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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미래 고부가 창출 설비투자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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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미래 고부가 창출 설비투자 부진

작년 0.7% 증가...대기업·IT 편중도 우려
기업 설비투자 회복세, 증가세는 제한적일 듯

[글로벌이코노믹=김재현기자] 투자는 미래의 불확실한 富를 창출하기 위해 현재의 富를 희생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그래서 기업들의 투자 현황을 보면 향후 미래의 경기 전망을 예측할 수 있다.

투자가 늘어나면 일자리 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고 경제 동력도 떨어지게 되지만 투자가 둔화되면 역으로 경제 상황이 어렵게 될 처지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이 되었던 투자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의 투자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크게 둔화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설비투자 비중은 한국의 소득수준을 감안할 때 선진국보다 부진하고 그나마 대기업과 정보기술(IT) 업종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 외환위기 이후 투자 급격히 둔화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가 최근 합동으로 발표한 ‘1·4분기 경제상황 점검과 정책 대응방안’보고서에 따르면 투자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둔화했다.

1970~1979년 연평균 17.9%에 달했던 투자 증가율은 1980~1996년 12.5%, 2000~2007년 4.5%로 떨어진 뒤 2008~2011년 0.5%로 곤두박질 쳤다. 사실상 정체 상태인 셈이다.

건물·기계·운송장비 등에 투자되는 설비투자는 지난해 0.7% 증가에 그쳤다. 올해 1·4분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 증가가 예상되지만 국내외 경기가 불확실해 향후 상황을 가늠할 수 할 수 없다.

현재 한국의 GDP 대비 설비투자 비중은 8%대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미 선진국의 투자 규모와 한국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1인당 GDP가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증가하던 시기(1995~2005년) 한국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6.8%인 반면 일본(1984~1988년)은 10.2%, 미국(1978~1987년) 9.3%, 프랑스(1979~1999년) 9.6% 등을 기록했다.

◆설비투자의 구조적 문제 대두


대기업 중심의 설비투자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투자 균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제조업 설비투자 중 대기업 비중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78.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9.1%에 불과했다.

설비투자의 불균형 문제는 늘 대두됐다. 앞으로도 이러한 투자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금융공사가 대기업 708곳을 포함해 전국 3280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설비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135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94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6.8% 증가한 반면 중견기업(31조5000억원)과 중소기업(9조2000억원)은 각각 4.6%, 11.5% 감소했다.

설비투자가 특정 산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양극화의 원인이다. 1990~1997년 전체 제조업 설비투자 가운데 IT 비중은 22.9%였지만 2010~2011년에는 50.9%로 증가했다. IT산업에 집중된 투자는 향후 세계적으로 IT시장이 불황에 휩싸일 경우 한국 경제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투자 목적도 서로 달랐다. 대기업은 신규 사업 진출이나 매출 증대를, 중소기업은 현상 유지에 급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의 ‘2012년 1·4분기 설비투자 현황 및 계획’을 보면 대기업의 설비투자 목적은 신규 사업 진출(29.9%)과 기존 설비 확대(39.0%)가 많았지만 중소기업은 노후 시설 개선 및 유지·보수 목적이 38.4%를 차지했다.

재정부는 “대기업과 IT산업 중심의 설비투자 집중이 심화되면서 투자와 경제 전반의 안정적인 흐름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고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한 정책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말했다.

◆설비투자 회복세는 일시적인 전망


현대경제연구원의 ‘2012년 하반기 경제 국내외여건 분석’발표 자료를 따르면, 앞으로 기계류 수입 증가와 설비투자 주력 산업의 투자 확대 계획으로 설비투자 회복세는 지속되겠지만 민간부분 기계 수주 침체, 설비투자조정압력 하락 등으로 회복세는 매우 제한적이다.

제조업 설비투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의 설비투자조정압력을 보면, 올 1·4분기 운송 장비 부문을 제외한 다른 산업은 여전히 침체 분위기다.

설비투자조정압력은 올해 1·4분기 0.6%p를 나타내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2012년 2월 11.4%p로 증가세를 보였으나 3월 -2.4%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기계류 수입이 증가세를 나타내고 국내기계수주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개선되됐다.

기계류 수입과 공공부문 국내기계수주는 1·4분기 각각 15.2%, 104.5%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다만, 민간부문 국내기계수주는 같은 기간 -11.1%로 여전히 침체돼 국내기계수주는 -2.7%를 기록했다.

앞으로도 대기업 중심으로 설비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주요 수출 산업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대기업은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대비 6.8% 늘릴 계획이며 이들 대기업의 설비투자가 전체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차지할 것”이라며 “반도체 등 주요 수출 산업 중심으로 설비투자 확대가 이뤄질 전망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