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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성장률 3% 중반으로 내리막...더 나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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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성장률 3% 중반으로 내리막...더 나빠지나?

성장률 4%에서 3%대 초반까지 하락,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상승 예측 물가엔 부담
유럽 수출 비중 높은 조선업 장기 침체 이어질 듯


[글로벌이코노믹=김재현 기자] 세계 경제가 우울증에 걸렸다. 유로존 위기가 단초가 돼 세계 곳곳의 경기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유로존 위기에 대처할만한 정책 처방을 마련할 능력이 있다지만 아시아 국가들로서는 치명타와 다름없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무역은 오르라들고 내수는 얼어붙었다. 가계부채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고용은 다소 나아지는 듯 보이지만 질이 문제다.

1년 전만 해도 정부와 전망 예측 기관이 한국의 2012년 성장률을 4%대로 전망했다. 이후 3% 중반대로 떨어지더니 이제는 3%대 초반까지 추락했다. 이런 추세라면 3%대를 지키는 것도 어렵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같은 전망은 외부 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2일 ‘세계경제 전망’에서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3%로 또 다시 낮췄다. 불과 한 달 새 두 번이나 끌어내렸다. 지난달 말에는 3.8%에서 3.5%로 내린 바 있다.

1년 전만해도 성장률 전망치는 ‘장밋빛’이었다. OECD는 1년 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4.5%로 예상했고 그해 11월에는 3.8%로 끌어내렸다. 1년 새 세 차례에 걸쳐 1.2%포인트나 낮췄다.

앞서 국내 경제예측 기관들도 올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췄다.

지난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존 3.8%에서 3.6%로, 금융연구원은 3.7%에서 3.4%로 수정했다.

이같은 전망치 하락 발표는 유로존의 하방 위험이 크다고 판단된다. 또한 이란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유가상승이 예상되는 데다 미국이 내년에 긴축을 계획하고 있어 더욱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더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만일의 경우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을 경우 3% 이하 성장도 각오해야 할 지경이다.

정부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올해 성장률은 목표치 3.7%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지만 하방압력은 크다”며 “정부도 유럽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 불안 안정세 하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유럽사태는 성장률과 수요압력을 낮춰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불안을 희석할 수 있지만, 이란 문제로 국제유가가 뛴다면 비용 요인이 돼 장바구니 물가는 한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

물가 불안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여전한 점도 당국의 고민이다. 통게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2.5%로 지난해 말(4.2%)에 비해 크게 낮아졌지만 일반인의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이션은 3.8%로 아직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으면 자영업자들이 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해 미리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실제 물가에도 부담을 준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안정 기조지만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은 높은 수준이다.

이준엽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과 공업제품 가격 하락으로 2012년 1~4월 평균 2.9%로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수요 측면에서 물가 불안 심리 측면으로 볼 수도 있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연평균 3.8%로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 회복세, 고용구조 질 수준 하락

최근 주요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이어가면서 지난 4월 전체 취업자 수가 2476만명으로 집계돼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취업자가 7개월 연속 40만 명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고용구조의 질적 수준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실업률은 1·4분기에 3.8%로 전년동기 3.9%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가사·휴직·연로 등에 따른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로 돌아서면서 고용률이 전년동기에 비해 1.0%p 하락했다.

이는 베이붐세대 은퇴 후 생계형 자영업자로 노동시장에 재편입되고 있어 실질임금 하락 등 고용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EU 수입 30%↓, 국내 수출 200억 불 ↓

국내 수출 역시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조선업은 컨테이너선·유조선 발주가 아예 끊기면서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대 EU 수출은 4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0.7% 줄었다. 두달 연속 20%대 감소 추세다.

여기에 유럽 경제가 더 나빠질 위기에 봉착할 경우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및 유로존 탈퇴와 스페인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위기 등 악재가 잔존해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앞다퉈 그리스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에 나서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EU 경기 침체시 가장 타격을 받을 업종으로 조선업을 꼽았다. 전체 수출 중 EU 수출비중이 23.1%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선업계는 유럽쪽 선사들이 경영난으로 발주 자체를 중단하면서 몇 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원은 또 EU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동차(12.8%), 기계(10.0%), IT(7.6%) 등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에측했다.

반면 철강(6.9%), 화학(4.0%) 등 기초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출 경기침체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원은 내다봤다.

연구원은 “2009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수입이 20% 감소하면 우리나라 총수출(직·간접수출)은 138억6000만 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U로의 직접 수출 감소분은 111억5000만 달러, EU의 주요 수입 상대국인 미국, 중국, 일본, 아세안 등을 경유한 우회수출은 27억1000만 달러가 줄어든다는 가정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