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 신용등급 강등 도미노 우려

공유
0

글로벌 신용등급 강등 도미노 우려

[글로벌이코노믹=송계신부국장]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과 스페인의 구제금융 지원 요청으로 유로지역 국가들과 은행에 대한 추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이후 유로존 국가들의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밝히면서 도미노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사에도 영향을 미쳐 국가와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조치가 잇따를 것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무디스는 이번주에 JP모건체이스 등 미국의 5대 은행을 포함해 세계 17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내릴 태세다.

◇위태로운 유로존 국가신용등급


무디스는 특히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할 경우 'Aaa'인 독일을 포함해 유로존 모든 국가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키프로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위험이 높아지면서 등급 강등 대상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이날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할 경우 아일랜드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로존 재정 취약국들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목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정적 관찰 대상은 3개월 내 신용등급이 떨어질 확률이 50%를 웃돈다는 뜻이다.

피치는 이날 스페인 11개 지방정부와 5개 공공기관의 신용등급도 강등했다. 직전에 스페인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3단계 내린 데 따른 후속조치다.

스페인의 신용등급 BBB는 한국(A ), 폴란드(A-), 슬로베니아(A)보다 낮고 태국, 카자흐스탄, 멕시코 등과 같은 수준이다.

피치는 이에 앞서 7일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3단계 강등시키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스페인의 은행시스템 붕괴 우려와 늘어나는 부채가 신용등급을 깎은 배경이라고 피치는 설명했다.

피치는 또 유럽연합(EU)의 스페인 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스페인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후 스페인이 지난 9일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는 점에서 스페인에 대한 추가적인 신용등급 강등 조치로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이 은행권을 위한 구제금융 1,000억유로(약 1,250억달러)를 받으면 스페인의 누적 국가부채가 급속도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럽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현실화될 경우 더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스페인뿐만 아니라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도 재정적자로 추가 강등 우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도 추가 강등될 위험한 상황에 빠지고 있다. 뚜렷한 재정적자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깎겠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피치는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내년에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고 7일 재차 경고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중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어 불가피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피치는 작년 11월 미 의회 특별위원회가 최소한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자 미국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 바 있다.

당시 피치는 미 의회의 재정적자 감축안 타결 실패가 차기 행정부의 재정 부담을 증대할 것이라면서 2013년에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4분기에 3.0%의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 경제는 올해 1분기에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가 지난달 1.9%로 하향 조정됐다.

한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8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AA 와 '부정적'인 신용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사상 최초로 미국의 신용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낮춘 S&P는 당시의 강등 요인들이 여전하며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P는 재정적자 및 부채 감축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경우 추가 신용등급 하락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 이번주 세계 17개 은행 등급 하향 예상

무디스가 이번주에 세계 17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자산기준 미국의 6대 은행 가운데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5곳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5개 은행의 신용등급은 1∼3단계 내려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이 우려되는 은행들은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면서 신용등급 강등의 폭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무디스가 이미 지난 2월 세계 17개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예고했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은행들의 차입 비용이 올라가고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기관은 많은 자본을 축적해야 하고 또 비싼 이자로 자금을 차입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5일에도 유로 위기 등을 이유로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스의 은행 10개에 대한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독일 제2은행인 코메르츠방크를 비롯해 데카방크, DZ방크, 지방은행인 LBBW, 헤랄바, 노르트LB의 신용등급이 A3에서 A2로 한 단계 내렸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 및 자회사의 신용등급도 상황이 악화되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의 은행 신용등급도 한꺼번에 강등됐다.

무디스는 이날 앞서 에르스트, 유니크레딧, 라이파이센 등 오스트리아 3대 은행그룹의 신용등급도 각각 A1→A3, A2→A3, A1→A2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또 프랑스 주요 은행들이 소유하고 있는 그리스 은행 2개에 대해 신용등급을 낮췄다. 그리스의 유로 탈퇴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 가속화 전망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미국, 영국, 독일 등의 국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세계의 돈이 미국, 영국, 독일 국채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1980년대 15%를 넘나들던 미국 국채의 금리는 2000년 중반 4%대로 내려온 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2%대까지 떨어졌고 최근에는 1.6%까지 하락했다.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2.70%대 낮아지며 2008년 12월 기록한 역대 최저치 2.50%에 바짝 다가섰다.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1.64%로 1703년 정부 차입이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독일 국채는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했다. 손해를 봐도 좋으니 독일 국채를 갖고 있겠다는 심리가 팽배해진 탓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들 국가의 국채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국 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계 자금들도 미·독 국채로 몰리는 양상이다.

반면 금 가격은 연일 하락세다. 최근 한 달 사이에 6% 가까이 급락했다. 상대적으로 환금성이 떨어지다 보니 금융불안 시기에 금보다 미국 등 주요국 국채와 달러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