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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통화 주권 상실한 유로존 국가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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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통화 주권 상실한 유로존 국가의 위기


▲ 김대호 고려대 교수6월 17일 그리스 총선을 앞두고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긴축을 철회하자는 시리자가 집권할 것인가 아니면 긴축지지파인 신민주당이 득세할 것인가에 모든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긴축 철회 여부에 따라 유럽의 경제위기가 재발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분석이다. 우리가 주목할 대목은 한동안 잘나가던 그리스 경제가 왜 국가 부도 직전사태까지 와해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그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그리스는 또다시 제2 제3의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리스뿐만 아니라 스페인, 이탈리아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리스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이들 유럽 국가들이 경제난에 처하게 된 핵심적인 원인은 통화통합과 재정통합을 동시에 추진하지 못한 유럽연합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복지 과잉 망국론도 일리가 없진 않으나 어설픈 유럽통합이 문제를 불렀으며 거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한 유럽의 위기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6월 17일의 그리스 재선거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시리자가 집권하느냐 아니면 신민주당이 집권하느냐 라는 뷰포인트는 눈앞에 떨어진 당장의 경제를 진단하는 매우 단편적인 분석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이번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유럽 사람들이 통화통합과 재정통합을 완벽하게 이루어 내는 방향으로 중지를 모아 가느냐 하는 점이다.

그리스 경제는 7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의 우등생이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일본과 함께 가장 높은 성장률을 구가한 나라였다. 그런 그리스가 2002년도에 유로 존에 가입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통화통합 초기에는 유럽의 평균 시민도가 올라가고 무역도 늘어 혜택을 누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작용이 더 커졌다.

그 대표적인 문제는 환율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통상적으로 수출이 부진하면 환율을 올려 경쟁력을 회복해 주어야 하는데 유로존 가입으로 통화주권을 상실당한 상태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줄어든 것이다. 유로존 회원국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통화 통합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등 국가 경쟁력이 높은 나라들은 환율을 낮추어야 하는데 유럽 평균 환율을 적용하다보니 물가 통제가 어려워졌다.

반대로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수출경쟁력을 상실했다. 통화와 함께 재정도 통합을 한다면 통화부분에서 야기된 불균형을 재정으로 무마시킬 수가 있다. 예컨대 그리스의 관광산업이 높아진 물가 때문에 부진하다면 그 공백을 유럽연합 공동의 재정으로 메워 줄 수 있는 것이다.

유럽이 하나의 통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한 것은 1973년 이른바 마스트리히트 조약이다. 당시 유럽 국가들은 통화와 재정을 균형 있게 통합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 합의에 따라 1999년 유로화가 도입되었고 2001년부터는 유로화만을 법정통화로 사용하는 유로존이 탄생한 것이다.

당초 합의대로라면 통화통합께 함께 회원국들의 재정도 단일화시켜야 하는데 이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 통화는 유럽중앙은행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하나로 단일화 시켰지만 재정부문에서는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재정이란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이를 집행하는 것이다.

한나라를 꾸려가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대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회원국들이 재정주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마스트리히트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바람에 재정통합이 지지부진하게 되었다. 유럽연합은 재정통합안을 각국의 국민투표에 상정했으나 여러 국가에서 거부되는 바람에 결정적인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고전경제학시대에는 통화관리만으로도 경제를 꾸려갈 수 있었다. 케인즈의 등장과 함께 통화와 재정은 나라경제를 꾸려가는 양대 축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은 상호간에 긴밀히 연관되어 어느 한쪽만으로 그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한쪽에만 의존한 정책을 펼 경우에는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커진다는 것이 그동안 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 오늘날 그리스가 겪는 경제난은 바로 이 같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간의 괴리에 의해서 야기된 것이다.

그리스 문제안과 나아가 전 유럽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면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함께 아우르는 유럽통합이 전제 되어야한다. 그리스에서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 만을 보고 일희일비하는 것은 암 환자가 하루 컨디션이 좋다고 병원에서 바로 퇴원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하겠다.