순히 수훈자를 찾기보다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그들의 잃어버린 명예를 찾아준다는 사명감으로 임했다고 한다.
수훈자를 찾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그것도 이름과 옛 주소지만으로 찾기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와 같았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불과 3년여만에 60여명이 넘는 수훈자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부정확한 이름과 주소지만 홍 면대장은 과거 10년이 지난 전화번호부를 살펴보며 돌림자를 이용해 신원을 파악했다. 그리고 문중이나 마을이장, 마을회장 등 그 마을에 연고가 있는 분들과 만나 역추적하는 방법으로 수훈자를 찾았다.
홍 면대장의 노력으로 최근에는 이름과 군번 기록이 잘못돼 지금까지 수훈 대상자인 줄 모르고 살아왔던 김도현(85)옹이 수훈대상자로 포함될 수 있었다.
김옹은 1948년 입대해 6·25전쟁이 발발하자 3사단에 소속으로 초산전투와 흥남철수작전에 참가했으나 수훈명부에 인적사항이 잘못 기록돼 60여년 동안 화랑무공훈장 수훈 대상자인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이처럼 홍 면대장은 2009년 5명을 시작으로 2010년부터 2011년 19명을 찾았다. 올해는 무려 44명의 무공훈장 주인을 찾았으며 현재 심사 중인 대상자도 10여명이 넘는다.
홍 면대장의 공로를 인정해 육군 인사사령부는 2009년과 지난해 인사사령관 표창을 수여했다. 재향군인회의 추천으로 지역 국회의원 포상도 받았다.
홍 면대장은 "지금까지 몇 분을 찾아 드렸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분들을 찾아드릴 수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수훈자 대상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들었을 때 너무 늦은 것 아닌가하는 죄책감도 들지만 최선을 다해 많은 분들이 명예를 드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육군은 1989년부터 6·25참전용사에게 '무공훈장 찾아주기' 사업을 펼쳤다. 20여년 동안 16만여명의 대상자 중에서 9만4000여명(58%)의 수훈 대상자를 찾았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